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七克』
김춘화 크리스티나 교수 강의 2017.09.09
【겸손의 덕을 논함】論謙德
一.
겸손이란 자신을 낮은 자리에 두고, 낮은 곳에 앉히는 것이다.
▸ 하느님은 위대하지만
◦ 나는 보잘것없고
▸ 하느님이 아니었다면
◦ 태어나지도, 자라지도 못했을 것이며
◦ 현명할 수도 없고
◦ 지덕이 뛰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며
▸ 사리에 완전히 통할 수도 없었을 것임을 생각한다면
◦ 하느님께도 겸손해지고,
◦ 남들에게도 겸손해 질 것이다.
이것이 겸손이다.
二.
겸손은 덕의 뿌리이다.
▸ 모든 덕이 이 뿌리에 붙어 있으면
◦ 자라나고 우거지게 되지만
▸ 떨어지면
◦ 꺾이고 마르게 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겸손에서 잠시라도 떨어져서는 안 된다. 겸손은 선을 안내하여 선을 이끌어 오고, 선과 짝하여 선을 굳게 하며, 선과 동행하여 선을 감싸주는 것이니 겸손에서 잠시라도 떨어진다면, 교만이 틈을 타고 들어와 나를 완전히 무너뜨릴 것이다.”라고 하였다.
예) 대(臺)를 쌓는 것
토대를 단단히 해야 한다.
▸ 가벼운 모래로 쌓는다면,
◦ 쌓으면 쌓을수록
◦ 더욱더 위태로워질 것이며
◦ 더욱더 빨리 무너질 것이다.
예) 겸손은 선한 일을 할 재능의 가장 단단한 토대
▸ 겸손한 마음으로 재능을 쌓지 않는다면
◦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더 위험해 질 것이고
◦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더욱더 쉽게 무너질 것이다.
<성 그레고리우스>
“덕을 겸손으로 쌓지 않는 것은 가벼운 재를 움켜쥐고 회오리바람으로 향하는 것과 같고, 붉게 타오르는 화로 속의 숯덩이도 재로써 감싸두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꺼질 것이며, 크고 가득한 덕을 가진 사람도 겸손으로 지키지 않는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잃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성 베르나르두스>
“자신을 낮추는 것이 지나치다고 하더라도, 결코 스스로 이상히 생각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으나 털끝만큼이라도 남의 위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참으로 걱정해야 한다. 이는 문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아 문이 높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머리를 숙이는 것이 해롭지 않으나 머리를 들고 곧장 들어가다가는 머리가 부딪칠 때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
“마음을 만인의 아래에 두는 것이 해롭지 않으나 마음을 한 사람의 위에만 두더라도 해로움이 생길 것이다.”라고 하였다
성경에 “네가 높아질수록 자신을 더욱 낮추어라. 그러면 주님 앞에서 총애를 받으리라.”(집회서 3,18)라고 하였다.
예) 배
돛을 높이 달았어도, 물건을 많이 실어서 채우지 않는다면 뒤 집혀질 것이다.
▸ 사람이 나무라면
◦ 몸은 가지이고
◦ 마음은 뿌리이다.
▸ 나무는
◦ 가지가 무성하고 뿌리를 깊이 내려
◦ 위아래가 서로 호응해야
◦ 바람을 막을 수 있고
◦ 둥치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
▸ 모든 사람을 다스리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 마음을 모든 사람에게 굽혀야 한다.
▸ 지위가 남보다 높아도
◦ 눈이 어두워 볼 수 없듯이 하여야 하며
▸ 남의 덕이 나보다 뛰어나다면
◦ 타오르는 불을 보듯이 보아야 한다.
三.
사람은 착하면 착할수록 더욱더 겸손하고 몸가짐을 낮게 해야 한다.
예) 우물
우물이 깊을수록 물이 더욱 달다.
예) 꿀
벌집이 낮은 곳에 있을수록 꿀이 더욱 많다.
예) 황금
오금 가운데 가장 귀한 것인데, 가장 무거워 땅속 깊숙한 곳에 들어있다.
예) 과일
과일은 익으면 가지가 반드시 늘어진다.
예) 곡식
곡식은 여물면 이삭이 반드시 고개를 숙인다.
세상의 모든 것은 그렇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 무거움과 몸가짐을 낮게 하는 것은
◦ 연이어 오고
▸ 덕과 겸손은
◦ 함께 하게 된다.
무거움과 덕이 몸에 모일수록 더욱더 자신이 부족하다고 여기게 된다.
▸ 자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 아래로 향하겠지만
▸ 남을 얕본다면
◦ 위로 향할 것이다.
남음이 있다는 생각으로 남을 얕보는 것이 남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예) 거울을 가지고 해를 비출 때
거울 속이 여러 가지 것으로 채워져 있으면 거울에 비치는 해는 빛이 나지 않을 것이고 속이 비었다면 가까이 접근하여 볼 수 없을 것이며, 불마저 일어날 것이다.
▸ 비어 있기 때문에
◦ 받아들이고 모으며
◦ 불을 일으킬 수도 있다
예) 빈 사발
사람도 자신에게 만족해 버리면 덕을 받아들일 곳이 없어 다른 사물에 이를 수 없다.
예) 빈자리 수 ‘0’
이 빈자리는 수가 아니나
▸ 그것을 수의 뒤에 붙이면
◦ 십을 올려 백으로
◦ 백을 올려 천으로
◦ 천을 올려 만으로
빈자리를 붙이면 붙일수록 숫자는 더욱더 커지게 된다.
겸손과 다른 덕의 관계도 이 빈 자리와 정수의 관계와 같다.
그래서 “네가 한 일이 있어도, 오로지 일을 한 것이 없었던듯하면 하는 일들이 완전히 이루어질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四.
