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와디켈트 광야에서 만난 기도하는 사람과 베두인 어린이들>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창세기 3, 19)
우리는 그 옛날 하느님께서 노아 홍수 때 40주야 동안 폭우를 내려 죄악으로 더럽혀진 세상을 쓸어버리시고 새로운 세상을 이룩하셨다는 사실을 기억합니다. 또한 시나이 산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느님의 선민으로 계약을 맺고 하느님의 백성으로 지켜야 할 십계명판을 받기 전 모세가 40주야를 단식과 기도 속에 지냈다는 사실 역시 기억하고 있습니다. 성자 예수님께서도 인류 구원의 복음을 전하시기 전 40주야를 광야에서 기도와 단식 속에서 준비하셨다는 사실을 되새겨 볼 때, 이제 우리 앞에 놓여져 있고 또한 성교회가 권하는 사순절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순절이란, 전례적인 의미에서 볼 때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당하신 수난과 죽음과 그에 따른 영광스러운 부활의 기쁨을 되새기며, 그리스도의 영광에 참여하기 전에 그분의 수난에 우리도 참여하는 시기입니다. 그리스도를 죽음으로 몰았던 우리의 죄, 그 죄에 대한 대가를 조금이나마 지불하고자 노력하며 우리의 삶과 존재를 하느님께로 돌리는 회개와 보속의 시기입니다.
2017년도 부활절을 준비하는 여정을 시작하는 오늘, 교회는 “재의 예절”을 거행합니다. 이 예절은 사순절에 우리가 가져야 할 생활 자세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즉 회개와 보속, 죽음과 겸손의 자세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ㅏ런 의미로 머리에 재를 받으며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라는 메시지를 듣게됩니다.
사순절은 예로부터 회개의 시기요 구원과 은총의 시기라 하였습니다. 2017년도 사순절을 시작하며 이번 사순절은 어떻게 보낼 것인가 생각해 봅니다.
첫째로, 재를 머리에 얹는 것은 "저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며 먼지와 잿더미에 앉아 참회합니다."(욥 42, 6)라고 욥이 기도한 것처럼 회개와 보속의 표시입니다. 회개하지 않는 코라진과 벳사이다를 향해 예수님께서도 재를 회개와 보속의 상징으로 말씀하셨음(마태오 11, 21)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 전례가 재의 수요일에 신자들에게 머리 위에 재를 얹으며 기도하게 하는 것은 신자들로 하여금 회개와 보속을 하도록 권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신자들이 이 재를 받는 것은 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우리 죄로 인한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에 참여하기 위하여 자신을 다시 돌아보며 보속하겠다는 약속의 표시이기도 한 것입니다.
둘째로, 재의 예절은 우리 자신이 장차 당할 죽음을 미리 묵상하게 합니다. 즉 사제는 신자들의 머리에 재를 얹으면서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라고 하는데, 이 말마디를 통하여 재를 겸손 하게 받아들이는 이들로 하여금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모든 사람들에게 현세적인 삶의 종착점인 죽음을 일깨워 줌으로써 현실과 자기중심적인 생활로부터 하느님 앞에서의 회개와 나를 필요로 하는 이웃들에 대한 선행의 실천으로 돌아서게 하는 데 있는 것입니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겸허해지게 마련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받고 허무하게 만드는 죽음은 좌절과 허무, 두려움 속에 하느님만이 자신의 모든 것이 되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생기게 합니다.
셋째로, "재"는 그 자체가 일러주듯이 지금의 모든 것이 허무로 돌아가 제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하는 한줌의 흙을 뜻합니다. 그러한 재를 우리 자신의 교만과 명예의 자리인 머리에 얹음으로써 인생의 무상함과 자신의 나약함을 깨닫고 겸손하라고, 하느님과 죽음 앞에 자신의 본 모습을 찾으라고 가르쳐 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겸손함 없이는 사순절의 근본정신인 회개와 보속의 실천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자기를 잘 살펴 참회하는 이는 겸손해질 수 있지만 자기를 살필 줄 모르는 이는 독선과 교만에 빠지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 재의 예식을 통해 자신의 독선과 교만을 버리고 예수님 앞에 참다운 겸손이 무엇인가를 배우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교회는 이 시기 동안 회개하여 자신의 모습을 하느님 앞에 새롭게 가지라고 권고하면서 자신이 현세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억제하는 극기와 동시에 가난하고 불우한 이웃에게 선행을 배풀기를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습니다. 자기 집착에서 벗어나 다른 이들에게 마음을 돌리라는 것입니다. 무관심이 아닌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이웃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그리스도를 닮는 생활을 하라는 것입니다.
또한 사순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기도를 많이 하여 은총을 받고자 마음을 모으는 때이며 벅찬 희망을 안고 예수님 부활의 영광을 얻기 위해 속죄하는 시기입니다. 우리는 이 시기 동안 하느님 말씀대로 진정 삐뚤어진 우리 마음을 찢으며 하느님과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 줄 아는 신앙인이 되기로 다짐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