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파리 성녀 마들렌 성당 제단>
"거짓 맹세를 해서는 안 된다."(마태오 5, 33)
마태오 복음 5장 ~7장은 유명한 산상수훈의 가르침 내용으로 신앙인들에게는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삶의 지침입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십계명 중 제5계명(살인해서는 안 된다.)과 제6계명(간음해서는 안 된다.), 제8계명(거짓 맹세를 해서는 안 된다.)을 말씀하십니다. 모든 계명을 다 잘 지켜야 하지만 그 중에서 제8계명을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살다보면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본의 아니게”란 말과 함께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좋은 일을 했을 때는 누군가가 “내가 했다.”는 사실을 알아주기를 바지만, 내가 좋지 못한 일을 했거나, 일을 잘 처리하지 못했을 때는 “내가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몰라주기를 바랍니다. 아니면 적어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정황을 이해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과장도 하고 거짓말도 하는 것입니다.
이런 우리에게 오늘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말할 때에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 그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 예수님은 지난 수요일 미사 복음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안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 이런 악한 것들은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 그러시면서 오늘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마태 5,17.20)라고 하시면서 떳떳이 살도록 명하십니다.
그러면 "거짓 맹세를 해서는 안 된다."는 계명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그 의미는 말로써 이웃을 해치지 말라는 계명입니다. 거짓을 말하든 진실을 말하든 상관없이 말로써 이웃의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주지 말라는 가르침입니다. 말로써 이웃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말을 조심하라는 것입니다.
유다인의 지혜서인 「탈무드」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나라 왕이 신하 두 명을 불러 서로 정반대되는 임무를 맡겼습니다. 한 신하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선(善)한 것을, 또 다른 신하에게는 가장 악(惡)한 것을 가져오라는 명령이었습니다.임무를 맡은 신하들은 온 세상을 두루 돌아본 후에 답을 찾아왔는데 똑같은 답이었습니다. 둘 다 사람의 “혀”라고 대답했던 것입니다. 왕은 두 신하의 이야기를 들어본 후 세상에서 가장 선(善)한 것도 혀요, 가장 악(惡)한 것도 혀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간의 혀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선(善)도 될 수 있고, 악(惡)도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세 치밖에 되지 않는 혀라고 하지만 온몸을 다스릴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갖고 있어서 혀를 통해 만들어 내는 말 한마디는 행복과 불행의 열쇠가 될 정도입니다. 이것은 무심코 하는 말이 누군가의 마음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큰 영향을 주듯이 살아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혀는 민족에 따라 그 의미가 좋게도 나쁘게도 사용됩니다. 대부분 민족은 상대에 대한 우롱이나 경멸의 표시로 혀를 내민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혀를 내밀며 '메롱'하는 것이 그렇고, 미국에서는 동전을 입속에 넣고 혀를 내밀어 보이는 것이 굉장한 경멸과 모독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반면에 혀를 내미는 것이 티베트에서는 존경의 인사가 되고,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에게는 환영의 표시가 되는가 하면 아프리카에서는 혀를 굴려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이 기쁨과 환호의 뜻이기도 합니다.
혀를 잘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야고보 사도는 당신의 편지에서 혀를 삼가라고 권하면서 아무리 신앙심이 깊어도 혀를 제어할 수 없다면 그 신앙심은 무의미하다고 가르칩니다.(야고보 1,26). 말로 이웃을 해치는 것은 살인보다 더 많은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살인은 한 사람만 상하게 하지만 험담은 한꺼번에 여러 사람을 해칠 수 있습니다. 험담을 하는 자신을 해치고, 험담하는 말을 듣고 동조하는 사람을 해치고, 그 험담의 대상자를 해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혀를 조심하지 않고 함부로 말해서 이웃을 해치는 사람은 남의 물건을 훔치는 사람보다, 성실하지 못한 사람보다, 이 세상 그 어떤 사람보다 더 어리석고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도둑질이나 다른 죄악은 보속하고 보상하기 쉽지만 말로서 끼친 죄는 보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말로써 이웃을 해치는 죄를 다른 죄보다 더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합니다.
물건을 훔친 죄는 훔친 물건을 되돌려주면 보속이 되지만 말로써 끼친 피해는 주어 담을 수 없기에 보속을 다 하기 어렵습니다. 한번 쏟아낸 말은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요, 엎질러진 물이므로 주워 담을 수 없고 기워 갚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무심코 던진 돌에 지나가던 개구리가 맞아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진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이 말로써 상대를 해롭게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몸에 귀가 둘이고 눈도 둘인데 입이 하나 밖에 없는 이유는 두 번 듣고 두 번 본 것을 한 번만 말하라는 뜻이고, 몸은 큰데 입이 작은 이유는 온 몸으로 체험한 것이라도 작게 말하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서 내려주신 "거짓 맹세를 해서는 안 된다."는 계명을 잘 지키려면 자신이 하려는 말을 한 번 더 생각해보고 내가 하는 말이 정말 예수님의 뜻에 맞는 것인지 생각해보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이웃에게 해로운 말보다는 좋고 도움이 되는 이로운 말만 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제 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말씀하신 “하느님께서 우리의 영광을 위하여 미리 정하신 지혜”의 삶입니다. 언제나 이러한 지혜의 삶을 통하여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행복한 신앙인”(화답송)이 될 수 있도록 예수님의 도우심을 청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