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과 [설날]의 말 뿌리(語源)를 캐어보며,
우리겨레가 설을 명절로 지내었다는 기록은 적어도 3천여 년 전으로 올라갑니다. 고고학 전문 연구가들의 견해로는 오늘의 달력(太陰曆)이 전해지기 전에도 우리겨레는 농경문화가 정착되면서 우리겨레나름의 단순한 달력(四時 季節曆) 같은 것이 있었으나, 지금의 북만주 지역에 산재하여 부족국가들이 난립하던 시절, 北夫餘 때로부터, 삼국시대, 특히 新羅 시대에 와서도 설 경축 흔적이 있으며, 좀 다양한 時制의 발달된 음력이 전해지면서 첫해가 시작되는 날을 중심으로 [설 경축문화]가 더욱 유행(?)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설이란 말은 선사시대부터 써오던 표현인데, ‘아직 덜 익은’, ‘덜 된’, ‘아직 내 것이 안된’, ‘새로운’, ‘익숙하지 않은’, “잘 모르는”,,, 등의 파생어 뿌리가 되는 표현이었으니, 예를 들면, “낯 설은 타향에서”, “ 낯이 설은 사람인데” “설 익은 것인데”, “설치고 있는데”,,,등의 우리 말에 아직도 그 잔재가 남아있습니다.
시간과 세월의 개념이 들어오고 문물이 진전되면서, 우리 先人들은 아직 완전히 주어지지 않고, 아직 살아보지도 않은 새 해의 시작이 되는 첫날을 [설 날]로 부르면서, 우리가 살고 지내온 지나간 해와 구별되는 새해는, 우리가 살아가며 지내며 우리 것으로 삼아 익혀야 하는 [설은 해(新年, 未知의 해]로 알았고, 우리가 받는 한울님의 선물로 여기고, 기쁨과 감사를 드렸습니다.
더욱이 태양 숭배 경향이 많은 민족들에게 퍼지면서,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冬至를 [작은 설], 즉, [큰 설]로 들어가는 서론처럼 여기며, 정월 대보름 때까지를 [설]을 경축하는 시기로 삼았습니다. 조상님들과 한울님을 위하는 거룩한 시기였습니다. 마치, 대림절이나 사순시기처럼.
시간과 공간은 우리 인간들이 한울님으로부터 받는 텅빈 주머니와도 같으니, 우리는 이를 善과 德으로 채워야 하며, 아직 재단하지 않은 원료와도 같은 것이니,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원료로 삼아 잘 재단하고 제조하여 功德 을 쌓아야 합니다. 이렇듯 우리 배달겨레의 [설]은 단순한 풍습이 아니라, 우리민족의 신학적이며 신앙적이며 종교적인 축일입니다. Msgr. B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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