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七克』
김춘화 크리스티나 교수 강의 2017.7.8
【예찬을 듣는 것을 경계함】戒聽譽
一.
예찬을 듣고 기뻐하면 참된 덕, 참된 행실, 중요한 일이 모두 무너지게 된다.
예)
음악을 들으면 귀에 배게 되고, 마음에 쌓여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저절로 생각하게 되어, 익힌 일들이 모두 없어지게 된다.
▸예찬이 언제나 귀에 남아있고 마음에 쌓여 있는 사람
◦찬미하는 말이 귀에 배어
◦지난 뒤에도 생각하고
◦매우 기뻐하므로
참된 덕, 참된 행실, 중요한 일이 모두 무너지게 된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예찬을 들으면 어리석게 되며, 이미 들은 뒤에 스스로 기뻐하면 마음이 어지러워져 사리를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二.
사람의 감정은 끊임없이 바뀌므로 어떤 사람이 자신을 기리는 것은 헐뜯으려고 하는 것이다.
▸기림을 좋아하면, 그것으로써 나를 헐뜯을 것이다.
예)어린이 놀이
아이들이 놀이를 할 때, 한 아이를 추대하여 대장으로 삼고 종이 관을 씌우고, 새끼로 허리에 띠를 둘러주고 큰 소리로 호위하면서 높이 받드나 한번 추대하고 나면, 모두 웃으면서 놀린다.
▸얼굴을 마주하여 기리는 사람은 거울과 같다.
◦거울에 비치는 모습은 닮지 않은 곳도 없고
◦거꾸로 되지 않은 곳도 없다.
▸아첨하는 이들의 말은 마음과도 같을 듯하지만, 등 뒤에서 논평하는 것은 다 상반되어 있다.
처음에는 아첨을 하다 얼마 되지 않아 아첨을 받았다는 것으로써 그를 나무라는 것이다.
예)벌
꿀은 매우 달지만 침은 매우 독해 꿀을 가지려면 쏘이게 된다.
예)이솝 우화
까마귀가 나무 위의 둥지에서 고기를 쪼아 먹고 있었는데 여우는 매우 약은 짐승이라, 그 고기를 손에 넣고 싶어서 사리에 맞지도 않는 말로 아첨하여 “사람들은 ‘검기가 까마귀와 같다’고들 하나 깨끗하기가 눈과 같습니다. 그러니 아마 모든 새들의 임금이 되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까지 당신의 부드러운 노래 소리는 들어보지 못하였습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까마귀가 매우 기뻐하면서 까악까악 하고 노래를 불렀더니, 고기는 곧 땅으로 떨어져버렸다.
여우는 고기를 물고서 까마귀를 비웃었는데, 이는 외모가 검다는 것과 어리석다는 것을 함께 비웃은 것이다.
三.
지혜로운 이들에게는 면전에서 하는 예찬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 감히 예찬을 하지 않을 것이다.
▸오직 너희에게 얻고 싶은 것이 있는데 얻지 못한 사람이나
▸너희를 속일 수 있는 바보라고 생각한 사람들만
◦면전에서 아첨하며
◦너희의 어리석음을 늘리고
◦얻고 싶었던 것을 얻으려고 할 것이다.
▸이미 얻었다면,
◦너희의 교만함을 나무라고 어리석음을 비웃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니까 귀를 기울여 헛된 기림을 듣지 말고 비웃음과 나무람을 받지 말아야 한다.
예)원숭이
개처럼 집을 지킬 수도 없고, 말처럼 짐을 질 수도 없으며, 소처럼 밭을 갈수도 없이 단지 사람들을 웃고 즐겁게 할 수 있을 뿐이다.
면전에서 아첨하는 이는 원숭이와 같다.
四.
면전에서 남을 기리는 해는 면전에서 헐뜯는 것보다 나쁘다.
▸헐뜯는 것은 나쁜 점을 드러내는 것이니 자신의 허물을 알아 겸손하게 되나, 기리는 것은 나쁜 점을 덮어 주는 것이니, 자신의 허물을 잊고 뛰어나다고 생각하게 된다.
<성 그레고리우스>
“어려운 일을 겪더라도, 그의 바름을 잃지 않는 이는 많으나 칭찬과 기림을 받은 뒤에 바름을 잃지 않을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세네카>
“사람을 바름에서 떨어지게 하는 것 가운데 칭찬 듣기를 좋아하는 것과 같은 것은 없다.”고 하였다.
