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루카 17, 10)

복음 말씀은 정말 우리 교회의 모든 신앙인들이 언제나 기억해야 하는 말씀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서 시키신 일을 하고 나서는 "저희는 보잘 것 없는 종입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입니다.."고 말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를 좋아합니다. 특히 좋은 일을 했거나 뛰어난 업적을 쌓았을 때는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꼭 나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때로는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 좋은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을 일은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해도 하지 않습니다. 무언가 빛이 나고 얼굴이 설 때만 한 몫을 거듭니다. 그나마 아예 관심이 없는 것보다야 낫지만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또 때로는 실컷 좋은 일을 해놓고 그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내가 이런 좋은 일을 했으니 그에 대한 당연한 보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또한 잘못된 자세일 것입니다.

사실 알고 보면 좋은 일을 하는 것은 이미 그 자체로 보상이 주어진 것입니다. 선행을 쌓는 것은 자신의 인간됨을 완성시켜 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질적으로 보상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선(善)을 통해 자신을 완성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또한 선행을 쌓을수록 하늘나라에 재물을 쌓아두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선을 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선행에 허영과 욕심과 교만과 같은 것들이 들어가게 되면 이 모든 것을 망쳐 놓게 됩니다. 실컷 해놓은 선(善)이 도로아미타불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선행을 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이 겸손함입니다. 선행과 겸손이 만나면 상승 작용이 일어납니다. 선행과 겸손함이 서로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마당을 쓸 때 손바닥으로 하면 불편하니까 빗자루를 이용하고 쓸고 난 뒤에는 그 빗자루를 좋은 자리에 고이 모셔두는 것이 아니라, 문 뒤 한적한 곳에 세워 둡니다. 즉, "주인이 필요하여 나를 쓰셨고 이제는 내가 할 바를 했으니 내가 차지할 곳은 이곳입니다" 하고 문 뒤 한적한 곳에 빗자루가 세워져 있듯이 그러한 미덕까지도 보여주는 것이 겸손이라고 하겠습니다. 예수님 앞에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겸손입니다. 예수님 앞에 언제나 우리는 더 복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앞에 그리고 우리의 이웃 앞에 언제나 겸손한 신앙인의 모습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과연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자세로 사랑과 봉사와 선행을 행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매일의 삶이 바오로 사도가 독서에서 말씀하시듯이 "선을 가르치고 선을 행하는 신앙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