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예루살렘 비아 돌로로사 제 3처 : 첫번째 넘어지심>
"예수님께서는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나가시어,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마태오 4, 1)
우리는 지난 수요일, 머리에 재를 얹고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억하면서 자신의 삶과 죽음, 그리고 구원의 문제에 대해 생각했었습니다. 또한 우리는 재의 예식을 시작으로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삶의 여정 중에 광야의 길, 즉 사순절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광야, 즉 사순절은 우리 신앙인이 가야 할 삶의 여정이요, 우상의 종살이에서 탈출하여 약속의 땅, 자유로운 구원의 세계로 도약하는 출애굽의 길이며, 젖과 꿀이 흐르는 하느님의 나라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오늘은 사순 제1주일입니다. 사순 시기는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하느님의 사랑에로 초대하는 복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에게도 이 사순 시기가 복된 시간들로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사순절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성경 말씀을 통해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알아보았으면 합니다.
오늘의 제 1독서는 실패와 좌절의 사례를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창세기의 저자는 담담하게 첫 인간인 아담과 하와가 어떻게 죄를 짓게 되었는가를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창조하시고 인간에게 살기 좋은 낙원을 주시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고 사탄의 말을 따르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인간에게는 죽음이 오고, 고통이 오고 괴로움이 생겼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 역시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고는 합니다.
지혜로운 자는 다른 이의 잘못에서 교훈을 얻지만 어리석은 자는 다른 이의 잘못을 그대로 반복한다고 하는데, 우리들 역시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요? 어떤 이들은 우리들이 나약하고 불완전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우리들이 욕심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은 성공 사례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나약하고 불완전한 인간이, 욕심과 이기심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어려움과 유혹을 극복한 사례를 우리에게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광야에서 40일간 단식과 고행으로 몹시 지쳐있을 때 사탄으로부터 달콤한 유혹을 받습니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을 빵으로 만들어 먹으면 되지 않느냐? 나에게 절을 하고 나를 믿는다고 말을 한다면 솔로몬보다 큰 영예와 권력, 재산과 능력을 주겠다. 하느님께서 당신을 지켜 주시는 것을 안다면 이 성전 꼭대기에서 한번 뛰어내려 보아라."
예수님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과 소유욕 그리고 영웅이 되길 바라는 인간 내면의 가장 깊숙한 유혹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사탄의 끈질긴 유혹을 모두 이겨내십니다.
"사람은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는 성서의 말씀으로 사탄의 유혹을 극복하였다.
이제 우리는 오늘의 성경 말씀을 통해서 실패한 사례와 성공한 사례를 모두 보았습니다. 실패를 통해서 어떠한 결과가 초래되었는지, 성공을 통해서 어떤 결과가 생겼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유혹은 늘 우리 자신에게 아주 작은 것이라도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처럼 보입니다(1독서: 사람을 슬기롭게 해 줄 것 같아서…). 유혹은 늘 자기 자신을 다른 이보다 우월하게 만들어 주는 매력을 간직한 채 다가옵니다. 더욱 기묘하게 나타나는 유혹은 우리 모두가 한결 같이 받아들이고 있는 "말씀"을 이용하여 오기도 합니다(두 번째 유혹 중에 악마의 언급: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지 않소?). 이 모든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한 가지 유일한 길은 겸손의 반석 위에 서 있는 참된 신앙밖에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순수한 신앙을 온전히 간직하는 것만이 유혹을 유혹으로 끝내 버리는 이 시대의 신앙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버지의 뜻을 이루고자 하는 한결같은 믿음만이 악마의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믿음을 통한 실천이야말로 완전한 예수님의 일꾼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돈, 명예 그리고 권력은 우리 인간에게 다가오는 모든 유혹의 뿌리입니다. 우리가 유혹을 받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그 유혹에 젖어들면 죄로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유혹이 다가올 때 그것을 단호하게 뿌리쳐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늘 하느님을 첫 자리에 모시고 하느님의 말씀에 젖어있어야 합니다.
이번 사순절 동안 자주 말씀을 접하면서 나에게 닥치는 유혹의 뿌리는 무엇인지 잘 살펴보고, 그것을 단호하게 잘라버림으로써 하느님의 사랑에 더욱 깊이 잠기도록 노력한다면 우리는 참으로 복된 부활절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