▸면전에서 남을 기리는 이들은 사람들을 악에 붙들어 놓는다.
◦악한 이들은 타이름을 두려워하는데
◦더욱이 칭찬까지 듣게 된다면 깨닫지 못하게 되어 날로 악에 빠져 들어가게 된다.
<아우구스티누스>
“칭찬해 주고 기려 주는 이는 많이 있는데, 타일러 주고 꾸짖어 주는 이는 많지 않다면, 하느님의 큰 노여움을 받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을 기리는 말이 들려오면,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매질하는 듯이 생각한다.
예)라디슬라이우스 라는 현명한 임금(서양)
어떤 이가 그의 덕을 칭송하자, 그의 얼굴을 때렸다. 다른 이가 이상스럽게 생각하며, “그는 임금님을 칭송하였는데 왜 때리셨습니까?”하고 물어보았다.
이에 “단지 그에게 갚아 주었을 뿐이다. 왜냐하면 그가 먼저 나의 귀를 때렸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해 주었다.
▸아첨을 받는 죄와 아첨을 만드는 죄는 똑같다.
◦그들을 때리지는 않아도, 그 때문에 기뻐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오직 기뻐해 주기만을 바라는데, 바라는 것을 얻지 못하면 그만 둘 것이다.
예)무사(武士)
제자에게 장검을 쓰는 기술을 가르쳤고 많은 이가 그 제자를 칭찬하였는데, 선생은 뜻밖에도 그를 꾸짖으며 “너는 아직까지 최고의 경지에 오르지 못하였다. 만약 그 경지에 올랐다면, 너를 칭찬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五.
순수한 덕은 칭찬을 기다리지 않는다.
(부족한 점이 있어야 기리는 말로 채우게 된다)
예)해,달
해는 둥근데 아무도 둥글다고 기리지 않는데 날은 흐린 날도, 개인 날도 있으므로 개인 날을 기리는 것이고, 달은 보름달도, 반달도 있으므로 보름달을 기리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도 이와 같다.
<성 프란치스꾸스>
덕행이 매우 많아 칭송이 자자하였는데 그의 제자들에게 자신을 기리는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을 헐뜯게 하였다. 남들이 지혜롭다고 하면, 어리석다 하고, 재주 있다고 하면, 서툴다 하게 하였다.
어떤 사람이 일부러 그에게 악명을 입혔더니 그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이는 나에게 그런 것이 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인데 아직까지 당신처럼 나를 잘 아는 이는 없었습니다.”라고 하였다.
<성 도미니꾸스>
도로샤에서 많은 사람들을 교화시켰는데, 얼마 뒤 카르카스로 거주지를 옮겨서 까닭을 물어보았더니 “도로샤에는 나를 공경하고 기리는 이들이 많아 그곳에 살고 있으면 헛된 기쁨이 오기 쉬울 것인데 카르카스에는 나를 헐뜯는 이들이 많아 참된 겸손을 지키기 쉬울 것이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어떤 사람∼“명예는 덕을 따르는데, 북채로 북을 두드리면 소리가 나는 것과 같이 반드시 삼가고 조심해야 하며 덕을 닦으려고 한다면 그것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하기에
▸빤또하∼자신이 가진 덕을 남에게 알리고 싶은 것은 죄가 아닌데 성경에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오 5,16)고 하였습니다. 곧 오직 덕만을 자신에게 돌려야지, 만약 선으로써 명예를 도모한다면 이것은 죄가 된다는 말입니다.
六.
영화와 기림에는 헛된 것, 참된 것도 있으니 헛된 것은 끊고, 참된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하여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 세 가지 있다.
1. 영화와 기림을 받게 된 일
내가 영예를 받게 된 일이 이치에 맞고 참된 것이라면, 옳다 하겠지만, 사실이 아니라면 부끄러운 일이고 내가 받을 것이 아닌데도 받아들였다면 도둑질 한 것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나는 어떤 사람이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갖지 않은 것으로써 나를 기리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것은 나를 기리는 것이 아니라 기리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이름만 나에게 매어놓은 것일 뿐이다.”라고 하였습니다.
