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교황에 대한 칭호는 교회사에서 여러 가지가 사용되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papa로서, 희랍어로 아버지를 뜻하는 papas 에서 온 단어이다. 본래 이 단어는, 교황에 대한 다른 많은 호칭들이 그렇듯이, 그리고, 로마교회가 치쁘리아노 주교를, papa 라고 부르고 있는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원래는 주교들에게 부여되던 칭호였다. 이렇게 3세기 이후 주교들에게 사용되던 이 칭호는 6세기부터는 주로 로마의 주교에게만 국한되기 시작했으며, 7세기부터 로마의 주교들은 자신들에게 universalis papa 즉 ‘보편적 아버지’라는 칭호를 사용했다.
대 그레고리오 교황은 하느님의 종들의 종 ( servus servorum Dei)이라는 칭호를 자주, 그리고 매우 선호해서 사용했던 첫번째 교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하느님의 대리자(vicarius Dei) 라는 칭호는 인노첸시오 3세가 강조해서 사용했다.
또 다른 호칭인 그리스도의 대리자 (vicarius Christi) 는, papa 라는 칭호와 마찬가지로 본래 3세기경까지 주교들에게 사용되었다가, 8세기부터는 교황에게 주로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고, 베르나르드 시대에는 교황에 대한 통칭이 되었다. 이 칭호를 오직 교황에게만 한정시킨 교황이 인노첸시오3세이며, 피렌체 공의회와 제 1차 바티칸 공의회는 공식적으로 이 호칭을 교황에게 부여하였다. 이 호칭은 처음에는 그 지상 대리자를 통한 그리스도 자신의 활동을 암시하는 성사적 의미를 가졌지만, 점차 재치권적 의미를 갖게 된다. 제 2차 바티칸 공의회는, 오랫동안 오직 교황에게만 유보되었던 이 호칭을 주교들에게도 부여한다 (LG27). 물론, 교황에게 부여할 때에는 ‘보편교회에 대한 그리스도의 대리자 (Vicarius)’ 라고 Vicarius 를 대문자로 표기하고, 주교들에게 있어서는 ‘지역교회에서 그리스도의 대리자(vicarius)’ 라고 소문자로 표기하는 동시에 그 한계를 ‘지역교회 안에서’라고 명시함으로써 교황의 경우와 구분하였다.
교황에 대한 또 다른 호칭은, Summus Pontifex 이다. 이는 ‘다리를 놓는자’ 라는 뜻으로 원래는 이방인들이 사용하던 것으로, 로마의 사제들의 우두머리를 가리키던 말이었는데, 몬타니즘에 빠졌던 떼르뚤리아누스가 로마의 주교에게 풍자적으로 사용했던 말이다. 한편, 모든 교황들이 공통으로 사용했던 칭호는, ‘로마의 주교’ 라는 호칭이고 이것은 아비뇽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요한바오로 2세가 즐겨 사용했던 호칭은 바로 로마의 주교, 그리고 베드로의 후계자였다.
지금까지 본 바와 같이, 우리말의 ‘교황’ 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번역되는 서양어의 종류는 이렇게 여러 가지이고, 각기 고유한 의미와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 Annuario pontificio 에서는, 교황 (papa) 를 가리키는 다음과 같은 호칭들을 나열하고 있다: 로마의 주교,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 사도들의 으뜸의 후계자 (즉 베드로의 후계자), 보편교회의 대사제, 서방의 patriarca, 바티칸 시국의 수장.
교황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 보다 더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문헌은 1975년 바오로 6세가 선포한, Sede vacante 와 교황선출에 관한 사도적 헌장의 첫머리말이다”:
ROMANO PONTIFICI ELIGENDO, qui, ut Beati Petri in huius Urbis sede Successor, est Christi in terris Vicarius necnon Supremus Pastor atque visibile universalis Ecclesiae Caput, singulares curae semper impensae sunt, ac tanto negotio provide consultum, ut legitima electio ac libertas eligentium in tuto collocarentur .
즉, Romanus Pontifex 는 베드로의 도시인 ‘로마 좌에서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그리스도의 지상 대리자’, ‘최고 목자’, ‘보편 교회의 가시적 머리’이다. 제 1차 바티칸 공의회는 갈리아주의의 주장에 반대하기 위해, sedes 와 sedens 즉, ‘로마좌’와 ‘로마좌에 앉는 사람’의 분리를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오직 ‘베드로의 좌에 앉은 사람에게 베드로에게 부여된 특권이 계승된다’고 선포하였다. 따라서 교황은 로마의 베드로의 좌를 계승한 사람이어야 한다.
교회사학자들 가운데에는 사실, 특히 초세기에 로마에 몇 명의 주교가 있었는지 정확히 판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전체 교회 역사 안에 정확이 몇 명의 교황이 있었는가에 대해 논란이 있어왔다. 그러나 1947년, Annuario Pontificio 를 만들기 위해 교황들에 대한 새 목록이 발행되었고, 그 후로, 보통 요한바오로 2세의 교황번호는 263 이라고 말한다.
베드로의 권한과 그 후계자인 교황의 권한에 대한 선언은,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이루어진다. 교회의 권위와 계시 진리가 심각하게 공격받던 19세기, 로마 가톨릭 교회는 그리스도가 베드로에게 부여하신 권한이, 그의 후계자, 즉 베드로의 좌를 계승하는 이들에게 전승된다는 것을 선언하면서 그 권한의 의미를 명시하고자 하였다. 여기서 베드로가 받았던 보편교회에 대한 수위권과 교도적 무류권이 교황에게 계승된다고 선언한다. 물론 이 권한은, 베드로가 주는 권한이 아니라 베드로의 좌에 앉은 이들에게 그리스도께서 직접 부여하시는 권한이다. ㄱ래서 교황은 베드로의 후계자이긴 하지만, 베드로의 대리자는 아니며, 오직 그리스도의 대리자다
그러나 이 말이, 베드로와 그의 후계자들이 결코 동급의 동일선상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는 베드로를 비롯한 다른 사도들이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고유의 특권 곧 ‘사도성(apostolato)때문이다. 즉, 이들은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말씀을 직접 보고 들은 사람들, 곧 하느님 말씀의 참된 증거자로서의 특권을 가진다는 것이고, 이 특권(사도 지위, 사도 자격< 사도성)은 베드로를 포함한 사도들의 후계자들에게 전달될 수 없다.
사도들의 후계자들인 주교들의 경우에는, 베드로의 후계자의 경우와 또 다른 특성을 갖는다., 주교들은 어떤 개별 사도들의 후계자라는 말이 아니라, 사도단을 계승하는 주교단에 속하는 한, 사도들의 후계자라는 지위를 갖는 것이며, 이들은 사도들이 가졌던 주교직(사명과 권리,) ’(episcopato) 만 계승하고, 사도들과 동등하고 동일한 직위(사도 지위, 자격)(apostolato)를 계승하지 못함은 물론, 베드로의 후계자가 베드로의 교도적 무류권을 계승하는 것과는 달리, 사도들 개인들이 가졌던 보편교회에 대한 교도적 무류권을 계승하지 못한다. 이 무류권은 주교들이 교황과 일치되어 주교단을 형성할 때, 이 주교단(collegio episcoporum)이 보편 교회에 대한 무류권을 행사할 때만 주어진다. 즉 사도단을 계승하는 주교단을 이루어서 보편교회에 대한 교도권을 행사할 때에만 주어지는 것이다.
<제공, 최현순 (교의신학 박사, 현재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강사)> * 제목이, '베드로와 교황'인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위와같이 풀어서 올렸읍니다-Msgr. By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