교만한 이들은 서로 다투는 일을 그만두지 않으나 겸손한 이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을 가장 편안하다고 생각한다.
1. 교만한 이들은 높은 곳을 찾는다.
▸ 높은 곳을 찾지 않는 이는 없으므로
◦ 모두가 다투고
▸ 높은 곳에 살고 있으니
◦ 위태로울 것이다.
2. 겸손한 이들은 낮은 곳을 찾는다.
▸ 낮은 곳을 찾는 이는 없으므로
◦ 홀로 편안하고
◦ 더 떨어질 일이 없다.
3. 교만한 이들은 겸손한 이들을 원수로 생각한다.
▸ 그들의 교만함을 바로 행할 수 없으면
◦ 반드시 겸손한 이들의 선례를 이어받아
◦ 자신을 덮어버린다.
4. 교만한 이들도 겸손이 좋은 덕이라는 것을 아니 겸손은 이로움을 받지 않을 때가 없다.
▸ 겸손은 교만에게만 원수가 될 뿐인데
◦ 원수마저도 보이는 곳에서는 등을 돌리지만
◦ 남몰래 빌리고 있다.
겸손은 참으로 좋은 덕이다.
五.
세상의 영화는 겸손의 덕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않을수록 욕됨에 가까워질 것이다.
1. 겸손에는 다른 영화가 없으며 오직 자신에게 만족하는 것이 영화이다.
▸ 겸손이 다른 영화를 함께 가지게 된다면
◦ 더욱 영화로워질 것이다.
예) 좋은 향기
자신만 향기롭게 할 뿐 아니라, 다른 것도 모두 향기롭게 만든다.
2. 교만한 이들만은 아름다운 덕과 뛰어난 재주가 있더라도 욕됨을 주고 더러움을 물들여 줄 것이다.
예)
◦ 어떤 사람 ~ “배움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어떤 것입니까?”
◦ 현자 ~ “작게 되기를 배우는 것입니다.”
◦ 어떤 사람 ~ “어떻게 하는 것이 작게 되는 것 입니까?”
◦ 현자 ~ “남에게 알려지고 싶어 하지 말고, 낮게 보이고 싶어 하십시오.” 라고 대답해 주었다.
<성 스타니슬라오>∙
어려서부터 장년이 될 때까지 언제나 덕을 닦을 것만을 생각해서 사람들은 다투어 그를 기렸는데, 갑자기 천사가 나타나 “너는 참되고 부지런히 덕을 닦았으나 모든 사람에게 숭배와 예찬을 받았기 때문에, 덕이 아직 높아지지 못하고 겨우 소학(小學)에 이르렀을 뿐이다.
앞으로 하느님께서는 남들이 너를 업신여기고 괴롭히게 하여 천하에서 가장 천하고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가까운 사람이나 먼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너를 미워하여 너와 말하기조차 달갑게 여기지 않도록 할 것인데도 네가 기꺼운 모습을 하고 즐거이 받아들이며 덕을 닦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을 수 있다면, 너는 대학(大學)으로 들어갈 것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六.
겸손한 마음은 훌륭한 덕과 뛰어난 슬기를 담는 그릇이다.
1. 다른 그릇은 부어 넣으면 넣는 만큼
▸ 차오르게 되지만
2. 겸손의 그릇은 부어 넣을수록
▸ 더욱더 비게 되어
◦ 부어 넣을수록 더욱더 담을 수 있게 된다.
3. 겸손은 다른 덕이 자라나면, 함께 자라난다.
▸ 덕이 채워질수록
◦ 자신이 더욱더 비었다고 생각해서
▸ 겸손이 두터워질수록
◦ 더욱더 겸손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 받으면 받을수록
◦ 더욱더 비게 되고
▸ 비면 빌수록
◦ 하느님은 더욱더 그에게 은혜를 내리신다.
<겸손한 이>
▸ 가난한 듯하지만
◦ 날로 부유해지고
▸ 천한 듯하지만
◦ 점 점 귀해지고
▸ 어리석은 듯하지만
◦ 매우 지혜롭고
▸ 세상 사람인 듯하지만
◦ 실은 하늘나라의 사람이다.
예) 서양 어느 나라에 현명한 임금
어느 날 길에서 두 사람을 만났는데 그들은 배고픔에 지친 모습에 누더기 옷을 입고, 성경을 외우며 하느님을 찬미하고 있었다. 이를 본 임금은 급히 수레에서 내려 그들에게 인사를 하니 모든 대신들은 달갑지 않게 여기며 “임금께서 필부들에게 몸을 낮추시다니!”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임금은 궁으로 돌아와 네 개의 궤짝을 만들게 하였고 그 가운데 둘은 지극히 곱게 만들어 황금으로 자물쇠를 만들게 하였으나 속은 말라빠진 뼈와 썩은 살 과 여러 가지 더러운 것으로 채우게 하고, 나머지 둘은 아주 소박하게 만들어 진기한 물건으로 채우게 하였다. 그리고 대신들을 불러서 “이들 가운데 어느 것이 더 값이 나가겠는가?”하고 물어보았더니, 모두 “겉이 아름다운 것이 더 나갈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임금은 “틀렸다.”고 하고는 아름다운 궤짝을 열게 하여 그 속에 있는 더러운 것을 보여 주면서 이렇게 이야기 하였다.“이것은 교만한 사람에 견줄 수 있으니, 그들의 겉에 나타난 빛은 곱고 아름다울지라도 그들의 마음은 어그러져 있으므로, 세상 사람들은 그들을 존중하더라도 하느님과 천사는 그들을 미워하여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그리고 이번에는 겉모습이 아름답지 않은 상자를 열게 하여 그 속의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이야기 하였다.“이것은 겸손한 사람에 견줄 수 있으니, 그들은 세상의 복을 가볍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겉에 드러나는 모습이 더럽고 여위었으므로 세상 사람들은 그들을 천하게 생각하더라도 속마음은 맑고 깨끗하며 사람이 해야 할 바른길을 넉넉히 행하였고 공훈이 많으므로 하느님과 천사는 그들을 매우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번 길에서 만난 두 사람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그러니 내가 수레에서 내려 그들에게 인사를 드린 것이 어찌 이상한 일이겠는가?”라고 했다.
