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일 앵자봉 산상 기도회>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 29)
낯선 외국 땅을 여행할 때, 여행 가이드의 역할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좋은 가이드는 주어진 시간을 짜임새 있게 계획하고 실행합니다. 그리고 그는 꼭 들러야 할 의미 있는 장소나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객들을 안내하고, 적절한 설명을 통해 유익한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니다.
반대로 가이드를 잘못 만나면 어떻게 되는가요? 염불은 뒷전이고 젯밥에만 관심이 많아 "왕 재수"없게 됩니다. 그들은 모든 일에 대하여 적당히, 어물쩍 넘어갑니다. 운전기사와도 정확한 언어소통이 안 되서 그런지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 기사는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다 기념품 가게나 그 지방 특산품 가게 앞에는 왜 그리도 자주 버스를 멈추는지 이해가 안 갈 때가 많습니다.
이런 면에서 오늘 복음에서 만난 세례자 요한은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정확하게 길을 제시해준 훌륭한 가이드였습니다.
세례자 요한 시대, 이스라엘에는 수많은 거짓예언자들이나 사이비 교주들이 너 나할 것 없이 "내가 진짜 메시아다!", "그 얼굴에 메시아는 무슨 메시아, 내 얼굴을 봐라! 내가 진짜다."고 나대는 바람에 사람들은 혼돈과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약속된 메시아가 오셨음을 확인한 세례자 요한은 백성들을 향해 족집게처럼 정확하게 "저 분이야말로 우리가 기다리던 그 분이십니다."고 정확하게 알려준 것입니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두운 밤길을 걷고 있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해 정확하게 그들이 가야할 길 - 생명의 길 - 을 제시한 최후의 예언자가 바로 세례자 요한이었습니다.
그러면 오늘 우리의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 이웃들은 우리의 삶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 그분의 자취를 발견하는가요? 이웃들은 우리의 삶 안에서 생명의 길을 찾는가요? 우리의 삶은 세상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찾아가도록 가리키는 이정표 역할을 잘 하고 있는가요?
세례자 요한이 언제나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올바른 메시아를, 예수님을 알려 주었다면 이제 이 일은 우리의 몫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하느님을 알지 못하고 진리를 알지 못하여 잘못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올바른 생명의 길을, 진리의 길을, 구원의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의 역할을, 가이드의 역할을 잘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