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활동하시던 나자렛 회당>
"손을 뻗어라......그 손이 다시 성하여 졌다."(루카 6, 10)
우리는 흔히 경쟁사회라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좋은 가정을 꾸미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싸워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면 강박관념이 우리들의 삶을 더욱 지치게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과 더 나은 점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무의식중에 남을 비방하고 남의 약점을 끄집어내서 자기의 장점을 과장해서 표현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웃들을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생의 동반자로서가 아니라 경쟁자로 생각하면서 모든 삶의 중심을 나에게만 집중시키게 됩니다. 나와 관련된 것과 관련되지 않은 것을 철저하게 구분하여 살아가는데 학연이나 혈연 또는 지연에 묶여 자기 삶에 중요한 진리를 찾지 못하는 소경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종교적이 차원에서 이러한 면이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복음말씀이 그러합니다. 신체가 불편해서 고통 받는 한 형제를 두고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합니다. 그들은 율법의 아주 능통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자기들만의 삶의 방식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었습니다. 율법은 하느님의 법이고 이 하느님의 법은 이 세상의 어떤 사상이나 지혜보다도 뛰어난 것이기에 율법에 대한 유다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하였고 그들 나름대로는 율법에 따라 충실하게 살려고 몸부림쳤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유다인들이 수 백년 동안 모세의 율법을 연구하며 실천하여 왔지만 도대체 그 율법의 핵심이, 정신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마치 내용물도 모르는 빈 깡통만을 가지고 이것이 통조림이다 하는 것처럼 입만 가지고 요란하게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수십 년간을 국민을 위해 정치를 했다고 주장하고 정해진 법을 지키는데 한 점 부끄러운적 없었다고 틈만 나면 큰소리치는 정치가들과 오늘 성경에 등장하는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들을 비교 해보면 다를 것이 하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말씀을 다시 정리해 봅니다.
그들은 율법을 통해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율법을 가지고 가난한 형제들을 무시하고 함부로 판단했으며 그들에게 무거운 짐을 얹어주고 심지어는 예수님마저도 시험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모순에 용감하고 당당하게 맞서십니다.
바로 이와 같은 모순을 지적한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참된 율법은 예수님 자신이며 또 모든 율법은 예수님 안에서만이 그 참된 진리가 밝혀진다는 것입니다.
독서의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묵은 누룩을 깨끗이 치우고 새 반죽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바로 예수님의 오심의 의미이고 마음입니다. 악의와 사악이라는 묵은 누룩을 치워버리고 순결과 진실이라는 누룩 없는 빵으로 축제를 지내려고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신 것입니다. 우리도 이런 예수님의 마음을 본받아 살아가기를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