4. 하느님의 지극히 자애로운 마음을 움직이는 것 중 겸손만한 것은 없다.
▸ 하느님의 자애로운 마음은
◦ 가난한 사람을 만나면 움직인다.
▸ 겸손한 이들은
◦ 자신이 매우 부족하고
◦ 아무런 가진 것이 없다고 생각하여
◦ 하느님께 언제나 바라는 것이 있으므로
하느님께서는 가련하게 생각하여 많은 것을 준다.
5. 하느님의 자애로운 마음은 부유한 사람을 만나면 움직이지 않는다.
▸ 교만한 이들은
◦ 자신을 가득 찼다고 생각하여
◦ 거의 바라는 것이 없으므로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버리며 함께 하지 않는다.
성경에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 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루카 1,53),
“정녕 주님의 권능은 크시고 겸손한 이들을 통하여 영광을 받으신다.” (집회서 3,20)
“그는 하소연하는 불쌍한 이를, 도와줄 사람 없는 가련한 이를 구원합니다. 그는 약한 이와 불쌍한 이에게 동정을 베풀고 불쌍한 이들의 목숨을 살려 줍니다. 그가 억압과 폭행에서 그들의 목숨을 구하리니 그들의 피가 그의 눈에는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시편 72,12~14) 라는 말씀이 있다.
七.
하느님의 위협과 분노를 푸는 것도 겸손만한 것이 없다.
성경에 “빈정대는 사람들은 성읍을 들끓게 하지만 지혜로운 이들은 화를 누그러뜨린다.” (잠언 29.8)
“부드러운 대답은 분노를 가라앉히고 불쾌한 말은 화를 돋운다.” (잠언 15,1) 라는 말씀이 있다.
예) 분노는 축국과 같다.
단단한 것에 부딪치면 세차게 튀어 오르지만, 부드러운 것에 부딪치면 멈춘다.
예) 사자(모든 짐승의 왕)
▸ 맞서는 것은
◦ 아무리 배가 불러도
◦ 반드시 죽여 버리고,
▸ 복종하는 것은
◦ 아무리 배가 고파도
◦ 반드시 놓아준다.
1. 남에게 죄를 지었다고 하더라도 겸손하면 반드시 벗어 날것이다.
▸ 태도를 겸손히 하면
◦ 맹수도 선(善)하게 만들 수 있고
▸ 말을 겸손히 하면
◦ 남의 분노도 풀 수 있으며
◦ 원수를 친구로 만들 수도 있다.
마음을 겸손히 한다면 하느님의 자애로운 마음을 감동시켜서 그의 분노를 풀 수 있을 것이다.
八.
겸손한 이들은 그에게는 덕이 없으므로 보답을 받을 것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 하느님은 이 때문에 보답을 해준다.
2. 그들은 참으로 하느님을 바라고 있지만, 와 줄 겨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하느님은 이 때문에 찾아와
◦ 바람대로 해줄 뿐만이 아니라
◦ 바라지도 않았던 것까지 더 주어
그들의 겸손에 이익을 준다.
예)
◦ 어떤 사람 ~ “하늘 나라는 어떻게 해야 갈 수 있습니까?”
◦ 성 아우구스티누스 ~ “참으로 겸손한 것이 첫 번째이고, 참으로 겸손한 것이 두 번째이며, 참으로 겸손한 것이 세 번째입니다.” 라고 대답해 주었다. 백 번을 물어보아도 한 번도 바뀌는 일이 없었다.
3. 하느님이 높여 주는 이는 오직 먼저 자신을 낮추는 사람일 뿐이다.
4. 하느님이 완성시켜 주는 이는 오직 먼저 자신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뿐이다.,
5. 하느님이 인정해 주는 이는 오직 먼저 자신을 잊어버리는 사람일 뿐이다.
6. 하느님이 무겁게 여기는 이는 오직 먼저 자신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일 뿐이다.
九.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길은 오직 겸손 뿐 이다.
예수님께서 가르치기를 ‘참된 복은 여덟 가지가 있다.’라고 하셨는데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마태오 5,3) 라고 한 말씀이 있다.
1.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
▸ 공덕을 자신에게 돌림이 없이
◦ 모두 하느님에게 돌리고
▸ 자신을 가득 찼다고 여기지 않고
◦ 자신을 믿지 않고
◦ 남을 모욕하지 않고
◦ 몸은 남들의 위에 있어도
◦ 마음은 남들의 아래에 두는 것
이 같이 겸손한 마음을 지킨다면, 반드시 위로 올라가 하늘나라의 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2. 겸손한 태도로 아래로 향하는 것
▸ 내려가는 듯이 보이지만
◦ 올라가는 것이요
3. 교만한 자세로 위로 향하는 것은
▸ 올라가는 듯이 보이지만
◦ 내려가는 것이다.
성경에“젊은이 여러분, 여러분도 마찬가지로 원로들에게 복종하십시오. 여러분은 모두 겸손의 옷을 입고 서로 대하십시오. “하느님께서는 교만한 자들을 대적하시고 겸손한 이들에게는 은총을 베푸십니다.” (1베드로 5,5) 라는 말씀이 있다.
예) 서울(임금이 사는 곳)
▸ 높은 산의 모퉁이든, 평지이든
◦ 임금에게 가까운 이는 귀해질 것
◦ 임금에게 멀어지면 천해질 것
▸ 존귀해지기를 바란다면
◦ 하느님과 가까워져야 한다.
