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예루살렘 비아 돌로로사 제 5처 :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짐.>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마태오 6, 10)
오늘 예수님은 우리에게 기도에 대한 가르침은 내리십니다. 사실 우리는 매일 기도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고 있는지요? 허겁지겁, 그리고 의무를 때우기 위한 마음으로 하지는 않는지요? 아니면 같은 기도라도 한마디 한마디 음미해서 하는지요? 여기에 기도의 중요성이 있습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빈말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가르치시며, 가장 아름답고 완전한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십니다.
우리의 기도는 기도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세대를 우리는 자동판매기 문화의 세대라고 합니다. 돈만 넣으면 원하는 것이 즉석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신앙인들도 기도를 무슨 자동판매기와 같이 즉석에서 기도하면 즉석에서 성취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급히 먹으면 체한다는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기도를 무슨 요술 방망이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자기가 필요하면 기도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하고, 기도해서 들어주면 하느님을 열심히 믿겠다는 흥정하는 신앙인도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하느님을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어야만 하는, 내 기도를 성취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안 됩니다.
그러면 진정한 기도는 무엇입니까?
사순절을 자신의 본모습을 찾아가는 시기라고 하였습니다. 사순절에 우리는 기도를 다른 때보다 참 많이 합니다. 그렇다면 기도는 “자기의 본 모습을 찾아가는 작업”일 것입니다. 삐뚤어지거나 비틀린 자신의 삶을 바로 하고, 상처 난 부분을 치료하여 하느님이 원하는 모습으로 자기를 만들어 가는 작업인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기도는 하느님이 하느님의 뜻을 버리고 내 뜻을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의 뜻을 버리고 하느님의 뜻을 따라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라고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것이고 우리 역시 이런 예수님의 뜻에 따라 기도하는 것입니다. 겟세마니 동산에서의 예수님의 기도가 그런 것이었기에 앞으로의 나의 기도 생활 역시 이런 모습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순절을 지내며, 주님의 기도에 나오는 올바른 삶의 정신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님의 기도는 하느님과 일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에 가장 완벽한 기도라고 교회는 말합니다. 하지만, 주님의 기도가 정말로 완벽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저 입으로 외우고 기억하는 것으로 만족할 일은 아니라, 우리의 삶의 모습으로 실천되고 드러나야 그 가치를 발휘할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우리가 말하는 기도에는 많은 말이 필요한 것은 아닙다. 다만, 그분의 말씀하시는 뜻을 겸손하게 알아듣고 실천하겠다는 다짐만이 필요한 것입니다. 너무도 짧은 세상, 우리가 욕심을 부리고 산다면 이 세상의 삶은 더 힘들어지는 것이고 원하지 않는 삶의 불화가 우리 삶을 가로막는 일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세상의 삶을 평화롭게 지내고 행복하게 지내는 방법은 내가 하느님에게서 어떤 사명을 받았는지 올바로 깨닫고 실천하는 일에서 시작하는 것임을 기억하였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오늘 복음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나의 기도는 물량공세가 아니었는지? 진정 나의 마음을 드리는 것이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기도가 무엇인지 가르치시기보다는 당신의 감사의 삶으로서 기도하신 분이고, 용서가 무엇인지 가르치시기보다는 용서하셨고,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치시기보다는 사랑하셨습니다. 그분은 오늘도 나에게 “기도하는데 말이 너무 많다!”고 나무라시지는 않는지? 반성해 보아야 합니다. 청하는 말만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예수님께 감사하고 찬미 드리고 이웃에게 용서와 자비를 베풀기만 하는 것, 이것이 참된 기도가 아닌가? 주님의 기도를 묵상하며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