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라자로 마을에 있는 김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상>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볼 것입니다."(마태오 10, 22>
오늘은 한국 성직자들의 주보성인이신 성 김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대축일입니다.
오늘 축일을 맞으신 신부님들과 교우분들 모두에게 축하를 드립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균형을 잡고 사는 것입니다. 그러 때 우리는 넘어지지 않고 똑바로 설 수 있습니다. 이런 삶은 신앙인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신앙인은 그 중심을 하느님께 두어야 똑바로, 그리고 올바르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감각적인 것이나, 세속적인 것에 중심을 두면 우리는 넘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균형을 가지고 사는 삶은 언제나 "품위있고 지조 있게 사는 삶"을 의미합니다. 사실 우리는 쉽게 만나서 쉽게 헤어지고, 쉽게 받아들이고 쉽게 포기하고, 순간순간 변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사회 안에 살고 있기때문에 품위있고 지조있게 산다는 것 자체가 고리타분하게 여겨질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김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일생을 품위있고 지조있게 사신 분입니다. 신부님은 자신을 만들어주신 하느님을 창조주로,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신 아버지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기에 신부님은 자신을 하느님에게서 떠나게 만드는 그 어떤 것 - 순교랄 것인가? 생존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있어서 흔들림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분의 품위와 지조는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창조주이며 아버지로 믿고 사는 사람들은 그냥 내버려 두시지 않으실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옥중 서간을 보면 “박해는 하느님이 주시는 시련입니다. 천국 영광을 위하여 재앙을 겁내지 말고 천주를 섬기는데서 물러나지 말고 용기를 잃지 말고 주님의 충실한 병사이며 참된 천국 시민임을 증명하여 주십시오. 나도 천국에서 그대들과 만나 영원한 복을 즐기게 될 것을 바라고 있소. 그때 그대들은 정답게 껴안아 주겠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때 그대들을 정답게 껴안아 주시겠다.”는 그 애정 어린 말씀 속에서 영원한 삶에 대한 희망이 깊이 배여 있음과 이 희망이 김 신부님을 품위있고 지조 있는 삶을 살도록 해주고 있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오늘 제2독서에서 “우리는 환난도 자랑으로 여깁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환난은 인내를 자아내고 인내는 수양을, 수양은 희망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라고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되새기게 하고, 더 나아가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라는 오늘 복음의 예수님 말씀에서 그 희망의 절정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 희망의 말씀이 있기에 오늘 제1독서에 나오는 즈가리야 예언자가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면서 “주님께서 보고 갚으실 것이다.”라고 한 것입니다. 또한 김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비롯한 수많은 순교자들이 어떠한 시련이나 고통 속에서도 품위있고 지조 있는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김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축일을 기념하는 오늘, 하느님을 향한 희망 안에서 우리 신앙인들도 얼마나 흔들리지 않고 품위있고 지조 있는 삶을 살았는가? 하는 우리의 모습을 살펴보고, 그 어느 것에도 흔들리지 않은 품위있고 지조 있는 삶을, 더 나아가 자랑스러운 순교자의 신앙의 후손임을 명심하며, 하느님을 증거 하는 삶을 살아 가시기를 희망해 봅니다.
아울러 한국의 모든 성직자들이 신부님의 열정과 모법을 본받아 거룩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