그 방법은 겸손이다.
<성 프란치스꾸스>
그에게 어떤 벗이 있었는데, 그는 큰 덕이 있어 하느님께서 신목(神目)을 열어 주어 하늘나라를 환히 볼 수 있게 되었고 그곳에는 보좌가 매우 많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한 자리는 다른 것들보다 더 높았고, 빛이 나는 것도 매우 달랐다. 그는 그것을 기이하게 여겨 마음속으로 “세상 사람들이 공적을 많이 쌓았다 하더라도 이 자리에 맞을 사람이 있을까?” 라고 생각 했는데 이때 천사가 “이것은 존귀한 분이 앉을 자리로. 처음에는 교만 죄 때문에 하느님께 버림받았으나 그 뒤 자신을 뉘우치고 겸손의 덕을 쌓았으므로 하느님은 이것을 마련하여 프란치스꾸스의 겸손의 덕에 보답하려고 한다.”고 하였다.
그 벗은 감히 자신의 의사를 드러낼 수 없었지만, 마음속으로는 프란치스꾸스의 성덕을 한번 시험해 보고 싶어서 어느 날 프란치스꾸스와 함께 길을 가다가 “선생님은 자신을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하고 물어보았더니, 프란치스꾸스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 벗은 화를 발끈 내면서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이 매우 많은데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면, 진실하지 않은 것이 아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이에 프란치스꾸스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이라도 하느님이 그를 불쌍히 여겨주고, 귀여워하여 돌보아주며 도와준다면, 어찌 내 정도에 머무르겠습니까? 아마 힘을 다하여 착한 일을 하고, 마음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리워한다면, 반드시 나보다 훌륭해 질 것입니다. 나는 다만 이와 같을 뿐이니, 어찌 그들보다 더 나쁘지 않겠습니까?”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들은 벗은 한숨을 내쉬고 탄식을 하면서 “내가 전날 보았던 것을 이제 참으로 알게 되었도다.”라고 하였다.
▸ 프란치스꾸스는 자신을 남들보다 낮은 곳에 두었으나
◦ 하느님은 남들 위에 그의 자리를 미리 정해 두었다.
▸ 자신을 낮추면 낮출수록
◦ 하느님께서는 그를 더욱 높이 올려 주신다.
교만만은 천사를 마귀로 만들 수도 있고, 겸손만은 세상 사람을 천사로 만들 수도 있다.
十.
덕을 닦으려고 하면, 마귀는 반드시 해를 주려고 쉴 새 없이 사악한 생각과 더러운 감정들을 가지고 공격해 올 것이다.
1. 덕을 지키려고 한다면 그 공격의 해를 막아야 한다.
▸ 해를 막을 방법
◦ 자신을 겸손히 하여
◦ 하느님께 도움을 바라는 것이 가장 낫다.
(자신이 가진 덕의 힘을 믿어서는 안 된다.)
예)
◦ 어떤 이 ~ “마귀들은 늘 음욕으로 저를 공격해 와서 당해 낼 수 없는데 그 까닭은 무엇입니까?
◦ 현자 ~ “생각건대 당신이 당신의 무기를 버렸기 때문에 그와 맞서지 못하는 것입니다.”
◦ 어떤 이 ~ “당신께서 말씀하시는 무기는 무엇입니까”
◦ 현자 ~ “겸손과 참음입니다.”라고 대답해 주었다.
2. 마귀가 우리를 공격할 때
<교만한 이>
▸ 경박하고 자존심이 세서
◦ 그가 쌓은 덕의 기대어
◦ 그와 맞서니 굽히게 된다.
<겸손한 이>
▸자신에게는 기댈 만한 덕이 없다고 생각하여
◦ 오직 하느님이 도와줄 것만을 기대해
◦ 하느님이 맞서므로 쉽게 이겨낸다.
<성 안토니우스>
일찍이 하느님은 그에게 신목(神目)을 열어 주어 세상을 볼 수 있게 해 세상을 두루 살펴보았는데 어느 곳이나 마귀들 사람들을 빠뜨리려고 깔아놓은 덫과 틀과 함정들이 가득히 있었다. 이에 성인은 두려워하고 탄식하면서 “세상에는 험하고 위태로운 것들이 곳곳에 숨어있고, 또 많이 있으니 어느 누가 그것을 피하겠는가?”라고 하였더니, 갑자기 천사가 나타나 “마귀들이 만들어 놓은 그 험한 것들을 밟지 않을 이는 오직 마음이 겸손한 사람일 뿐이다.”라고 하였다.
<성 마카리우스>
그는 일찍이 마귀에게 공격을 받았는데, 이를 겸손으로 막아내었더니 마귀는 들어 올 수가 없었다. 어느 날 마귀는 모습을 드러내어서는 그에게 “이제 나는 졌다. 너는 오직 겸손으로 나를 이겨냈을 뿐이다.”라고 하고 떠났고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다. 마귀들이 와서 우리를 공격하는 것은 우리의 덕을 줄이고, 마음을 더럽히고, 공을 없애려는 때문일 것인데 우리가 겸손으로 맞선다면, 공격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공은 더욱더 커질 것이고, 침범하는 것이 심해질수록 우리의 덕은 더욱더 이루어질 것이니 무엇을 이롭다고 생각하여서 우리를 공격하겠는가? 라고 했다.
十一.
겸손한 이는 지혜롭고, 교만한 이는 어리석다.
예) 알렉산더 임금
그는 배우기를 좋아하였으나 매우 교만하였다. 어떤 현자는 그가 매우 거만하며 모자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고서, 그에게 “하느님은 당신께 지혜를 주려고 하였으나 생각건대 당신은 그것을 받을 수 없을 듯합니다.”고 하였다.