2. 나에게 영예를 준 사람
“나를 기리는 사람이 밝거나 진실 되지 않다면, 헛된 것과 참된 것을 가리지 못하는 사람이니, 그의 말을 들어서는 안 되며 더러운 사람이 나를 기리도록 한 것과 더러운 일로 나를 기리는 이 두 개의 모욕은 똑같다.”고 하고 또 “네가 나쁜 무리들에게 비방을 받지 않았다면, 너의 덕은 아직까지 참되지 않다.”라고 할 것이다.
자신을 기리는 이가 몇 사람인가를 말하지 말고 오직 어떤 사람인가를 말하라.
3. 영예를 꾀하는 사람의 의지
명예를 잡으려는 사람들은 자신만 볼뿐, 하느님을 찬송하거나 남들을 위해서 이로운 일을 하겠다는 마음은 없으니 그들의 영화는 매우 헛된 것이다.
그러므로 명예는 바라거나 사랑할 만한 것이 아니고 오직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는 것이 있어야만 비로소 바랄 만 하고 사랑할 만한 것이 된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덕이 있다면 남들에게 보여주고, 하느님을 찬송하여 모든 덕의 근원이 하느님임을 알게 해 주어야 한다.
▸각자가 그들의 게으름을 경계하여 채찍질하고
▸하느님의 가르침을 공경하고 따르게 된다면,
◦ 사람을 사랑하는 참된 마음으로 사람을 섬김에 크게 이로움이 있게 되고
◦명예도 귀하게 여길 수 있다.
【귀해지기 좋아하는 것을 경계함】戒好貴
一.
착한 덕만이 영원히 기댈 수 있으니 지위가 높다 하더라도 믿거나 기대지 말아야 한다..
▸귀한 지위보다 더 쉽게 자리가 바뀌고 흘러가는 것은 없다.
▸귀한 지위를 얻고 싶어 하는 것은 진흙 속의 미꾸라지를 잡는 것과 같다.
◦꽉 잡으려고 할수록 더 빨리 잃어버린다.
▸세상의 높은 지위와 권위는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지극히 짧다.
예) 천둥 번개
비가 오려면 검은 구름이 깔리고, 천둥과 번개가 뒤섞여 오고 사람들은 모두 그것을 피하나 비가 그치고 구름이 흩어지면 천둥과 번개는 모두 사라지며, 남는 것은 오직 진창길뿐이다.
▸세상을 떠나면, 전날의 명성과 위세는 모두 진창길에 남으니, 귀중하다고 할 수 없다.
<성 베르나르두스>
어느 나라의 임금을 가르치며 “당신은 지위가 존귀하고 높아 뭇사람들과 매우 다르다 생각할 것이나 당신의 몸은 뭇 사람들과 똑같아 언젠가는 재가 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십시오.”라고 하였는데 이 두 가지 생각을 함께 한다면, 자신이 존귀하고 높다는 것을 잊을 것이다.
예)옛날 어느 나라의 임금
백만의 군사를 거느리고 출정하여, 들판에 진을 치고 높은 곳에 올라서 살피다가, 문득 웅대한 마음이 일어나 스스로 ‘백만의 군사를 누가 막겠는가? 그런데 나는 그들의 임금이니 높고도 귀하다’고 생각하다가 이것이 교만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반성하여 ‘아니다 백 년이 지나기 전에 저 백만의 군사는 모두 죽을 것이고, 나도 죽을 것인데 수많은 죽을 사람들의 임금일 뿐이니 무엇을 자랑할 수 있겠는가?’라고 생각하였다.
▸물이 흐를 때는 얕은 물, 깊은 물, 큰 물, 작은 물로 나누나 바다로 들어가면 다 물일 뿐 이다.
◦ 어느 것이 깊고, 컸으며, 얕고, 작았는지 알 수 없다.
▸인간이 살아 있을 때는
◦귀하고 천한 것이 물이 얕고, 깊고, 크고, 작다고 하는 것과 같다
▸목숨이 다하면,
◦바다로 들어 갈 것이니, 귀하고 천한 것이 없게 된다.
예)물건의 모습
정교하게 하려고 할수록 허위가 들어가게 되고, 허위가 들어갈수록 더욱더 사람을 속이게 되며, 정교하게 하려고 할수록 원래의 것과 비슷하게 되고, 비슷하게 될수록 더욱더 진짜로 오인하게 되나 그것은 진짜가 아니라 진짜를 본뜬 것일 뿐이다.
