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 중에>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마라......그들에게 손을 얹어주시고....."(마태오 19,14~15)
복음에서 어떤 사람이 어린이의 머리에 손을 대어 기도해 달라고 청합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그 손길을 막습니다. 그 당시 어린이들은 미천한 존재, 그리고 율법을 준수할 능력이 없는 자로 취급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런 측면에서 보면 어린이들은 소외 계층이었습니다. 어린이가 이처럼 약하고 아직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자들은 이런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약해 보이는 아이, 그리고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아이들을 돌볼 만큼 예수님께서는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바쁜 예수님께 하찮은 아이들이 다가와 불편을 드리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강압적으로 막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오히려 이 어린아이들이 오는 것을 막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하늘나라는 이 어린아이와 같은 사람들의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복음에 나오는 제자들처럼 외적인 힘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려 할 때가 참으로 많습니다. 외적인 힘으로 제압할 때, 그 순간은 열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진정으로 열리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어린이와 같은 순하고 유한 마음,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갈 때 오히려 이웃의 마음을 열 수가 있는 것이 아닐까? 복음을 묵상해 보며 생각해 봅니다.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늘 나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늘 나라는 어떤 강압적인 힘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어린이들처럼 순수함과 부드러운 마음으로 다가갈 때, 하늘 나라도 자연스럽게 열리는 것입니다.
그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오늘 하루 어린이와 같은 순수함과 부드러움을 내 마음 속에 새겼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