1. 교만은 산봉우리에 견줄 수 있다.
▸ 비나 이슬이 내리더라도
◦ 흘러가 버리고
◦ 머물지 않아
◦ 언제나 메마르다.
2. 겸손은 골짜기에 견줄 수 있다.
▸ 비나 이슬이 내리면
◦ 그곳에 머물러
◦ 오곡을 기르는 밭이 될 수 있다.
예) 서양 어느 나라에 큰 덕을 가진 선비
하느님은 그에게 큰 지혜를 내려 주어서 사방에서 찾아와 일을 물어보는 사람과 어려운 일을 풀어주기를 바라는 사람이 매우 많았으나 그는 감히 자신을 지혜롭다고 여기지 않고 반드시 하느님이 먼저 길을 열어 주기를 빌었다. 그리고 그 뒤에야 그들에게 대답해 주었는데 그는 죽을 때까지 이와 같이 하였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그의 벗에게 “평생 동안 했던 말 가운데 후회되는 말은 한마디도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릇된 말을 하기는 정말 쉽다.
▸ 큰 덕을 가진 선비가 평생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까닭은
◦ 단지 그의 지혜가 넓고 컸기 때문만은 아니고
◦ 자신에게는 지혜도 덕도 없으니
◦ 언제나 하느님에게 기대야 하며
◦ 감히 자신을 지혜롭게 여기지 않아서 이다.
성경에 “어떠한 길을 걷든 그분을 알아 모셔라. 그분께서 네 앞길을 곧게 해 주시리라.” (잠언 3,6) 한 말씀도 있고
“주님 앞에서 의로운 체하지 말고 임금 앞에서 지혜로운 체하지 마라.” (집회서 7,5) 라는 말씀도 있다.
<성 클레멘스>
“사람이 스스로 자신을 지혜롭다고 믿는다면, 이는 자신을 마귀로 만드는 것이다. 어찌 마귀가 와서 그를 어지럽히고 속이기를 기다릴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예)
◦ 어떤 이 ~ “어떤 이가 가장 지혜로운 사람입니까?”
◦ 현자 ~ “겸손한 사람입니다.”
◦ 어떤 이 ~ “가장 어리석은 이는 어떤 사람입니까?”
◦ 현자 ~ “교만한 사람입니다.”라고 대답해 주었다.
◦ 어떤 이 ~ “그 까닭이 무엇입니까?”
◦ 현자 ~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해 주었다.
“선택하는 것을 살펴보십시오. 겸손한 이는 내면을 선택하는데, 교만한 이는 겉모습을 선택합니다. 또 겸손한 이는 깨달음을 선택하는데, 교만한 이는 명예를 선택합니다. 또 겸손한 이는 중요한 것을 선택하는데, 교만한 이는 하찮은 것을 선택합니다.
겸손한 이는 골짜기를 고르므로 풍성한 복이 생기지만, 교만한 이는 산봉우리를 고르므로 바람이 불고 가뭄이 들고 위태롭고 흉년이 드는 등의 재앙이 생깁니다.
겸손한 이는 자신의 사욕을 이길 길을 선택하는데, 교만한 이는 남을 이길 길을 선택합니다. 또 겸손한 이는 열매를 고르는데, 교만한 이는 꽃을 고릅니다. 또 겸손한 이는 맛있는 것을 고르는데, 교만한 이는 색깔이 고운 것을 고릅니다. 또 겸손한 이는 참된 것을 고르는데, 교만한 이는 참된 것과 닮은 것을 고릅니다.
또 겸손한 이는 의(義) 바탕을 고르는데 교만한 이는 의(義)의 모습을 고릅니다. 또 겸손한 이는 죽은 뒤의 영원한 복을 고르는데, 교만한 이는 눈앞의 일시적인 편안함을 고릅니다.
겸손한 이는 낮은 곳을 고르므로 조용한 곳에서 편안히 삽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그를 높이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교만한 이는 높은 곳을 고르므로 다툼을 기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그를 낮추고 싶어 합니다.” 라고 말 했다.”
성경에 “빗나간 자의 길에는 가시덤불과 덫이 있어 제 목숨을 지키려는 이는 그것들을 멀리한다.” (잠언 22,5) 라는 말씀이 있다.
▸ 교만한 이(어리석은 사람)가 고르는 것들은
◦ 모두 참되지 않고
▸ 겸손한 이(지혜로운 사람)가 고르는 것들은
◦ 모두 참되다.
예) 옛날 어떤 현인
성경을 읽다가, 의문스럽고 알기 어려운 구절에 이르게 되자 한 해가 넘도록 거친 음식만을 먹고, 자신을 힘들게 하며 늘 하느님이 가르침을 내려주기를 빌었으나 가르침을 얻지 못하자, 명사를 찾아가 물어보려고 하였는데 갑자기 천사가 길에 나타나 이렇게 일러 주었다.
너는 한 해가 넘도록 거친 음식만을 먹으면서 기도를 했지만 하느님을 감동시켜 가르침을 내리게 할 수 없었는데 이제 겸손히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려고 하니 하느님은 나에게 이르기를 너에게 “자그마한 겸손의 공적이 한 해가 넘도록 힘을 들 인 공을 능가하며, 겸손은 진주와 같아 크기는 작아도 가치는 높은 것임을 깨닫게 해주라.“고 하였다.
【자신을 알아 겸손을 지킴】 識己保謙
一.
자신을 알면 겸손해 질 수 있다.
<성 이냐시우스>
“내가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오직 교만뿐이다.”라고 하였더니, 어떤 사람이 의심스럽게 여기면서 “교만스러운 생각은 가장 위험한 것이며 우리 마음에 들어오기는 쉬우나 피하기는 어려워 해로움이 큰데,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하고 물어 보았다.