예)세상의 지위
존귀해지면 질수록 더욱더 허위가 들어가게 되고, 허위가 들어가면 갈수록 더욱더 사람을 속이게 되며 존귀해지면 질수록 바랄만한 것으로 보이고, 바랄만한 것으로 보이면 보일수록 더욱더 그것을 참된 복이라고 오인하게 되는데 사실 참된 복이 아니라 참된 복의 그림자일 뿐이다.
二.
높고 귀함은 선한 사람, 악한 사람이 모두 가질 수 있는 것이니, 참된 복이라 할 수 없다.(참된 복은 착한 사람만이 가지는 것)
▸어떤 사람 ~ “사람의 마음을 가장 많이 흔들어 쉴 수 없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하고 물어보았다.
▸현인 ~ “높은 지위를 얻으려고 하는 것으로 높은 지위를 손에 넣기를 바라서 편안할 수 없고, 이미 높아졌으면, 잃을까 걱정하여 쉴 수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해 주었다.
예)만물의 근원
만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흙, 물, 공기, 불이다.
예)모든 죄의 근원
모든 죄를 만들어 내는 것은 귀해지기를 좋아하는 것과 재물을 탐내는 것 이다.
1<세네카>
“귀해지기를 좋아하는 이는 회오리바람과 같아 자신이 먼저 빙빙 돈 뒤에 다른 사물까지 돌려놓는데 이는 산에 바위가 가만히 있을 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무너진 뒤에는 닿는 것마다 상처를 입고, 맞서는 것은 부수어지는 것과 같다. 사람들이 자신의 착한 점을 자랑할 때에는 자신보다 아랫사람만 보나 귀해지기를 바랄 때에는 오직 자신보다 윗사람만 본다.
그런데 귀해지고 싶으면, 반드시 정신과 몸을 삼가고 두려워하면서 다스린 뒤에야 얻어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그들을 눌러서 막아버리거나, 어려운 처지에 빠뜨려 버릴 것이다.
그러니 나의 귀함이 남을 놀라게 하고 두렵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귀함이 나를 놀라게 하고 두렵게 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높은 지위를 엿과 같이 단 것으로 생각해 바라는데 얻지 못해도, 얻어도 바라므로 욕망의 기운은 날로 더욱 강해져 간다.
예) 당뇨병에 걸린 사람
물을 마시면, 증세가 잠시 가라앉는 듯 하나 얼마 뒤에는 더 심해지게 되는 것과 같다.(물이 도리어 장작이 됨)
三.
높은 지위를 좋아하는 사람은 만족을 몰라 아직 가지지 못한 것을 바랄 뿐,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은 누리지 못한다.
▸이는 배불리 먹고 다시 더 먹는 것과 같아, 결국 토해버릴 것이니 모두 쓸데없는 일이다.
<성 그레고리우스>
“존귀해지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남의 위에 군림하고 싶어 하나 자신은 교만이라는 마음의 움직임에 굽히고 있으니, 다른 사람의 주인이 되고 싶어 하면서도, 먼저 그의 욕망의 노예가 되어 있다.”고 하였다.
▸만약 귀해지고 싶어 한다면,
◦자신을 수고롭게 하고
◦자신을 낮추게 하는 것이다.
▸만약 귀함을 얻었다면,
◦자신에게 더욱더 많은 것을 도와주어
◦자신을 누르게 하는 것이다.
예) 바라는 것이 생겨나면 바로 그 모습을 이루게 된다.
귀함을 바라면➝매우 큰 저택이 생각나고➝바삐 오가며 자신을 받드는 이들이 생각나고 보이며➝높은 단과 넓은 자리에서 위엄을 가지고 군림할 것도 생각나고➝남들을 거느릴 것도 생각나고➝원수를 잡아들여 보복할 것도 생각나고➝앞에서는 언제나 벽제를 하고➝뒤에서는 나를 호위하는 수많은 수레와 말들도 생각나고➝나에게 아첨하는 많은 사람들이 올 때마다 내 얼굴빛이 즐겁게 될 것도 생각나고➝어떤 사람을 땅바닥에 내칠 수도, 하늘위로 끌어 올려 줄 수도 있다는 것도 생각나고➝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하소연하면 그들을 불쌍히 여겨줄 수도➝용서해 줄 수도 있다는 것도 생각나고➝나를 천상의 사람처럼 높여서 인사를 하면 호언장담을 하며 받아 들이기도 하고➝ 때로는 겉으로 사양하는 모습을 하기도 할 것도 생각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마음을 에워싸고 박히게 되면 그림자를 쫓는 것처럼 정신을 잃을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쓸쓸해 질 뿐이니, 눈을 뜨고 있으면서 꿈을 꾼 것이나 다름없다.
