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예루살렘 마리아 영면 성당>
이제부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 48~49)
오늘은 우리나라가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광복절이자, 교회의 어머니이자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의 승천을 기념하는 대축일입니다. 성모 승천(昇天)이란 성모 마리아가 하늘에 오르신 사건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이것은 마리아가 승리자가 되어서 개선하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도대체 마리아는 어떤 분이었기에 하늘에 오르는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까?
성경은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아주 소박하게 꾸밈없이 전해 줍니다. 그러면서도 성경은 마리아를 믿음의 여인으로 우리에게 전해 주고 있습니다. 마리아는 갈릴래아 지방의 나자렛이라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던 평범한 처녀였고, 마리아의 꿈은 여느 처녀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소박한 것이었습니다. 이미 요셉이라는 목수 청년과 약혼하고 있던 사이였기에, 그녀의 꿈은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평범한 처녀였던 마리아를 당신 구원 사업의 도구로 쓰시고자 하셨습니다. 아마도 하느님의 이런 계획이 아니었더라면, 마리아는 아주 평범한 여인으로서 오늘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일생을 마쳤을 것입니다.
마리아가 천사 가브리엘의 방문을 받았을 때, 그녀의 소박한 꿈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천사 가브리엘은 세례자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이 임신하게 된 사실을 들려주면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마리아는 믿음의 사람이었기에 자신의 그 소박한 꿈을 포기하고 하느님의 도구가 되기로 결단을 내립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마리아의 이 한마디 응답은 자신의 운명은 물론이지만, 온 인류의 운명마저도 바꾸어 놓았습니다. 마리아 자신은 십자가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지만, 온 인류에게는 새로운 광명이 비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마리아는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라고 대답한 이후 끊임없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 때마다 쓰러지려 하는 자기 자신을 하늘을 바라보면서 곧추세워야 했을 것입니다. 마리아에게 믿음이 없었더라면 구세주 예수의 어머니가 될 수도 없었겠지만, 평생을 통해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유혹과 시련의 시간을 극복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응답한 마리아의 그 믿음이 평범한 한 여인을 무한히 강한 여인으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성경은 믿음의 여인 마리아를 아주 담담한 필체로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구원 역사에 있어서 마리아의 역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철저한 믿음으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예”하고 응답한 마리아라는 여인이 있었기에 구원의 역사는 시작된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구세주로서의 당신 사업을 완수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마리아의 피눈물이 있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마리아는 이렇게 우리 인류 앞에 구원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 놓기 위해서, 아들 예수님의 십자가의 승리를 위하여 철저한 믿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희생하셨던 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오늘 기념하는 성모 승천은 마리아의 믿음과 희생이 거둔 승리인 것입니다.
복음에서 엘리사벳은 자신을 찾아온 마리아에게 이렇게 인사합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우리 또한 성모송을 외울 때마다 “여인 중에 복되시며‥‥”하고 마리아를 칭송합니다. 그러나 마리아의 복됨은 믿음 안에서의 복됨이지, 세속적인 차원에서의 복됨이 아닙니다. 세속적인 차원에서 이야기하자면 마리아는 참으로 비운의 여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아들 예수님으로 인해서 복된 여인이 되었고, 오늘 하늘에 올림을 받는 영광을 누리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됩니.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시지만, 동시에 마리아라는 한 여인의 아들입니다. 예수님께서 한 인간으로서 이 세상에 오시어 십자가와 부활을 통하여 구원 성업을 완수하시기까지 어머니 마리아의 기도와 정성, 그리고 그 피눈물 나는 희생이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늘 성모 승천 대축일은 우리에게도 커다란 위안과 희망을 안겨 주는 축일입니다. 하느님은 아무리 작고 미소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믿음 위에 굳게 서는 사람을 통하여 당신의 큰 능력을 드러내시고, 당신의 도구로 쓰시어 영광을 주신다는 사실이 성모승천 사건을 통하여 입증되었기 때문입니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인사를 받고 이렇게 노래합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마리아의 노래처럼 이 세상에서 정말 복되고 행복한 사람은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그래서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사람, 그가 정말 복되고 행복한 사람입니다.
마리아의 복됨, 그것은 하느님 위에 자신을 세우는 사람의 복됨일 것입니다. 이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곧게 서기를 원합니다. 쓰러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정말 자신을 바르게 세우기 위해서는 하느님 위에 자신을 세워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하느님의 나라가 선물로 주어질 것입니다.
누구든지 자신의 힘으로 서려고 하는 사람은 쓰러지게 될 것입니다. 누구든지 자신의 능력과 재주, 그리고 이 세상 재물에 의지하는 사람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믿음 안에서 하느님을 바탕으로 서는 사람은 결코 쓰러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믿음으로 하느님의 능력에 참여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됩니다.
성모승천 대축일을 지내면서 하늘의 문을 열고 승리자가 되시어 개선하신 마리아의 위대한 믿음을 본받아 생활하시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