이에 성인은 “사람이 자신을 알지 못하면, 교만이 들어오게 되는데 나는 부족하다는 것을 깊이 알고 있으니, 어찌 두려워하겠습니까?”라고 대답해 주었다.
예)
◦ 어떤 이 ~ “어찌하면 겸손해 질 수 있겠습니까?”
◦ 현자 ~ “겸손한 이와 사귀고, 교만한 이와 사귀지 마십시오.
성경에 “ 역청을 만지는 자는 손을 더럽히고 거만한 자와 어울리는 자는 그를 닮는다.” (집회서 13,1) 라는 말씀이 있으니 겸손한 이와 사귀면 당신도 겸손해질 것이며 자신의 잘못은 곰곰이 생각해 보고, 남의 잘못은 생각하지 마십시오. 또 남을 보는 눈을 옮겨서 자신을 돌이켜보고, 남을 따르지 자신을 따르지 마십시오. 라고 했다.
二.
지혜는 자신을 아는 데서 시작하여, 하느님을 아는 데서 완성되는데 하느님을 알면 하느님을 섬길 수 있다.
1. 나는 나와 갈라질 수 없는데 가장 가까이 있는 나도 알지 못한다면, 하느님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성 베르나르두스>
너희가 만약 두 가지 알아야 할 것을 지니고, 두 가지 알지 못하는 것에서 벗어난다면, 지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알면 겸손이 생겨나게 되는데, 이것은 모든 선의 시작이고 하느님을 알면 하느님을 사랑하게 되는데, 이것은 모든 선의 마지막이다. 이것이 두 가지 알아야 할 것이다.
자신을 알지 못하므로 교만이 생겨나는데, 이것은 모든 죄의 시작이고 하느님을 알지 못하므로 하느님에게 바라거나, 하느님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이것은 모든 악의 마지막이다. 이것이 두 가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三
겸손을 지켜 헛되이 자랑함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자신의 잘못을 생각하고 그것을 마음에 지녀서 자신을 누르는 돌로 삼아야 할 것이다.
1. 바람이 불어오더라도(헛된 명성, 헛된 생각)자신의 덕을 흩어버리지 못할 것이다.
예)벌
몸이 가벼워 바람에 날리므로 바람이 장차 불어올 것을 알면, 미리 모래와 돌을 끌어안아서 자신을 눌러 둔다.
<성 크리소스토무스>
“스스로 하루의 잘못만을 반성해 보더라도 평생토록 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며, 평생토록 지은 많은 죄를 반성해 본다면, 어찌 덕을 지키지 못하겠는가?”라고 하였다.
2. 겸손을 보존하고 교만을 피하려면 오직 자신을 살펴야 할 것이다.
예)공작
아름다운 무늬를 가진 새인데 사람들이 자신을 보아주면 기뻐하여 날개 끝을 펼쳐서 보여주다가 그의 더러운 발이 보이면, 부끄러워하면서 펼쳤던 아름다운 무늬를 거두어 들인다.
▸ 금수는 지각이 없으나
◦ 그것들도 조그마한 나쁜 점이 있으면
◦ 전체의 아름다움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이같이 사람들도 조그마한 아름다움으로 전체의 나쁜 점을 덮을 수는 없다.
<성 아타나시우스>
서양의 옛 학자인데, 그의 문하에서 나온 이들 가운데는 빼어나고 뛰어난 선비들이 많아서 배움을 얻고자 하는 이들은 천만리 길을 멀다 하지 않고 그를 찾아왔는데 어떤 사람은 “아타나시우스를 따르면, 첫해에는 자신을 지혜롭다고 여기고, 이듬해에는 학문에 힘을 쓰게 되고, 그 다음 해에는 자신을 어리석다고 여기게 된다.”고 하였다.
▸ 처음 문하에 들어왔을 때 ~
◦ 든 것이 없는데도
◦ 이미 깨달은 듯해 남을 업신여기고
◦ 자신의 능력을 믿어 마음속으로
◦ 자신을 슬기롭다고 여긴다.
▸ 이듬해 ~
◦ 학문 속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
◦ 그 오묘한 도를 조금씩 엿보게 되면
◦ 급속히 끌려가는 마음을 막을 수 없게 된다.
▸ 다음 해 ~
◦ 도가 깊이 쌓여지는데
◦ 도가 깊이 쌓여 질수록 덕의 정밀함은
◦ 더욱더 단단해져
◦ 자신을 돌아보면 처음 배우는 듯해
◦ 가진 것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 앞으로 더 나아가면 ~
◦ 그의 조예가 깊어질수록, 지식이 뛰어나질수록
◦ 그의 마음을 더욱 환히 알게 되어
◦ 마침내 아는 것이 없는 사람과 같아질 것이다.
四.
참된 덕은 채워질수록 거짓된 기운이 떠나게 된다.
예) 빈 술잔,
술잔에 공기만 가득 차 있다면, 맛있는 술을 조금씩 채워나갈 수 있는데 술이 들어 갈수록 공기는 그만큼 나가게 되어 맛있는 술이 점차 채워질수록 공기는 없어지기 때문이다.
▸ 맛있는 술이 술잔에 가득 차 있다면
◦ 조심스럽게 지켜서
◦ 공기가 다시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덕으로 나아가려는 이가, 그가 도달한 곳이 참된 덕에서 멀리 떨어졌다고 느낀다면, 그가 참된 덕으로 나아간 것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성 그레고리우스>
“사람들은 덕으로 나아가는 것이 깊어질수록, 그리고 선을 닦는 것이 정밀해질수록 자신을 더욱더 비었다고 생각하여, 자신의 몸가짐을 더욱더 낮게 한다.”고 하였다.