◦아직 그 자리의 즐거움을 얻지 못했으면서, 그 즐거움을 누리는 헛된 수고만을 먼저 받았을 뿐이다.
四.
귀해지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그곳이 지극히 어렵고, 지극히 위태로운 곳임을 생각도, 느끼지도 못하고 들어가려고 한다.
예)가파른 산봉우리에 올라선 사람
몸을 함부로 움직이면 다리가 흔들리고 눈이 아찔하여 뜬 구름처럼 나부끼게 되어, 반드시 위태롭게 될 것이다.
▸높은 지위는 책임이 무겁고 앉기 쉬운 곳도 아니다.
◦개인의 몸으로 모든 책임이 모이게 되어
◦위태로움은 지극할 것이니
◦인(仁)을 두텁게 하고
◦지혜를 깊이 쌓고
◦몸가짐을 신중하게 한 뒤에야
편히 머물 수 있다.
예)장차 임금의 자리에 오르게 될 사람
그에게는 현명한 삼촌이 있었고 그는 삼촌에게 임금의 자리에 오르는 것에 대하여 물어보았더니, 삼촌은 그를 높은 곳으로 데리고 가서 둥글고 큰 바위 가운데 들어가게 하고는 몸을 빠르게 돌렸다. 얼마 뒤 그는 현기증이 나면서 쓰러질 것만 같았는데 내려 와서도, 현기증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윽고 자리를 잡아 앉은 뒤에 그 삼촌은 “높은 곳에 있으면 위험하여 떨어지게 되지만, 낮은 곳에 있으면 편안하여 머무를 수 있다. 이것이 내가 너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다.”라고 하고는 그를 떠나게 하였다. 그는 그 자리를 함부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는데, 그의 영혼이 사람들에게 나타나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하느님은 나를 하늘나라로 올려 주어 영원한 복을 누리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나에게 가르침을 주어 “네가 삼촌의 말을 듣지 않고 임금의 자리에 올랐다면 반드시 더러운 행실에 빠져 지옥의 영원한 재앙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五.
귀해지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얻지 못했을 때에는 얻고 싶어 근심을 하고, 얻고 난 뒤는 지킬 일이 근심이 되며, 지위를 잃어버리면 더욱더 근심이 된다.
1.아직 얻지 못했을 때에는 바라는 것을 얻고 싶어 근심이 된다.
이때는 지위를 얻겠다는 마음만 무겁게 가질 뿐 다른 것은 계획할 틈도 없어서 하느님도, 다른 사람도, 자신도 알려고 하지 않게 되는데, 이 모두가 큰 재앙이다.
▸자신은 충분치 못하다고 여겨 두려워하는 것이 많다.
◦사람들의 뜻을 잃을까 걱정하며
◦말을 하거나 일을 할 때에 남들에게 사랑을 받으려고 애교를 부리고
◦겸손과 공손을 가장하여 얻고 싶어 하지 않은 듯이 행동하며
◦자신을 굽혀 남을 따르고
◦여러 가지로 아첨을 하니
그들은 뭇사람의 하인인 것이다.
▸그들의 마음은 두 가지로 나뉘어 다투고 있다.
◦하나의 악한 생각― 착하지 않은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
◦다른 하나의 악한 생각― 귀해지기를 좋아하는 것
남들이 착하지 않은 일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까 걱정해서 귀해지기를 좋아 하는 것 잠시 억지로 누르려고 하는데 이 두 개의 악한 마음이 서로 맞서니 고요할 때가 없다.
2. 얻고 난 뒤에는 손에 넣은 것을 지킬 일이 다시 마음의 근심이 된다.
