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예리코의 자캐오 나무>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루카 19,5)

오늘 아침 이곳 천진암에는 첫 열음이 얼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인간들을 부르십니다. 그 부르심은 바로 당신의 말씀을 전해 주시기 위한 것입니다. 구원에 관한 기쁜 소식, 곧 “복음'을 들려주시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들을 당신 구원에 초대하시고, 영원한 생명으로 부르고 계십니다.

그런데 성경을 볼 때 예수님께서는 각각 다른 방법으로 사람들을 부르고 계시는데, 그 사람에게 가장 알맞은,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부르고 계십니다. 그 사람의 신분이 어떻든 간에, 그 사람의 외모가 어떻든 간에, 그 사람의 성격이 어떻든 간에 하느님께서는 똑같이 사람들을 부르고 또 초대하고 계십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자캐오라는 사람을 만나십니다. 그는 돈 많은 세관장으로 재산이나 사회적 신분이나 자기 위치를 확고히 한 사람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세속적으로 볼 때 자캐오는 무엇 하나 남부러울 것이 없는, 아무것도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세관장이라는 신분 때문에 미움을 사고 있었고 따돌림을 받으면서 천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자캐오는 아마도 사람들의 질시와 냉대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바람이 가득했을 것입니다.

이런 자캐오에게 예수님은 특별한 존재였고, 꼭 한번 만나고 싶었던 인물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분인지를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소문에 따르면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로서 신기한 기적을 행하는 것은 물론 당시 천대와 조롱을 받고 있는 창녀와 세리들과 함께 먹고 마시기도 하였던 것입니다. 심지어는 천벌이라고 일컬어졌던 나병을 앓는 환자들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예외 없이 만나 함께 대화하시고 음식을 나누시고 환자의 병까지 고쳐 주셨기 때문입니다. 또한 당시 하느님의 말씀과 계율을 연구하고 가르쳤던 율법학자, 바리사이들의 잘못된 가르침과 사고방식을 과감하게 비판하셨고, 그들 또한 예수님의 놀라운 가르침과 기적 앞에 꼼짝도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는 소문이 두루 퍼져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보잘것없고 냉대 받고 있었던 자캐오에게 예수님께서는 대단한 인물이셨고, 개혁적이고 혁신적인 위대한 인물이셨습니다. 그래서 자캐오의 마음은 아마도 예수님을 만나보고 싶어하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던 차에 마침 예수님께서 예리고를 지나가신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그 소문을 들은 자캐오는 어떻게 해서라도 예수님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하던 일을 제쳐두고 헐레벌떡 예수님께서 지나가실 길목에 미리 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자신이 세관장이라는 사실도 문제이긴 했지만 그것보다 더욱 큰 문제는 키가 너무 작아 예수님을 볼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지나가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군중에 가려 예수님의 그림자조차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키 작은 자캐오는 예수님께서 지나가시는 길을 앞질러 달려가서 나무 위에 올라갑니다.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행동이었습니다. 체면이나 지위 따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행동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구경거리를 보기 위해 나무 위를 기어오른다는 것은 웃음거리와 조롱거리가 되기 때문이고, 심지어 한 지방의 기관장으로서 나무 위를 기어오른다는 것은 매우 품위 없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캐오는 그런 모든 것을 내 팽겨쳐 버렸습니다. 자신의 지위나 체면 따위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자캐오에게는 오로지 예수님을 만나야겠다는 열망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만나는 것, 그분을 만나 말이라도 걸어 보는 것, 그분 앞에 자신의 마음을 활짝 열어 보이는 것, 예수님의 말씀을 한마디라도 들어보는 것, 그것만이 자캐오에게는 모든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예수님을 만나야겠다는 큰 열망이 그 모든 부끄러움을 극복하게 하였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러한 자캐오의 마음과 행동을 보시고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의 의미는 예수님께서 자캐오에게 주시는 풍부한 생명력과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내려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허위와 가식의 껍질을 벗어버리고 부족하고 죄스런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낮추지 않으면 결코 예수님을 만나 뵈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만난 자캐오의 삶은 변화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모으려고 노력했던 재물을 이제 예수님을 만나고 변화됨으로써 재산의 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횡령한 것이 있다면 네 갑절로 되갚아 줄 것을 약속합니다. 진정 자캐오에게 삶의 전부였다고 생각한 재물이 예수님을 만남으로써 뒷자리가 되고 예수님이 첫자리가 된 것입니다. 이 모습을 보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 누구나 원하는 구원을 자캐오는 자신의 삶을 변화시킴으로써 받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구원을 받고자하는 그래서 영원한 새아명을 얻고자 하는 우리 역시 자캐오처럼 변해야 합니다. 우리가 믿는 예수님을 언제나 첫자리에 두는 삶으로 변화를 가져와야 하는 것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예수님으로 부터 자캐에에게 하셨던 감은 말씀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

늘상 우리으ㅟ 삶 속에서 자캐오처럼 예수님을 우리 마음에 모셔들이고 예수님으로 인하여 변화된 삶을 살고 우리에게 구원이 내리기를 간절히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