▸ 하느님이 지극히 맑다는 것을 안다면
◦ 자신은 잘못을 많이 했으나
◦ 선행은 얼마 하지 않았음을 더욱더 명확히 알 것이어서
◦ 이미 이르렀다 하지 못하고
◦ 아직 시작도 못했다고 느낄 것이다.
<성 프란치스꾸스>
이미 성인의 경지에 들어갔으나 오히려 날마다 자신에게 “프란치스꾸스야, 덕으로 갈 길은 지극히 먼데 아직까지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으니, 이제라도 빨리 걸어서 전날의 게으름을 보충해야 할 것이다”라고 소리쳤다.
五.
겸손의 덕이 최상의 경지에 오르는 데는 일곱 단계가 있다.
1. 자신이 죄인임을 알고, 자신이 보 잘 것 없는 존재임을 깨닫는 것
2. 마음속으로 깊이 뉘우치는 것
3. 밖에 환히 알리는 것
4. 남들에게 내가 죄를 지었음을 믿게 하는 것
5. 남들이 비난한다는 소문을 전해 듣더라도, 참고 받아 들이는 것
6. 모욕하고 업신여기더라도 즐거워하며 성내지 않는 것
7. 자신에게 모욕을 입혀 주기를 깊이 바라는 것
예)
◦ 어떤 이 ~ “사람이 죄를 짓고서 스스로 그 잘못을 숨기지 않아야 함을 안다면 겸손한 것입니까?”
◦ 빤또하 ~ “아닙니다. 그의 참 마음을 보아야 합니다. 참으로 겸손한 이는 자신의 죄를 알았다면, 자신을 매우 겸손히 하고 뉘우치며, 반드시 고칠 것을 기약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그의 참된 잘못을 명확히 보여주고 가령 모욕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사실이라고 하며 그 죄를 자신의 것으로 인정하고, 굳건히 참고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이제 이야기하는 겸손은 아마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 듯합니다. 왜냐하면 이 역시 스스로 그의 죄를 안 것이기는 하지만, 헤아려 보니 반드시 드러날 듯하여, 차라리 스스로
그의 죄를 내어 보인 것이기 때문이니 속인 것이 아닌 듯하지만, 실제로는 남들이 그에게 죄가 있다고 믿기를 바라지 않으면서, 오히려 겸손하다는 기림을 얻으려고 한 것입니다.
따라서 아마 자신을 호되게 꾸짖어 그의 겸손을 거짓되게 보여 주었다고 하더라도, 남들이 그를 꾸짖는다면 끝내 참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는 겸손이라는 이름을 껴입어서 교만한 바탕을 숨기려는 것이고, 남보다 모자란 것을 도리어 남보다 뛰어나게 보이려고 하는 것이니, 겸손에서는 더욱 멀어질 것이며, 교만으로는 더욱 깊이 들어갈 것입니다.”
▸ 똑같이 죄를 알리고 드러낸다고 하더라도
◦ 겸손한 이는 겸손을 지키지만
◦ 교만한 이는 교만을 늘린다.
六.
겸손한 이는 교만해질까 두려워 덕을 드러내려 하지 않으나 교만한 이는 죄를 짓더라도 모욕을 받을까 두려워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 겸손과 교만은 저절로 드러나게 되어있다.
◦ 둘 다 숨길 수 가 없다.
▸ 불길을 쌓으면
◦ 연기가 생긴다.
▸덕과, 겸손을 쌓으면
◦ 영화가 온다.
▸죄와, 교만을 쌓으면
◦ 욕됨이 온다.
<성 그레고리우스>
“성인들은 언제나 겸손의 덕을 지키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스스로 아는 것이나 착한 일을 한 것이 있다는 생각이 일어나면, 아직 알지 못하는 것, 착하지 않은 일을 했다는 것, 그리고 아직까지 착한 일을 행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생각을 돌려 곧 부족한 점을 생각하여 남음이 있다고 자랑하지 못하게 하였던 것이다.
그들은 마치 헌 옷을 사는 사람이 옷을 구석구석 살펴보아서 찢어지거나 구멍이 난 곳이 있으면, 지적하여 값을 깎으려는 것과 같이 하였다.”고 하였다.
七,
덕은 겸손이 아니면 이룰 수 없다.
예)
성현들은 겸손을 지키는 것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생각하였다.
▸ 자신을 볼 때는
◦ 단점을 보고
▸남들을 볼 때는
◦장점을 보았다.
▸ 그들이 아직 이루지 못한 작은 선을 남들의 큰 선과 견주어
◦ 언제나 스스로 그들이 게으르다고 꾸짖고
◦ 스스로 그들의 덕에 힘을 쓰며
◦ ‘나는 남만 못하다’고 하였다.
성현들은 이렇게 겸손을 길렀다.
예)어리석은 이들
자신을 볼 때는 장점을 보고, 남들을 볼 때는 단점을 보아 ‘남들은 나만 못하다’고 한다.
▸ 자신의 죄악을 남들의 더욱 큰 죄악과 견주어
◦자신의 죄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리석은 이들은 이렇게 교만을 기른다.
八.
남의 나쁜 점을 보았더라도, 용서해 주어야 한다.
▸ 참모습을 조사하여 밝히지 못했다면
◦ 드러나는 모습에서 본 것일 뿐
◦ 그의 뜻이 나쁘지 않았더라도
◦ 우연히 그런 일을 이룰 수도 있으니
◦ 오히려 용서해 주어야 할 것이다.
▸ 자신이 스스로 만든 악은
◦ 스스로 명확히 알고 있는데도
◦ 감추어두고 있으니
◦ 남에게는 용서받아도
◦ 자신에게 용서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 자신에게 실제로 나쁜 것이 많이 있음을 명확히 알고 있으면서
◦ 스스로 뉘우치지 않고
◦ 자그마한 한 가지 선으로써
◦ 저들보다 낫다고 하니
◦ 심한 거짓이다.