높은 지위를 얻어 그것으로 악한 일을 한다면 곁에서 만류할 이도 없어 하기 쉬울 것이며, 오래도록 차지할수록 짓는 죄는 더 깊어져 그들의 몸과 마음은 가장 위태롭게 된다
3. 지위를 잃어버리면, 더욱더 마음의 근심이 된다.
지위를 잃게 되면, 그 지위에서 저질렀던 악한 일에 대한 영원한 벌을 받을 것이니, 그 재앙 또한 지극할 것이다.
“그래서 성경에 “그러나 세력가들은 엄정하게 심리하신다.”(지혜서 6,8)라는 말씀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존귀함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사람들이 귀한 지위를 볼 때는 누구나 그 뒤를 봐야지, 앞을 보아서는 안 된다. 아마 앞은 넓더라도 뒤는 좁을 것이며, 앞은 달더라도 뒤는 쓸 것이다. 그리고 이는 마치 풋과일과 같아 색깔은 아름답더라도 맛은 떫을 것이니, 보면 곧 맛보고 싶더라도, 맛보면 바로 그 떫은맛을 느낄 것이다.
六.
높은 직책을 맡아서 다스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스스로 아는 이가 없으며, 그것을 사양할 수 있는 사람만이 참으로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예)마부, 선장
◦말의 힘이 강한가, 약한가를 헤아려 물건 양을 견주어 본 뒤 길을 떠난다.
◦배가 튼튼한가, 흠이 있는가를 점검해 보고 물건의 무게를 헤아려, 파도와 날씨를 살핀 뒤에 길을 떠난다.
어떠한 일도 이렇지 않은 것이 없는데 높은 지위를 좋아하는 이들은 그 일을 맡을 수 있을까 헤아리지 않고 오직 손에 넣지 못할까 만을 걱정하며 손에 넣은 뒤에는 감당해내지 못해 그때야 비로써 말의 고삐를 거두고 배의 키를 돌리려 하나 이미 늦었다.
예)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을 사람은 없다.
▸옷 짓는 사람에게 한 자 정도 베를 주고 옷을 짓고 싶다거나
▸신발을 만드는 이에게 한 치의 가죽을 주면서 신발을 만들고 싶다면
반드시 벌떡 일어나 강하게 거절할 것이다.
예)우화
많은 나무들이 하나의 나무를 세워 그것을 어른으로 삼아서 공경하고 높이자고 의논을 하였는데 가장 먼저 추대된 것은 올리브였다. 올리브는 맛있는 열매가 열리고 좋은 기름을 가진 나무였으나, 사양하면서 “나의 기름은 매우 윤택하므로 사람들에게 쓰일 것이지만 나의 윤택함을 흩어서 많은 나무들의 어른이라는 자리와 바꾸고 싶지 않다.”고 하였다. 다음으로 포도를 추대하였더니 사양하면서 “나의 열매는 매우 달고, 나의 술은 매우 맛있어 사람들에게 쓰일 것인데 나의 단 열매와 맛있는 술을 흩어서, 많은 나무들의 어른이라는 자리와 바꾸고 싶지는 않다.”고 하였다.
그 뒤 얼마 되지 않아 날말(가시나무)에 까지 이르렀다. 꽃도 잎도 열매도 없고, 덤불지어 나며 가시만 많이 있어 하나도 쓸모가 없고 오직 땔감으로만 쓸 수 있을 뿐인데 뛰어 일어나면서 “정말로 그러한가? 그렇다면 마땅히 와서 나의 그림자를 따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오직 내가 할 것이다. 누가 감히 거스르겠는가? 그런데 만약 거스르는 자가 있다면 나는 마땅히 불을 질러서 그를 태워버리겠다.”고 하였다.
덕이 있는 이들은 기름이 가득하고, 열매가 풍성하나 높은 직책 때문에 흩어버릴까 걱정하여, 기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두려워하기까지 하고, 바라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어리석은 이와, 보잘것없는 이들은 흩어버릴까 걱정할 아름다운 것도 없는데, 두려워하지도 피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이들은 날말(辣末)과도 같을 뿐이다.
<성 프란치스꾸스>
존귀한 지위에서 벗어나고 싶었으나 벗어날 수가 없어서 하느님에게 여쭈어보았더니, 어떤 천사가 그에게 맑은 물을 부어놓은 유리병을 보여주면서 “네가 이와 같이 맑아져서 사람들을 씻어 준다면, 벗어 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그 뒤 마침내 벗어날 수 있었다.
