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의 신비 2단 : 마리아 엘리사벳 찾아보심.(프랑스 루르드 대성당에서)>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루카 17, 19)
우리 속담에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었더니 보따리 내 놓으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대개 자기가 아쉬울 때는 있는 힘을 다하여 구하면서도 막상 구하던 것을 얻고 나면 그 은혜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사는 수가 많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들은독서와 복음은 모두 나병의 치유를 전해 주고 있습니다. 나병에서 치유된 시리아의 나아만 장군과 이방인 한 사람은 공통적으로 그들에게 베풀어주신 것에 대해 주님께 감사를 드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자신이 받은 은혜에 대한 깊고 뜨거운 감사 표현은 참된 믿음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제1독서는 '시리아의 사령관'인 나아만에 관한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그는 문둥병에 걸렸는데 히브리인 하녀에게 이스라엘에 그러한 몹쓸 병도 고쳐줄 수 있는 예언자 엘리사라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 하느님의 사람에게 갔습니다. 그런데 예언자 엘리사가 그에게 요르단 강에서 일곱 번 몸을 씻으라고 하자 그는 그렇게 하는 것이 자기와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나 치욕적인 일이라 생각하고 노발대발하며 자기 나라로 돌아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부하들은 예언자의 말을 따르라고 충고했고, 부하들의 말을 따라 그대로 하자 새살이 돋아 그의 몸은 마치 어린아이 몸처럼 깨끗해졌습니다.
이 치유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그에게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감사의 정을 불러일으켰고 정성을 다한 선물을 바치게 했습니다. 그러나 엘리사는 그 선물을 정중히 거절하였습니다. 그것은 치유하신 분이 하느님이시지 자기 자신이 아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아만은 이에 대해 하느님 외에 다른 어떤 신에게도 번제나 희생 제사를 드리지 않겠다고 하고 나귀 두 마리에 실을 만큼 흙을 달라고 간청합니다. 이 흙은 하느님을 숭배할 제단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나아만 장군은 여기서 육체적 치유뿐 아니라 정신적 치유도 충만히 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치유가 오늘의 루가복음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열 사람의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자신들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자비를 간청했을 때 예수님께서는 사제들에게 가서 몸을 보이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이들이 사제들에게 가는 동안 열 사람의 병은 모두 나았습니다. 그런데 아홉 명은 당연히 나을 것이 나은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간 반면 이방인 한 사람만이 예수님께 다시 돌아와 감사를 드리고 하느님을 찬양하였던 것입니다. 육신이 치유된 이 이방인, 사마리아 사람은 예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림으로써 육신만이 아니라 정신까지도 온전히 치유되어 구원의 은총을 받은 것입니다. 곧 완전한 믿음이 그를 완전히 구원해 준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답다.”는 말은 무엇을 두고 한 말인가요? 그것은 사람이 사랑을 나누고 받은 은혜에 감사할 줄을 안다는 뜻이 아닌가요? 까마귀는 어릴 때 어미가 물어다 주는 먹이로 자라는데 크면 반드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봉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말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까마귀보다도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들에게 베풀어 준 사랑을 감사할 줄 모르고 잊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감사하는 마음, 이는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선물인 것입니다. 감사를 드러내는 선물의 값어치는 결코 숫자로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는 오늘의 성경 말씀 중 나아만 장군과 사마리아인의 모습 속에서 많은 것을 반성하게 됩니다. 나는 과연 세상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순간 하느님께 감사해야 할 일을 잊고 태연히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살아왔는가요? 우리 믿는 이들이 하느님께 응당 감사해야 할 때도 감사를 잊어버리고 사는 데 반해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절대자, 신에게 감사하고 사는 것을 보고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가책에 보면 "감사, 감사, 아침에도 감사, 저녁에도 감사, 감사, 감사, 한낮에도 감사"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단순하지만 의미 있는 성가라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는 너무 감사에 인색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아침 잠자리에 일어나서 저녁 잠자리에 들기까지 항상 보이게, 보이지 않게 도와주시는 하느님과 고마운 사람들에게 감사의 정을 간직하고 기쁜 마음,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삶 안에서 언제나 하느님의 은총을 찾으려 노력하고 그분의 은혜에 감사드리는 삶이 하느님께 대한 올바른 신앙이며 항상 하느님과 함께 사는 삶인 것입니다.
독서와 복음의 말씀을 통해 우리는 사도 바오로의 가르침을 언제나 기억해야 합니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1데살 5,16-18)
이제 결실의 계절 가을의 한 복판에 와 있습니다. 여러분의 삶 속에도 무르익어가는 가을의 결실처럼 신앙의 열매 맺는 생활되시길 간절히 청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