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갈릴래아 지방 게라사(쿠르시) 지역 성당이 있었던 장소>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여다. 평안히 가거라, 그리고 병에서 벗어나 건강해져라."(마르코 5, 34)
먼저 본당에 있을 때 개신교에 다니는 한 자매가 찾아와 성당을 다녔으면 하고 면담을 요청해 왔습니다. 목사님의 이중적인 성격과 너무나 독선적인 면에 환멸을 느끼고 성당은 무엇인가 다를 것이라고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 옆 본당의 관할에 사는데 그곳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개신교에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부끄러우니까 이곳 성당으로 나오는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두 가지의 기적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회당장 야이로의 딸을 살리신 이야기와 하혈병으로 앓고 있는 부인을 고치신 이야기가 섞여 있습니다. 마르코 복음사가는 회당장의 딸을 살리시고 하혈하는 여인을 낫게 하는 이야기를 통하여 예수님이 구약의 모든 예언자를 능가하는 분일 뿐 아니라, 구약에 예언된 메시아 곧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회당장은 전통적인 유대인의 지도자로 회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던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던 인물이었습니다. 이처럼 품위를 지닌 그가 자신의 권위를 벗어버리고 뭇사람들로부터 반대를 받고 있음을 잘 알고 있는 예수님을 믿고 그분께 딸을 고쳐달라고 간청한 것입니다. 사회적 지위가 있는 그가 체면을 무릅쓰고 이러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고심하였을까요? 떠돌이 설교가, 모든 유다인들이 반대하고 배척하는 예수님을 찾아가 딸의 치유를 간청하였을 때 친구들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요? 그에게는 그냥 넘기기에는 너무 높은 장벽과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믿음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하혈병이라는 수치스런 병을 앓고 있던 부인도 자기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해보지 않은 일이 없었을 정도로 안 해 본 일이 없었고, 이제 마지막 수단으로 예수님을 찾아온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적인 노력을 다 기울이다가 하느님을 찾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것입니다. 자기의 몸에서 기적의 힘이 나간 것을 아신 예수님께서 그 사람을 찾자, 여인은 부끄럽지만 사실대로 고백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그리고 병에서 벗어나 건강해져라.”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분께 모든 것을 고백하자 두려움이 사라지고 위로와 평안이 그녀를 찾아오고 감싸주었던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아주 하찮아 보이지만 회당장이나 하혈하는 부인이 넘어야 했던 것은 사소한 체면이라는 장벽이요 장애물입니다. 이것을 뛰어 넘고 극복하지 못하면 기적은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입니다. 기적에 꼭 필요한 요소는 바로 이것, 사소한 체면이라는 장애물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이 사소한 체면 때문에 신앙생활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가요? 생각해 보십시요. 하느님 앞에 무엇이 부끄러운 것이 있겠는지요? 그분은 우리의 모든 사정을 아시고 이해하는 분이십니다. 이런 하느님께 우리의 믿음을 보여 드려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의 생활 안에도 기적이 일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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