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 라보나 광장>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오 3, 17)
예수님은 인간의 죄를 용서하시고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사람이 되셨습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셨다는 것은 하느님과 똑같은 본성을 가지신 예수님께서 우리 비천한 인간들을 사랑한 나머지 인간의 길을 택하셨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 세례는 무엇입니까? 예수님의 세례는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인간이었던 세례자 요한이 베푸는 세례를 기꺼이 스스로 받으심으로써 인간 안에 거듭 나시기를 원하셨던 것으로 이해됩니다. 이것은 실로 큰 사건이었습니다. 자신의 지위와 신분을 모조리 반납하고 참혹한 운명을 스스로 선택하신 것입니다. 엄청난 사랑입니다. 사람으로는 감히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이것을 가리켜 ‘자기비허’, 곧 낮추어지는 데까지 한 없이 낮추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곧 ‘포기’였습니다. 바로 예수님께서는 ‘포기’와 ‘자기헌신’을 통해서 우리에게 삶의 모범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우리도 예수님과 같은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받는 세례는 예수님의 마음을 가지고 그분이 하신 실천 안으로 들어가는 입문 의식입니다. 결혼식이 결혼 생활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이듯이, 세례는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삶의 실천을 시작하는 의식인 것입니다.
그러면 세례 받은 신앙인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 오늘의 성경 말씀을 통하여 생각해 봅니다.
첫째, 바르고 성실하고 공정한 인생길을 가야합니다.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 그는 성실하게 공정을 펴리라.”
예수님께서는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으신 후 오늘 독서의 내용과 같은 삶을 살아가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선 뭇 민족에게 바른 인생길을 공정하고 성실하게 펴 주셨습니다. 그분은 당신의 삶과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영원한 생명을 주셨습니다. 부러진 갈대라고 하여, 심지가 꺼져간다 하여 꺾지 않고, 꺼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죽어 가는 야이로의 딸을 살리시고, 아파하는 많은 환자들을 치유해 주셨습니다. 거의 죽음의 상태에 있던 백부장의 아들도 살리셨습니다. 이렇게 우리도 예수님의 삶을 본받아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둘째, 그러면서 오늘 세례자 요한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모든 영광과 기쁨은 하느님께도 돌리는 겸손함이 있어야합니다.
셋째, 하느님께서는 차별 대우를 하지 않으시고 당신을 두려워하며 올바르게 사는 사람이면 어느 나라 사람이든지 다 받아 주시듯이 세례를 받은 사람은 모든 이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할 용기와 신념을 가져야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새로운 한해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한해를 세례를 받은 신앙인답게 살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올해에는 남을 비방하고, 남의 허물을 들쳐 내기에 앞서 나의 허물과 탓을 먼저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과거에 있었던 일로 남을 매도하기보다는 화합하고, 베풀고 하나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살아갈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보시고도 이렇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