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갈릴래아지방 행복선언 성당>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마태오 5, 12)
오늘은 모든 성인 대축일입니다. 성인 성녀는 교회의 공식적인 확인절차를 통해 우리가 공적으로 공경하는 분들입니다. 그러나 교회 안에는 공적으로 시성된 성인 성녀들보다 수 백배, 수 천배 더 많은 무수한 성인 성녀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아직 성인으로서 공경을 하지 못하는 분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분들이 더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도 요한은 묵시록에서 "아무도 그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큰 무리가 있었습니다."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분들은 이미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시고 계시는 분들이라고 확신을 합니다. 지상교회에서 공적인 절차를 통해서 누구를 성인 성녀로 선포하고, 또 선포하지 않았다고 해서 하느님과 함께 있는 그들의 행복에는 조금도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오늘은 이런 성인 성녀들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우리가 평상시에 기념하지 못하고, 기억하지도 못한 무수히 많은 성인 성녀들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우리는 사도신경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와 모든 성인들의 통공을 믿나이다.".
지상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우리들의 개인적인 능력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 나라를 미리 보여주는 교회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하여 성인성녀들께서는 기도해주십니다. 이미 완성된 하느님 나라에서 살고 있는 성인성녀들이 우리를 위하여 기도해주고, 하느님께 간청하고 계시다는 것을 우리는 믿고 고백합니다. 우리를 위해서 기도하고 간구하는 성인성녀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우리 또한 그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래서 늘 우리들을 위해서 간구하시는 그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또한 우리도 그분들의 덕행을 본받고 그렇게 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아직 하느님 안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고 있지 못한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자신들의 능력으로는 하느님께 갈 수 없는 이들, 특별히 연옥영혼을 위하여 우리는 그들을 대신해서 기도해주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죽어 하느님 곁에 있는 성인성녀들이나, 아직 때가 되지 않아 속죄의 벌을 받고 있는 이들이나, 현세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나 모두 하느님 안에서 같은 끈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신체의 한 부분이 아프면 그 고통이 온 몸에 퍼져가듯이, 한 지체가 고통을 당하면 온 몸이 아프듯이. 우리들은 하느님 안에 한 지체들이기 때문입니다.
성인은 누구입니까? 우리가 본받아야 할 성인들이 누구입니까? 예수님께서는 복음을 통하여 참으로 복이 있는 사람, 그래서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릴 사람들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자녀들의 생활에 대하여 이야기하십니다. 다른 말로 한다면 성인 성녀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 슬퍼하는 사람, 온유한 사람,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 자비로운 사람, 마음이 깨끗한 사람, 평화를 이루는 사람,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
하느님 나라에 이르는 8가지의 길,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8가지의 길, 성인 성녀가 될 수 있는 8가지의 길. 이미 이런 삶을 살고 있다면 그 사람은 성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바로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모든 성인들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이러한 삶을 살고 있습니까? 우리의 이성은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그것은 불가능해, 너는 안 돼". 그러나 우리의 신앙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천만에, 그것은 가능해, 너도 할 수 있어".
성인이 될 수 있는 사람과 성인이 될 수 없는 사람이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면 하느님 나라에 이르는 길을 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면 영원한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예수님께서 말씀 하신대로 살고 있다면 이미 성인 성녀의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살고 있다면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하느님 나라는 우리의 것입니다. 사도 요한은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그 큰사랑으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과연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자녀라고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거룩하게 살도록 불리움을 받은 사람들로서 모두 성인이고 거룩한 사람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삶을 살아가기를 요구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지키기 힘든 것을 요구하시는 그런 가혹한 분이 아닙니다. 우리가 그렇게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십니다. 하느님의 그 '큰사랑의 힘'을 우리에게 주시어 그와 같은 삶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해 주십니다.
오늘 모든 성인 대축일을 기념하며 그분들의 생활을 찬양하고 우러러보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우리의 삶의 모범으로 삼도록 해야 합니다. 그분들은 우리가 살았던 똑같은 세상 안에서 살았던 분들입니다. 우리처럼 괴로워하고, 때로는 견디기 힘든 고통 때문에 힘들어하고, 사람들로부터 멸시받고, 비난받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성인들은 특별한 능력, 초능력으로 사셨던 분들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의 힘에 의지해서 살았던 분들입니다. 이분들의 삶은 우리에게 힘이 되고 희망이 됩니다. 성인들을 본받으려는 마음은 우리를 더욱 하느님과 가깝게 이끌어 줄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에서 우리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기도해주시는 성인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