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암 성모성당 감실과 등의 모습>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보다 영리하다."(루카 16, 8)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말 중에“꼼수”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당한 방법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방법이다. 복음을 묵상하면서 정말 예수님이 이렇게 까지 말씀하셔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약간은 무리가 가고 어색한 비유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철저하게도 당신의 가르침에 냉담한 당신 백성들, 당신의 말씀이 전혀 먹혀 들어가지 않는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셨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다 찡해집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약은 집사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주인의 재산을 야금야금 뒤로 빼돌리던 재산 관리인이 한 명 있었습니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남의 재산을 함부로 횡령하던 집사의 비리가 마침내 들통이 나게 됩니다. 집사에게 절대적인 신임을 주었던 주인, 그래서 자신의 모든 재산관리를 집사에게 맡겼던 주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고, 그 날로 당장 그 부정직한 집사를 권고 사직시킵니다.

이런 주인의 처사에 집사는 그야말로 기발한 생각을 해냅니다. 그는 장부를 조작하여 빚진 자들에게 실제로 빚진 액수보다 훨씬 적은 액수로 고쳐 쓰게 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두면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빚진 자들이 그에게 고맙게 생각하게 될 것이고,

둘째는 그가 빚진 자들을 자기의 부정과 함께 같은 공범자로 만들어 자신에게 해고라는 최악의 불운이 닥치더라도 빚진 자들에게서 자기가 또 받아낼 수 있는 좀 더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이러한 집사의 처사에 주인은 충격을 받았지만, 그 약은 집사의 교활한 처사에 감탄을 한 사실로 보아 주인 역시 정직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하튼간에 주인이나 집사나 빚진 사람이나 그들의 윤리적 판단 기준이 좋고 나쁘다 하기보다도 그들이 세속적인 삶을 위해서 얼마나 교묘한 수단 방법을 짜내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은 참으로 좋고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열심히 벌어서 경치 좋은 곳에 편안히 여생을 보낼 수 있는 별장을 마련하는 일, 자식들이 남부끄럽지 않게 살 수 있도록 넉넉한 유산을 남기는 일, 풍수지리가 좋은 곳에다 묘 자리를 마련하는 일, 자식들을 위한 교육적 투자 등등 참으로 준비할 것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 미래를 위한 보다 확실한 투자는 영적인 투자입니다. 구원과 영원한 생명을 위한 투자입니다. 자식들에게 신앙을 전수해주는 일, 가족들이 함께 고통 받는 이웃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일, 가까운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 이런 일들이야말로 구원을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이자율이 높은 투자일 것입니다.

세상의 이익을 위해서는 갖은 재주, 갖은 꾀를 다 동원하면서도, 우리의 영적인 삶 - 구원과 영원한 생명 - 을 위해서 무엇을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세상의 일, 인간의 일에 쏟는 노력만큼 신앙생활에 힘쓴다면 우리의 모습은 참되게 바뀔 것입니다. 따라서 복음의 말씀은 우리의 영적인 삶, 신앙생활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를 일러주시는 말씀으로 알아들어야 하겠습니다.

이런 노력을 통하여 우리는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말씀하신 것처럼 "하늘의 시민"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하느님은 "우리의 비천한 몸을 당신의 영광스러운 몸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