지극히 덕이 있는 사람도 천명(天命)이 아니면 존귀한 지위를 함부로 가볍게 받으려 하지 않는데, 하물며 죄에 물든 사람이 감히 가볍게 받을 수는 없다.
<성 그레고리우스>
교황의 자리를 피하려고 하였으나 모든 사람들이 부탁하고, 그를 아주 굳게 지켜서 벗어날 수가 없자 큰 항아리 속에 몸을 숨긴 뒤 성에서 나가 자신을 복도(復陶)에 싸서 감추어 두게 하였다.
여러 사람들은 그의 집에서 그를 찾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는데 잠시 뒤 먼 산에 사나운 불길이 일어나 그곳을 덮어 버려 이상하게 생각하며 가 보았더니 성인은 그곳에 있었다.
성인은 몸이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겸손이라는 덕을 지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임을 알아 높은 자리에 앉는 것을 매우 두려워해 급히 그것을 피하려고 하였다. 따라서 절대로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면, 감히 스스로 자신의 덕을 믿어서 그것을 맡으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七.
귀해지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일시의 헛된 영화만을 생각할 뿐, 일생 동안의 참된 모욕은 깨닫지 못하고 앞으로 얻을 것만을 생각해, 이제까지 쌓아온 공은 모두 던져 버린다.
예)귀해지기를 좋아하는 이들
웃을만한 일, 미워할 만한 일, 부끄럽게 여길 일만 가지고 있다.
1. 웃을 만한 일,
보잘것없는 공적으로 높은 자리를 애써 찾고 있으니 이는 웃을 만한 일이고,
2. 미워할 만한 일
그들이 그것을 얻는 것은 언제나 이익을 찾는 데서 나온 것이니 미워할 만한 일이다.
3. 부끄럽게 여길 일
슬기와 지혜를 다하더라도 끝내 얻지 못하거나, 얻었다고 하더라도 곧 잃게 되니 이는 부끄럽게 여길 만한 일이다.
八.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방법 가운데 그 자리를 가볍게 보는 것보다 빠른 길은 없다.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하여 대인이 되는 것은 아니고 대인처럼 보일 뿐이다.
▸사람들은 세상일을 헤아릴 때, 그것의 몸에서 헤아리지 않고 받침돌에서 헤아린다.
예) 난쟁이, 방풍씨
난장이는 높은 대의 위에 올려놔도 키다리가 될 수 없다.
방풍씨는 깊은 못 속에 넣어도 키다리이다.
그러므로 높고 낮은 것을 가릴 때에는 그 몸만 헤아려야 하지, 받침돌을 헤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예) 서양에 필립 임금
큰 나라의 임금이었는데 적국을 쳐부수어 그 땅을 전부 손에 넣었고 자신을 크게 자랑하였는데 어떤 현명한 사람은 그에게 “임금님께서는 이 나라를 멸망시켜 땅을 손에 넣었는데 임금님의 그림자 길이를 재어보십시오. 전날과 견주어 볼 때 조금이라도 길어 졌습니까?”하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九.
사람들은 높은 지위를 영화롭게 생각하나 소인을 영화롭게 해 줄 수는 없고 그것이 소인이라는 것을 완전히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모욕을 받게 된다.
그가 높은 지위에 있지 않았다면, 그가 소인이라는 것을 아무도 모를 것이다.
예) 지붕 위 원숭이
지붕 위에 앉아있다고 하더라도, 존귀하거나 영화롭다 하지 많고 웃음 짓게 할 뿐이다.
재능을 가지기를 바라야지, 어떤 지위를 가지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재능은 있는데 지위가 없다면 더욱더 영화롭게 되지만
▸지위는 있는데 베푸는 것이 없다면, 더욱더 모욕을 받게 된다.
예)옛날 서양의 어느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사람에게는 동상을 세울 수 있게 해주었는데 어떤 사람은 가장 큰 공을 세웠으면서도 동상을 세우지 않자 까닭을 물어보았더니, “나는 사람들이 ‘그가 왜 동상을 세우지 않았는가?’라고 묻기를 바라지, ‘그가 왜 동상을 세웠는가?’라고 물어보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