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토스카니 지방의 포도밭>

"하늘 나라는 자기 포도밭애서 일할 일꾼들을 사려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 밭 임자와 같다."

(마태오 20, 1)

복음의 비유 말씀은 흔히 “포도원 일꾼의 비유”라고도 하지만, 좀 더 정확하게 말씀드린다면 “선한 포도원 주인의 비유”라고 해야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어느 누구도 부당한 대우를 받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혹 주위에 누군가가 그런 일로 피해를 보면 마치 그것이 내 일이기나 한 듯이 같이 입을 모아 분개합니다. 그것은 누구나 공정하고 정의로운 것을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런 우리 모두의 생각과 바람과는 달리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안에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부당한 처사들이 많다는 것이고, 문제는 그런 좋지 못한 일들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 자신이 원인 제공의 중심에 서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 주어라.”는 가르침을 내린 바 있습니다. 황금율이라는 것이고, 최고의 계명입니다. 그런데 내가 남에게서 바라는 것과 실제적인 자신의 삶 사이에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이 있습니다. 이것을 줄여나가야 하는 데 말처럼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복음의 비유가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은 주인이 아닌 일꾼에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그렇습니다. 복음의 비유 제목이 말해 주듯이 “포도원 일꾼”이 아닌 “포도원 주인”에게 주도권이 있음을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아주 불합리해 보이는 포도원 주인의 이야기를 하십니다. 이른 아침, 9시, 12시, 3시, 5시에 나온 사람이 똑같은 일당을 받는 그 모습을 우리들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인간의 눈으로는 불합리해 보이지만, 하느님께서는 사람의 공과는 상관없이 똑같이 사랑을 주신다는 것을 가르쳐 주시기 위한 것입니다.

이렇게 누구에게나 똑같은 사랑을 주시는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계속해서 잊어버리곤 합니다. “내가 이렇게 기도를 많이 했는데, 내가 이렇게 선행을 많이 했는데, 저렇게 막 사는 사람이 더 잘 사는가?” 하면서 하느님을 나의 잣대로 판단하기가 일쑤입니다. 만일 우리가 “저희들은 더 많은 일을 했으니, 저들보다 더 많은 상을 받아야하지 않겠습니까?”라는 생각을 갖고 하느님께 따진다면, 우리 역시 복음에 나오는 불평하는 소작인들처럼 혼나고 말 것입니다.

아마 복음에서의 그 소작인들도 처음에는 이런 마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자신들에게 이렇게 일거리를 준 포도원 주인에게 너무나 감사했을 것입니다. 그 주인이 어떤 행동을 해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단지 자신에게 일거리를 주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주인을 떠나려 할 때, 그들은 욕심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주인에게 투덜거리는 것입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 곁을 떠나려 할 때, 바로 이런 세속적인 욕심과 원망이 자리를 잡게 되는 것입니다.

포도원 일꾼은 “자기” 중심이지만 포도원 주인은 “이웃” 중심이었습니다.

일꾼이나 자기 중심의 시각으로 본다면 오늘 비유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반면에 주인과 이웃 중심의 시각으로 본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하느님을 믿고 예수님을 따르는 신자는 무엇보다도 “자기” 중심에서 “이웃” 중심으로 삶의 중심을 옮겨놓아야 합니다. 이것이 복음의 본 뜻이고 가르침의 핵심입니다.

이제는 이웃들과는 비교하지 말아야 하고 이웃의 처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기억하면서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