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나자렛 성 요셉 성당>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하였다."(마태오 1, 24)
오늘은 성가정의 가장이며 동정 마리아의 배필이신 성 요셉 대축일입니다. 요셉은 마리아와 함께 우리 한국교회의 주보성인입니다. 먼저 요셉과 요셉피나 본명을 지닌 교우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보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하느님의 구원 약속이 다윗의 자손 요셉을 통해 실현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탄생에 큰 역할을 했던 요셉이지만 신약성서 상에 불과 몇 번밖에 언급되지 않습니다. 그것도 예수님 탄생과 소년기에 언급될 뿐입니다. 짧게 보도되는 요셉에 관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요셉의 역할을 알아 볼 수 있습니다. 요셉은 마리아의 남편으로서, 그리고 예수님의 양아버지로서 성모님과 예수님을 일생동안 잘 보호하셨습니다. 요셉은 예수님을 죽이려했던 헤로데의 포악한 손을 피하기 위해 예수님과 성모님을 이집트로 피난시키셨습니다. 그리고 헤로데가 죽자 요셉은 그 두 분을 나자렛으로 모셔오며 목수 일로 노동을 해가면서 두 분을 봉양하셨습니다. 또한 예수님이 12살이 되던 해에 과월절을 지내던 예루살렘을 다녀오던 도중, 소년 예수님이 보이지 않게 되자 성모님과 함께 사흘 동안을 찾아다니시기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성경 상에 나타나는 요셉은 동정 성 마리아의 배필로서 그리고 예수님의 양아버지로서 충직하고 믿음직한 모습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성경에는 요셉의 말이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요셉이 하느님의 말씀에 묵묵히 순종하는 모습은 많은 말보다 더 웅변적인 신앙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처럼 요셉은 예수님의 구원사업에 있어서 숨은 협조자이며 숨은 공로자인 것입니다. 하느님은 요셉의 믿음과 순종을 통해 당신 약속을 성취하시고 그에게 성가정의 가장이라는 중대한 직책을 맡기신 것입니다.
그런데 요셉의 삶을 보면 미련하리 만치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누군가가 해야 할, 꼭 필요한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사람의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세상의 희망을 발견하며, 참 삶의 의미와 보람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연극에 있어서 주연이든 조연이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떤 배역을 맡든 필요한 때 필요한 역할을 충실히 완벽하게 해내는 연기자가 가장 훌륭한 배우일 것입니다. 모두가 자신의 역할보다는 남의 자리를 넘보며 주연만을 고집하는 세태 속에서 묵묵히 맡겨진 역할에 충실하시는 요셉성인의 삶이 더욱 돋보이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역할이 빛이 나고, 생색이 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는 그 일의 중요성과 상관없이 도가 지나칠 정도의 열성과 성의를 보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일이지만, 내가 드러나지 않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일에는 아무리 그 일이 중요하고, 의미 있는 꼭 해야 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우리의 모습임을 봅니다. 정작 얼굴을 비춰야 하고 꼭 필요할 때에는 없고, 필요 없을 때 얼굴을 내미는 생색내는 기회주의적인 신앙을 살아서는 안 되겠습니다. 상황과 처지가 좋든 나쁘든 있어야 할 자리에 있으면서 해야 될 역할을 묵묵히 충실히 해 내는 꿋꿋한 신앙의 삶이 우리에게 필요하고 요구됩니다.
요셉성인께서는 아무에게도, 누구로부터도 주목받지 못하면서도, 세상의 평가나 인간들의 평판에 관심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역할과 사명에 충실하며 믿음과 사랑으로 반응하고 처신하심으로써 구원의 충실한 협력자가 되셨던 것입니다.
우리도 요셉성인의 삶의 모범을 본받아, 자신에게 맡겨진 일과 역할이 무엇이든, 그 일이 드러나든 드러나지 않든 상관없이, 구원을 이루어내는 일만이 우리의 유일한 관심사인 가운데, 묵묵히 믿음과 사랑으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구원을 이루어내는 복된 믿음의 사람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믿음과 사랑으로 요셉성인의 삶의 모범을 본받는 은총의 하루가 되시기를 빌어 봅니다.
그리고 오늘, 내가 바로 또 다른 요셉이기를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