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예루살렘 벳자타 못>

"너는 건강하게 되었다. 더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는 죄를 짓지 마라."(요한 5, 14)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38년 동안 벳자타 못에 누워있는 병자에게 묻습니다. “건강해 지고 싶으냐?”

그러면 병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요? “네. 그렇습니다. 저를 건강하게 해 주십시오.”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선생님, 물이 출렁거릴 때에 저를 못 속에 넣어 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는 동안에 다른 이가 저보다 먼저 내려갑니다.”

이상한 사람입니다. 건강하게 낫기를 원하기보다는 연못 속에 들어가길 원하다니요? 그런데 이 연못에는 하나의 민간전승이 있었습니다. 이 연못에는 가끔 새로운 물이 들어오면서 물이 출렁이게 되는데, 이것은 천사들이 물을 휘저어 주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로 그 순간, 물이 출렁일 때 맨 먼저 들어가는 사람은 천사의 손길을 받아서 병이 낫는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아픈 병자들은 그곳에 누워서 물이 출렁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나오는 사람은 혼자의 힘으로 도저히 거동할 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누가 자신을 들어 넣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38년 동안 그곳에 누워만 있었지, 한 번도 그 연못에 들어갈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그의 소원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병의 치유가 아니라, 물이 움직일 때 첫 번째로 들어가는 것이 그의 소원이 되고 만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들도 이런 식으로 엉뚱한 소원을 빌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데 엉뚱한 소원에서 벗어나는 길은 지금 이 순간 내게 꼭 필요한 것을 찾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즉,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때, 내게 꼭 필요한 것들도 청할 수 있는 것이고,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글을 보면 지금 하는 일, 지금 만나는 사람이 바로 중요한 일이고 중요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바로 내 소원 성취를 위해서라도 그 어떤 것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우리들에게도 예수님께서는 미사를 통해, 또한 고해성사를 통해 “건강해지고 싶으냐?”고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즉, 우리의 육체를 황폐하게 만드는 각종 죄악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느냐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 응답하는가요? 과연 “건강해지고 싶으냐?”는 예수님의 질문에 바른 대답을 하고 있는지? 를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감사한 것은 이렇게 아둔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우리들임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처럼 근본적인 치유의 은총을 베풀어주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곧바로 이런 말씀을 하심을 기억해야 합니다.

“자, 너는 건강하게 되었다. 더 나쁜 일이 너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는 죄를 짓지 마라.”

사순절은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시기임을 우리는 잘 아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해성사를 통하여 죄를 용서받고 건강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는 죄를 짓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영혼의 치유의 은총을 받은 우리는 이제 죄를 짓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 쓸데없는 걱정과 착각으로 엉뚱한 짓거리도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모습을 사랑의 예수님께서 가장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계신데 무엇을 걱정하겠습니까? 나의 작은 걱정까지도 예수님께 맡겨야 할 것입니다. 괜한 걱정 때문에 마음고생하지 말고 살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사순절을 살아가는 우리 신앙인의 마음이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