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설이 온 천진암 천진성역 입구>
"깨어 있어라....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마태오24,44)
오늘은 교회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대림 1주일입니다.
대림 시기는 구세주이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실 것을 기다리며 회개와 속죄로 구세주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고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또한 "기다림" 안에는 두 가지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데, 첫째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들 가운데 탄생하셨음을 기념하는 성탄 대축일을 준비하는 시기이고, 둘째는 종말에 있을 그리스도의 두 번째 오심을 기다리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2000 여년 전에 이 세상에 오셨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이 다시 오실 날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노아의 일을 생각해 보라고 말씀하십니다.
초등학교 때 주일학교에 다니면서 노아의 방주에 대한 만화영화를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하느님께서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이 다 썩었지만 노아만 하느님의 마음에 들게 사는 것을 보고 노아와 그 가족들만이 대 홍수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가르쳐 주십니다.'길이가 삼백 자, 너비는 오십 자, 높이는 삼십 자, 배에 지붕을 만들어 한 자 치켜 올려 덮고 상중하 삼층으로 만들어라.' 현대의 계산법으로 보면, 노아 방주의 규모는 길이가 171M, 너비 29M, 높이 17M 가량의 큰 배입니다. 이 큰 배를 노아는 믿음을 갖고 가족들과 함께 만듭니다. 사람들이 미쳤다고 손가락질 할만합니다. 세상 살기 좋은데, 평화롭고 화창하고 모든 일상사가 잘 돌아가는 때에 그렇게 큰 배를, 자기 가족만 탄다고 하면 조그마한 크기의 배면 충분할 터인데, 어렵게 일을 해가며 배를 만드는 그들을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조롱합니다. 그러나 노아의 가족들은 주위의 시선에도, 미쳤다는 조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배를 만듭니다. 그리하여 그 가족은 하느님으로부터 구원을 받았습니다. 일상사에 눈이 어두워 다가올 하느님 나라와 그리스도의 재림을 잊고 사는 우리 모두에 대한 경고임을 알아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쫓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하느님의 뜻은 와 닿지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감추어진 하느님의 모습이 밝게 드러나는 재림의 그때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도 명확히 구별될 것이라고 오늘 복음은 말씀하십니다. 들에 있거나 맷돌질을 하거나, 외양으로는 같아 보이는 두 사람 가운데서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 둘 것이다."하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데려가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바로 하느님의 뜻을 깨닫고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낮이 가까웠음을 느끼고 조심해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밝은 빛 아래 사는 사람은 자신을 드러내 놓고 사는 사람입니다.
남아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진탕 먹고 마시고 취하거나 음행과 방종에 빠지거나 분쟁과 시기를 일삼거나 하는 사람"들 입니다. 자기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전부인양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 노아가 하느님의 심판에 대비해서 그렇게 커다란 배를 오랜 시간동안 만들고 있었는데도 깨닫지 못했던 사람, 노아를 비웃으며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어둠의 행실을 벗어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십시오." 복장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나타냅니다. 그가 입고 있는 유니폼은 그 사람의 직업을 보여줍니다. 유니폼은 그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를 우리에게 알려 줍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유니폼은 무엇입니까? 우리들이 입을 유니폼은 무엇입니까? 바로 그리스도 예수님입니다. 그리스도라는 옷을 입어야 합니다. 그리스도로 온 몸을 무장해야 합니다. 전쟁에 참여하는 병사가 온갖 무기로 무장을 하듯이, 우리는 그리스도라는 무기로 무장해야 합니다.
그리스도로 무장한 우리의 삶은 바로 깨어 사는 삶입니다.
언제나 대낮으로 생각하고 사는 삶입니다.
사는 길을 그리스도에게서 배우고, 그 길을 따라가는 삶입니다.
주님의 빛을 받으며 주님의 빛 속을 걸어가는 삶입니다.
우리는 오늘부터 대림절을 시작합니다. 대림절은 매년 새롭게 시작됩니다. 하지만 내년의 대림절을 또 맞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우리가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아도 시간은 흘러가고, 시간이 흘러가면 12월 25일 되어서, 많은 사람이 그 날 하루만큼은 성탄절의 기분을 느끼고 서로들 그 힘을 담아 인사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인사가 그저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는 그렇고 그런 일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특별한 다짐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자세를 오늘의 독서와 복음은 우리에게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혹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대림절에 여러분들은 어떤 준비를 하시겠습니까?
신앙인에게 "오늘"은 주어진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그러한 "오늘"들이 지나가 어느 날엔가 주님이 오시지 않을까요? 주님이 오시는 날 기쁘고 행복하게 만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우리는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에 잘 준비해야 합니다.
그 준비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깨어 있어라.”하고 말씀하시고,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어둠의 행실을 벗어 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으라.”고 권고하며, 이사야 예언자는 이런 정신을 가지고 “주님의 빛 속에서 걸어가라.”말씀하십니다. 이 세 가지가 대림절을 살아가는 모든 신앙인이 준비해야 하는 가르침이며 모습입니다. 대림절 동안 이 말씀들을 기억하며 살아가기를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