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 강원도 소초에서>
"나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그들에게 복을 내리겠다."(민수기 6, 27)
정유년 새날이 밝았습니다. 정유년 한 해동안 하느님 축복 많이 받으십시오.
오늘은 하루가 있게 하고, 계절이 있게 만들고, 한 해를 있게 만드신 하느님 앞에 겸손한 마음으로, 그리고 올 한 해 역시 우리 안에 생활하시고 당신의 사랑과 평화 안에 풍요로움으로 머물도록 허락하시는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안고 맞이하는 날입니다. 동시에 오늘은 하느님께서 조상들을 통해 베풀어주신 은덕을 흠모하며 조상님들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각오로 시작한 2017년. 어느덧 한 달이 다 지나갑니다. 여러 가지 결심을 하면서 잘 살아보겠다고 노력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마음의 거울에 먼지가 쌓이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생각해 보고는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럴 때 다시금 출발할 수 있도록 새로운 계기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명절‘설’은 매우 소중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오늘의 독서, 복음은 우리에게 2가지의 중요한 점을 묵상하게 합니다.
1) 福을 빌어주는 삶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설이 되면 우리는 그동안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 친지들과 만나고 축복의 마음으로 기쁨을 나눕나다. 자녀들은 웃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리며 자신들의 사랑을 드립니다. 그러면 어른들은 자녀들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세배 돈과 함께 德談을 들려주십니다.
대부분 어른들이 들려주시는 德談은 이웃과 만물에 복을 빌어주고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실 말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고 사는 우리들입니다. 하지만 나 자신이 하는 말조차도 좋은 말보다는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하는 말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한 해 동안은 좋은 말, 福을 빌어주는 말을 많이 했으면 합니다.
우리의 생활은 이렇게 베풀어주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주지 않으면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마음에 늘 좋은 것을 지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의 삶은 “메아리”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남에게 사랑으로 대하면 사랑으로 답하고, 내가 남에게 미움을 전하면 미움으로 답하는 메아리와도 같은 것입니다. 이런 의미로 오늘 만큼은, 올 해 만큼은 만나는 사람들에게 사랑의 미소를 보냈으면 합니다. 그러면 그 사랑의 미소를 받는 사람은 변화가 있을 것이고, 나에게 사랑으로 화답할 것입니다.
2) 깨어 준비하는 삶입니다.
많은 이들이 미래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합니다. 그러면 자신의 앞길은 탄탄대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요?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미래에 대해서 말씀해주시지 않으십니다. 왜냐하면 미래는 하느님의 섭리에 맡겨라!는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말씀처럼, 그 시간은 하느님께 해당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 시간이 우리의 것이라면 이 세상을 사는 재미가 있을까요? 아마도 도전, 준비, 용기... 등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단어들은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면서, 모든 이가 우울증에 걸리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복음 말씀을 통해 이 설날에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희는 항상 준비하고 있어라."
미래라는 시간에 얽매이면 우리는 결코 행복해질 수가 없습니다. 단지 지금이라는 이 현재를 잘 꾸며나간다면, 미래를 자연적으로 준비하는 것이며, 동시에 우리들은 행복을 일궈나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 설을 한자로 신일(愼日)이라고 했습니다. 즉,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오늘, 신중하고 경건한 마음을 갖는 날로 지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하루만 그렇게 보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는 항상 깨어 준비하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오늘을 멋지게 사는 사람은 내일도 멋지게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일을 멋지게 살려는 사람은 오늘을 망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내일도 형편없는 날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시간은 주님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베푸는 삶과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언제나 내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했으면 합니다..
나도 德談 한마디.
인디언 전설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한 농부가 밀 자루를 메고 길을 가다가 선하신 주님을 만났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게 밀알 몇 개만 다오."
농부는 자루에 손을 집어넣어 가장 작은 밀알 하나를 선하신 주님께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주님은 그 밀알을 황금으로 변화시켜 농부에게 되돌려 주었습니다. 그제서야 농부는 주님께 자루채 드리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고 합니다.
올 한 해는 하느님과 이웃에게 작은 것 하나라도 아까와 하지 않고 나누어주는 신앙인들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