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린덴베르그 Lindenberg 성당>

"악하고 절개없는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구나!"(마태오 12, 39)

밝은 곳에서는 무엇이든지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어두운 곳에서 무엇을 찾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마찬가지로 진리를 찾는 것도 역시 어두움 속에서 무엇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려운 것보다는 쉬운 것을 선호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본질적인 것과 부수적인 것을 혼동하여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우리는 어려운 진리를 추구하기보다는 나에게 쉽게 다가오고 좋게 보이는 것을 선택하여 그것을 진리인양 추구하면서 살아갑니다. 오늘 복음에서 등장하는, 예수님께 기적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우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

기적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자신의 권능을 통하여 당신이 어떠한 존재인가를 보여주심으로써 사람들이 당신을 하느님의 아들인 그리스도로 믿도록 이끌기 위한 여러 가지 수단들 중의 한 가지에 불과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께서 기적을 하신 이유는 당신께 대한 굳은 신뢰를 갖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들의 무기력하고 약한 신앙을 더욱더 굳세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이렇게 기적은 믿음을 굳건히 해주는 수단이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놀라운 기적을 행하는 사람을 따르다보면, 이 사람이 내 소원을 들어주겠지."라는 탐욕에 가득 찬 생각들, "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쫓아 다니는 나 역시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을 거야."라는 이기적인 마음들. 이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악하고 절개 없는 세대가 기적을 요구하는 구나! 그러나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예수님의 이러한 탄식은 우리들을 두고 하시는 탄식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에 대해 무관심하면서도, 예수님의 기적과 능력에만 기대하면서 산다면, 그 분이 오신지 200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악하고 절개 없는 세대"라고 탄식하실 것입니다. 또한 제발 정신 좀 차려서 당신의 말씀을 듣고, 그 안에 담겨진 구원의 진리를 먼저 알아보라고, 그리고 그것이 바로 기적이라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서도 강조하시듯이,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놀랍고도 위대하지만은 시끌벅적하거나 요란스럽지 않습니다. 요나의 기적에서처럼 조용히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기적. 이런 기적이 바로 하느님의 기적인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기적을 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조용히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하느님께로 돌아서야 할 것입니다. 독서에서 미가 예언자가 말씀하신 것처럼 “공정을 실천하고 신의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느님과 함께 걷는 것”입니다. 어쩌면 자신을 돌아보며 조용히 주님의 이름을 부를 때, 기적처럼 그 분이 나와 함께 계심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바쁜 하루 일과 중 한 순간 마음을 모아 하느님을 불렀을 때, 우리는 그분을 체험하고 그분의 기적을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다시 한 주간이 시작됩니다. 이번 주간이 진리를 찾아 실천하기롤 노력하면서 주님의 기적을 나의 마음속에서 체험하는 은총의 시간이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