<성 야고보 사도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산티아고 꼼뽀스텔라 대성당>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 "할 수 있습니다."(마태오 20< 22)

야고보 사도 축일을 맞으신 모든 분들께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사도 야고보는 사도 요한과 함께 제베대오의 아들로서 갈릴레아 벳사이다 출신의 어부였다가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고 아버지와 배를 뒤에 남겨놓고 예수님을 따랐으며, 그 후 12사도 명단에서 베드로에 이어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중요 인물이다.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마다 베드로와 요한과 함께 야고보를 따로 불러 그 일을 보여 주시기도 하고 특별한 말씀을 들려주시기도 하셨다는 사실을 기억합니다. 있다. 예수님께 승천하신 후에도 줄곧 예루살렘에 머물면서 사도들 중에서 예루살렘에서 순교한 첫번째 사도이기도합니다.

더군다나 그의 어머니 살로메는 예수님과 제자들을 시중들던 열성적인 부녀자들 가운데 하나로 예수님께서 돌아가실 때 십자가 밑에 있던 거룩한 부인들 중의 한 사람이며, 전통적으로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자매 관계라고 믿어져 왔기에 사도 야고보와 예수님과는 외사촌 형제 관계에 있었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베대오의 아들과 그 어머니가 청하는 것에 대하여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 그들이 자신 있게 말한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요? 예수님께서 붙잡히자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그 중에서 으뜸 제자라고 하는 사람은 예수님을 모른다고 3번이나 힘주어서 말합니다. 바로 제자들은 '할 수 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결국은 마시지 못하는 행동을 합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독일 퀼른의 한 지하실 벽에서 이런 글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나는 태양이 비록 빛나지 않을 때에도 태양을 믿는다. 나는 사랑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사랑을 믿는다. 나는 하느님이 침묵하고 있을 때일지라도 하느님을 믿는다."

아마 이 글을 새긴 사람은 믿음과 용기에서만 나올 수 있는 희망을 가졌을 것입니다. 그 전쟁의 세월 동안 덮쳐왔던 파괴, 절망,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있어서 삶은 이러한 비애와 잔학함을 넘어서는 그 어떤 가치가 있다는 신념을 가졌던 것입니다.

흔히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서 주는 것이 컵(cup)입니다. 우리나라 말로 옮기면 '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기의 승리자가 기념컵(우승컵)을 들고 기뻐하는 모습을 우리는 여러 운동경기에서 보았을 것입니다. 얼마나 기쁘면 그 컵에 친구(입맞춤)를 하겠습니까? 그들에게 이 우승컵은 단순히 금이 도금된 쇠 덩어리가 아니라 자신들의 땀과 노력의 결실인 것입니다.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고난의 잔을 마실 수 있느냐고 두 제자에게 묻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기쁨과 환희의 잔을 생각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할 수 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고난의 잔은 승리의 잔임을 우리는 잘 압니다. 우리는 주님이 마신 고난의 잔이 결국 세상을 이긴 승리의 잔임을 알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고난의 잔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파괴, 절망, 두려움이겠지만 예수님과 함께 한다면 그 고난의 잔으로 말미암아 승리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우승컵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운동선수처럼 우리도 신앙의 우승컵을 얻기 위해서 주님의 뜻을 열심히 실천해야 합니다. 주님의 뜻은 사랑입니다. 바로 사랑의 실천이 우리에게 신앙의 우승컵을 안겨줄 것입니다. 이러한 희망을 가지고 신아의 우승컵을 얻기위해 매일의 삶이 작은 사랑을 한 가지라도 실천하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