<지혜로운 사람>
▸남의 죄가 내 죄보다 무겁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 남의 죄악을 보는 것이
◦ 나의 죄를 보는 것처럼 밝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성 베르나르두스>
그의 제자들에게 “너희는 자신을 높게 생각하지 말고, 결코 남과 견주지도 말며, 큰 것과도 견주지 말고, 작은 것과도 견주지 말며, 서로 비슷한 것과도 견주지 말라. 사람은 남과 견주려는 것이 싹트면 교만해지는데, 이것은 위태로움의 기틀이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또 “사람이 비록 자신의 좋은 점과 남의 나쁜 점을 환히 알고 있어도, 만약 견주려는 마음이 생겨나면 나를 자랑하고 남을 헐뜯는 두 개의 착하지 못한 마을을 가지게 된다. 더욱이 지금은 착해도, 뒷날 악하게 된다면, 저승의 마귀의 고통 속으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할 수 없을 것이며, 또 지금은 악해도, 뒷날 착하게 된다면 끝내 천사의 즐거움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九.
덕을 닦는 이들은 남들이 알아 줄 것을 경계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그렇다고 여기는 것을 더욱더 경계한다.
<덕이 있는 이들>
▸ 감출 수 있는 것을 귀하게 여길 뿐만이 아니라
◦ 잊을 수 있는 것을 더욱더 귀하게 여긴다.
◦ 본인은 잊었다고 하더라도
◦ 하느님은 잊지 않을 것이다.
▸ 잊어버리면
◦ 전날 가졌던 것은
◦ 이미 없어진 것으로 해
◦ 날(日)이 부족할 뿐이니
◦ 날마다 덕으로 나아갈 것이다.
▸ 만약 잊지 않는다면
◦ 지난날의 선을 참된 것이라 굳게 여기고
◦ 그 속에 안주시킬 것이니
◦ 덕은 반드시 날마다 없어질 것이다.
十.
덕으로 가는 길은 잠시도 멈추어서는 안 된다.
▸ 단 한 번이라도 선으로 나아가려고 하지 않는다면
◦ 바로 악으로 물러나게 될 것이다.
<성 바울루스>
“형제 여러분, 나는 이미 그것을 차지하였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나는 내 뒤에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향하여 내달리고 있습니다.” (필리피 3,13)
예) 목표를 향해 걷는 것
▸ 앞으로 나가는 한 걸음은 바로 뒤로 물러나는 한 걸음
◦ 어느 곳으로 갈 수 있는가를 물을 뿐
◦ 어느 정도를 지나야 하는가를 묻지 않으며
◦ 손을 흔들고 발을 부지런히 옮기면
◦ 갈 곳에 이르게 된다.
▸ 만약 뒤의 길을 돌아본다면,
◦ 반드시 앞으로 나갈 기운이 꺾이게 되고
◦ 다시 뒤로 물러나게까지 된다.
예)
작은 배를 타고서 세차게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갈 때 힘을 다해서 노를 저으면 올라가지만, 잠시라도 멈추면 물을 따라 내려가게 되는 것과 같아 막을 수가 없다.
<성 베르나르두스>
“덕의 존귀함을 알아서 덕을 닦아야지 자랑하여서는 안 되고 이 같이 한다면 하나를 닦더라도 그것을 배(倍)로 만들 것이다.
예)두 하인
주인에게 충성하고, 주인을 사랑하는 것도, 부지런히 힘쓰는 것도 똑같은데 그 한 사람은 자신의 일로 여기면서 일을 하는데, 또 한 사람은 할 수 없이 한다면, 너희는 누구를 더 낫다고 하겠는가? 혹시 힘을 들이는 것은 똑같더라도 주인에게 사랑 받는 것은 다르지 않겠는가?
성경에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 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루카 17,10) 라는 말씀이 있다.
十一.
남의 눈에 너희의 덕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자신의 눈에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 사람의 생각은 언제나 자신이 즐겁게 기억하는 것에 모인다.
◦ 자신이 했던 나쁜 일이나
◦ 아직까지 하지 못한 착한 일은
◦ 모두 기억하려 하지 않고
◦ 적게나마 행했던 착한 일을 생각하며 위안하려고 한다.
▸ 조그만 착한 일을 생각하면서
◦ 많은 나쁜 일들을 모두 잊고 있으니
◦ 죄의 가운데 머물면서 스스로 알지 못하고 있다.
예) 빚 진이
일부분을 갚고 완전히 갚았다고 할 수 없고, 다 갚아야만 완전히 갚았다고 할 수 있다.
예) 나그네가 가야 할 곳
어느 정도 지나왔는가가 아니고, 아직 얼마를 더 가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 지나지 못한 길이 끝없이 다가오고
◦ 이미 지나온 길은 더욱더 쓸모없이 떠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十二.
덕은 하느님에게 귀의하는 길이며 매우 멀다.
▸ 생각이 하느님께 이른다면
◦ 자그마한 선으로써 자신을 자랑할 수 없고
◦ 오직 나쁜 것이 많았음을 스스로 근심할 것이다.
◦ 한 가지 나쁜 것을 우연히 없애버렸음을 기뻐하지 못할 것이며
◦ 하느님께 완전한 선을 아직 갚아 드리지 못했음을 두려워할 것이다.
예)성인은 날마다 앞으로 해야 할 선행을 살펴본다.
▸ 그의 빛은 만방을 비추지만
◦ 자신은 그 빛을 보지 못하고
▸ 그의 힘은 천하를 들 수 있지만
◦ 자신은 그 힘을 느끼지 못한다.
▸ 어떤 일을 할 때에는 하느님의 능력이 드러나지만
◦ 일을 한 뒤에는 기억하는 눈을 감아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