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루카 17, 21)
오늘은 대 레오 교황 축일입니다. 축일을 맞으신 모든 분들에게 축하의 인사와 함께 하느님의 축복을 기도합니다. 레오 교황은 내적으로, 외적으로 교회의 기틀을 잡은 분입니다. 외적으로 그 분의 성스러운 생활은 야만족들도 존경하여 교회를 야만족의 침입으로부터 물리칠 수 있었으며, 교회 내적으로는 당시에 판을 치던 여러 가지 이단들, 특히‘그리스도의 위(位)가 둘이며, 성모는 천주의 모친이 아니다.’를 주장하는 네스토리우스 이단과, ‘그리스도에게는 오직 천주성만이 존재한다.’는 단성론 이단을 칼체톤 공의회(451년)를 개최하여 물리치며 교회의 정통교리를 견고하게 하여 교회의 기틀을 확립하신 분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 중에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고 “코끼리가 이렇다”라고 정의를 내리는 우화가 있습니다. 다리를 만진 장님은 커다란 기둥과 같다고 하고, 코를 만진 장님은 물렁물렁한 것이 이상하게 길다고 하고, 배를 만진 장님은 천장처럼 넓고 커다란 것이라고 하고, 등을 만진 장님은 평편한 바닥과 같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아는 상식으로 보면 모두 코끼리의 한 부분을 말하는 것으로 해당요소는 있지만 장님들의 견해는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이것을 그대로 두면 고정관념이 생기고 이것이 전부인양 다툼이 생깁니다.
복음의 유대인들도 ‘하느님 나라’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하느님 나라를 예시하는 메시아에 대한 관념은 매우 강했습니다. 이들의 메시아관은 현재 자기들이 처한 피지배 민족의 상황에서 자기들이 로마를 지배할 수 있는 지배 민족으로써의 해방자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 그런 메시아가 언제 오는지 질문을 한 것이고, 메시아가 올 때의 상황을 물은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답변은 달랐습니다. 환자의 잘못된 부분을 의사가 육안으로 모두 알아내기가 어려운(불가능한) 것처럼 하느님 나라도 외적으로, 물리적으로, 육안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을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데에 있다는 것입니다. 즉, 주위 환경의 혁명이나 변화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하느님의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데에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의 말씀이 인간의 마음 안에 들어가 누룩처럼 인간의 마음을 사랑으로 변화시킬 때 하느님의 나라가 도래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이미 와 있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구 소련의 우주비행사가 우주선을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가더니만 자신 있게 말했다고 합니다. “내가 하늘에 올라와서 보니 신은 없다. 절대로 없다.”
반면 미국의 우주비행사는 우주선을 타고 장엄하게 펼쳐진 우주신비 앞에서 감탄해 마지않으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고 합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은 너무도 아름답다.”이처럼 하느님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는가하면, 볼 수 없는 눈도 있습니다.
어느 말기 암 환자가 죽음의 목전에서 “지금까지 제가 불평불만으로 살아 온 이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웠다는 것을 미처 몰랐습니다.”라고 고백한 후 며칠 만에 눈을 감았다고 합니다. 그 암 환자는 삼십 평생의 짧은 삶을 마감했지만, 뒤늦게 하느님을 알게 된 후, 새로운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일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일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눈을 가지고 있어도 마음이 어떠하냐에 따라서 보이는 것은 분명히 달라집니다. 서로 오해하고 시기하는 사람들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누구한테는 별일도 아닌데, 서로의 마음 때문에 다툼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요?
우리의 서먹한 관계를 풀어주는 묘약이 있다면 미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웃들과 말다툼을 할 때에도, 의견 충돌 후 화가 풀리지 않을 때에도, 꽁하니 삐져 있을 때에도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미소를 보이면 얼었던 관계가 한 순간에 풀립니다.
삶의 천당과 지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미움과 무관심이 있는 곳은 지옥이요. 미소와 사랑이 있는 곳은 천당일 것일 것입니다. 그래서 복음에서 예수님도 말씀하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바로 너희 가운데 있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가족들에게, 만나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보내보았으면 합니다. 그러면 바로 거기에 우리가 바라는 천국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