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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꽃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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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삶의 꽃자리


연중 제 6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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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갈릴래아 지방 어부들의 도시 벳사이다>

"이 세대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마르코 8, 12)

오늘 복음에는 예수님의 속을 떠보려는 바리사이들과 그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시고 예수님께서 깊이 탄식하시는 장면이 나오고 있습니다. 바리사이들은 예수님께 몰려와서 하느님의 인정을 받은 표가 될 만한 기적을 보여 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들을 바라보시며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세대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마르8,12)

이렇게 매몰차게 거부하시며 예수님께서는 배를 타고 호수 건너편으로 그들을 떠나가십니다. 왜 예수님께서는 기적을 요구하는 바리사이들의 청을 거들떠보시지도 않고 떠나셨는지? 우리는 여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을 찾아와 기적을 보여 달라고 청하고 있습니다만 실은 바로 직전에 예수님께서는 아주 놀라운 기적을 보여주셨습니다. 빵 일곱 개와 작은 물고기 몇 마리로 사천 명을 먹이신 빵의 기적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 빵의 기적으로 당신의 사명을 보여주셨음에서도 불구하고 이를 믿지 못하는 바리사이들이 또 다른 기적을 요구하자 예수님께서 이를 거부하고 떠나가시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바리사이들은 예수님께 대한 믿음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어떠한 트집을 잡아서라도 예수님을 죄인으로 만들고 또 어떻게 해서라도 깎아내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예수님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였습니다. 결국 그러한 목적에 실패했기 때문에 그들은 나중에 힘으로 몰아 붙여서 예수님을 십자가에 처형시키는 만행까지도 저지르게 됩니다. 이러한 바리사이들의 속내를 알고 계시기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피해서 떠나가 버리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신자라고 말합니다. 신자라는 것은믿는 사람이라는 뜻으로,‘믿는 사람에게믿음이 없다면 그의 존재 가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가끔 우리 신자들 중에는 믿는다고 하면서도 믿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에게 기적을 보여준다면"

"내 자식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다면"

"내가 회사에서 승진을 한다면"

"내게 큰 은총을 주신다면 정말 믿을 수 있을 텐데"

이는 참으로 미성숙한 모습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또 다른 기적들을 계속 요구할 따름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주면 믿을텐데"하는 이런 조건에서 믿음은 비롯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경험과 나의 지식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예수님의 말씀이라면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려는 자세, 여기에서부터 믿음은 시작이 되는 것입니다.

믿음이라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계와도 비슷합니다. 두 사람이 정말 사랑한다면 굳이 서로의 의도와 생각을 얘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다가서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조건을 내겁니다.

"을 해 준다면 내가 을 해 줄 텐데"

"한다면 내가 만나줄 텐데"

"한다면 내가 결혼해 줄 텐데"

이것은 사랑이 없는 조건의 거래일 뿐입니다. 특히 서로 사랑한다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라면"이라는 조건이 붙는다면 그것은 거짓 사랑일 것입니다.

믿음도 이와 똑같습니다.

"예수님께서 나에게 을 해 준다면 내가 믿을 터인데"

이것은 믿는 사람의 모습이 아닙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믿음이 없는 바리사이들에게서 떠나가신 것입니다.

믿음은 결단입니다. "내가 먼저 눈으로 보고 확인한 후에 믿을 것이다."라는 것이 아니라, 먼저 굳게 믿고 그 다음에 예수님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믿음이요, 이것이 우리 신자로서의 삶의 모습인 것입니다.

또한 그들이 그렇게 표징만을 요구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바로 예수님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진심으로 자신을 구원하실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그들은 절대로 그러한 요구를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히려 대신 저희를 구원해주십시오.”라는 청을 드렸을 것입니다.

상대를 제대로 알아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듯이, 예수님을 제대로 알아야 내 자신이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얼마나 예수님을 알고 있나요? 아니 알려는 시도는 하고 있나요?

그냥 무조건 받아야 한다는 생각. 그래서 표징을 계속해서 원하는 모습은 이제 버려야 합니다. 대신 예수님을 알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나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믿음이 있는 곳, 그 어디에서나 기적은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계신 바로 그 곳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놀라운 예수님의 기적을 여러분 모두가 체험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해 봅니다.

 


Writer : 송병선 신부   Date. 2017-02-12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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