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타부가 지방의 베드로 수위권 성당 내부>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마르코 2, 17)

복음을 묵상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앎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그리고 나는 그 앎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하고 있는가? 혹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많이 아는 척하고, 나의 부족한 앎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리였던 레위를 부르십니다. 그리고 그의 집에 가서 그의 친구들과 먹고 마시십니다. 이 모습을 보고서 율법학자와 바리사이 사람들은 아주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직접 이야기하지는 못하고, 그의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저 사람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오?"

그 당시에는 깨끗한 사람은 깨끗한 사람과, 부정한 사람은 부정한 사람하고만 어울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아주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대였습니다. 특히 하느님의 특별한 선택을 받은 유대인들이 율법에 비추어 볼 때, 옳지 못하게 사는 사람과 같이 먹고 마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율법학자와 바리사이 사람들의 앎이었습니다. 즉, 이들의 앎은 자기들만 구원받아야 한다는 편협 되고 이기적인 앎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앎은 이들의 앎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예수님의 앎은 편협 되고 이기적인 앎이 아니라, 바로 모든 사람의 구원을 위한 앎이었으며 사랑이 함께 하는 앎이었습니다.

그러면 나의 앎은 어떠한가요? 그리고 앎의 기준에 있어서 그 한가운데 내가 있는지? 아니면 예수님께서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 한가운데 내 자신이 있을 때는 우리는 우리 스스로 나를 변호하려 할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늘 옳고 다른 사람은 틀리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변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는 내가 나를 변호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나를 변호할 수 있도록 그 몫을 넘겨드려야 할 것입니다. 그런 겸손 된 마음을 가질 때 우리는 예수님과 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파스칼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부류를 두 가지로 나누고 있습니다. 하나는 스스로를 의인이라고 생각하는 죄인들이요, 다른 하나는 스스로를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의인들입니다.

그러면 나는 어느 부류에 속하는 사람인가요?

내가 죄인이라고 생각할 때 예수님은 진정으로 나에게 필요한 분이 됩니다. 그래서 언제나 간절하고 애타게 찾는 분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의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예수님은 언제나 나와 동떨어진 곳에 계신, 내 생활 속에서 아주 멀리 계신 분이 될 것입니다.

언제나 내가 속한 곳을 제대로 알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