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의 신비 3단 : 마리아 예수님 낳으심.(프랑스 루르드 대성당에서)>

"이 세대는 악한 세대이다."(루카 11, 29)

복음은 기적을 요구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그런데 우리 신앙인중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기적적으로 이루어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요구 사항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온갖 불평과 불만만 늘어놓습니다. 그러나 그전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우리 인간의 회개입니다. 참으로 끊임없이 회개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자기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이미 선물로 주어져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복음에서 기적을 요구하며 몰려드는 군중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이 세대는 악한 세대이다.”하고 마음속으로 깊이 탄식을 하십니다. 󰡐이 세대󰡑라는 표현은 예수님께서 부정적인 상황에서 거절의 말씀이나 단죄의 말씀을 구사할 때 보통 사용하시는 표현입니다. 예수님의 언어 습관에서 볼 때 예수님께서 뭔가 못마땅하고 언짢은 마음을 드러내실 때 사용하는 표현중의 하나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대는 악한 세대이다.”하고 탄식했다는 것은 불평불만에 가득 찬 불신앙의 세대가 대를 이어 다시 재생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러한 세대의 사람들에게 당신 자신이 솔로몬이나 요나보다 더 크신 분임을 밝히며 너희들은 솔로몬 시대의 사람들이나 니네베 사람들보다 못한 사람들이라고 책망하십니다. 니네베 사람들은 더 작은 사람 즉 요나 예언자의 설교와 기적 앞에서도 크게 회개했는데 지금 이 백성들은 더 큰 분이신 예수님의 설교와 기적 앞에서도 회개하지 못하니 예수님은 얼마나 답답했겠습니까? 예수님께서는 도무지 회개하지 않는 백성들을 보기가 안타까웠던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기적이나 자기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니네베 사람들보다 더 작은 사람들이고 말씀 앞에서 회개하는 사람들이 큰 사람들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더 큰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덩치가 큰 사람 혹은 머리가 좋은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크신 분을 알아보고 더 크게 회개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하느님은 기적 제조기가 아니며 기적 연출가가 아닙니다. 먼저 인간이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고 돌아설 때 인간이 요구하는 것은 덩달아 주어지는 것입니다.

회개란 방향전환을 의미합니다. 회개란 삶의 방향과 흐름을 바꾸는 것입니다. 회개란 하느님을 향해 방향을 전환하여 돌아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해바라기가 해를 향하여 서 있듯이 하느님을 향해 서기 위해 자신의 중심을 바꾸는 것이 회개입니다. 회개란 죄로부터 그리고 온갖 우상들로부터 그리고 세상걱정들로부터 눈을 떼어 하느님을 향하여 쳐다보는 것을 뜻합니다.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어느 방향을 향해 서 있는 지를 고요하게 성찰해봐야 합니다. 요즘 가치관이 혼란되어 어느 쪽에 하느님이 계신지도 모르고 그냥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질 만능주의와 이기심에 사로 잡혀 하느님이 어느 쪽에 계신지조차 헷갈리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그럴 경우는 자신이 처음 영세 받았을 때의 마음으로 되돌아가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신앙인은 뭔가 신기한 기적을 쫓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신앙인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하느님께 불평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아닙니다. 신앙인은 하느님께 성가시게 구는 사람이 아닙니다. 신앙인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꼭 주시는 분이라고 믿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신앙인은 예수님이 솔로몬이나 요나보다 더 크신 분임을 고백하는 사람들이며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여 하느님께로 돌아서는 사람들입니다.

주 바라기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신앙인이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