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나자렛 성모 영보 성당 내부 제단>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 38)
한국 교회의 수호자이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대축일을 맞이해서 복음에서는 예수님 잉태 소식에 대한 말씀이 나옵니다. 즉, 천사가 성모님께 나타나 예수님을 곧 잉태하실 것이라는 말씀을 전해줍니다. 사실 성모님께서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처녀의 몸이었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천사의 말이라고 해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같이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밤에 가브리엘 천사가 여러분 침실에 나타나서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하고 말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요? 아마 무조건 반대하지 않겠는가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럴 수는 없다고 말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길은 바로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무시하고 산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폐쇄적인 사회였던 이스라엘에서는 더 그랬습니다.
하지만 성모님께서는 처음에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 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라고 질문을 던지시지만, 곧바로 천사의 말을 받아들이십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즉, 성모님께서는 무조건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셨고, 또 따지지도 않으셨습니다. 그럼으로써 성모님께서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가 되신 것입니다.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대축일을 맞이해서, 우리 모두 우리 자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나는 얼마나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지요? 또한 그 사람들의 뜻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하느님의 뜻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따르는 것. 이것이 복음에 나오는 성모님의 모습을 따르는 것입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내 뜻이 더 맞는 것 같고, 내 자신이 손해 보는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우리들을 보다 예수님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는 것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