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공세리 성당 설경>
""당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엄중히 이르셨다."(마태오 12, 8)
우리는 대부분 여름이 되면 누구나 모기와의 전쟁을 치릅니다. 모기에 물려 본 사람은 누구나 알겠지만 물린 자리가 매우 가렵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긁어주면 시원함을 느낌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긁는 것을 멈추는 순간 더 가렵고, 모기에게 물린 부분이 뽈록 부어오릅니다. 사실 모기한테 물리면 가려운 것이 당연하지만 가렵다고 박박 긁으면 어떻게 될까요? 더 가렵고, 그 부위가 빨갛게 부어오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생활 가운데에서도 이런 식으로 나도 모르는 무의식중에 긁어서는 안 되는 것들을 박박 긁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더 힘들었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남에 대한 판단 섞인 말일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말을 듣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남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이로부터 듣게 되면, 그것이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상관없이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할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또한 들은 그대로 전하는 것도 아니라, 그 이야기에 자신의 어떤 사견도 포함되어 없는 이야기까지 추측해서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가 얼마나 많은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남에 대한 판단 섞인 말들이 바로 나도 모르는 무의식중에 나오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마치 모기한테 물렀을 때 긁어서 오히려 더 힘들어지는 것처럼, 그 사람과의 관계를 더욱 더 힘들게 만들고 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병자를 고쳐주신 뒤에,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고 엄중히 이르십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그릇된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바리사이들이나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에 대한 잘못된 판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잘못된 판단을 밀고 나갑니다. 분명히 예수님께서 놀라운 기적을 행하고 자신들의 삶에 유익한 말씀을 해주시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메시아의 모습이 아니었기에 그들은 죄인으로 판단합니다. 또한 그 판단을 다시 번복할 수가 없어서 확실한 죄인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모기 물린 부위를 긁으면 긁을수록 그 부위가 부어오르고, 더 간지러워지는 것처럼 이들 역시 더 큰 죄를 짓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에 대한 말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고, 당신에 대하여 침묵하라고 엄중히 이르신 것입니다. 이 말씀을 우리는 잘 명심하여 들어야 할 것입니다.
매일 만나는 사람들에게 편견 섞인 말보다는 좀 더 좋은 말, 예쁜 말을 해주기를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