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암 성지 성모성당 제대 앞 대림초>
"나는 이스라엘의 그 누구에게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마태오 8, 10"
대림 시기는 인간의 구원을 위하여 하늘이 열리는 시기입니다. 이런 대림 시기에 우리가 가져야할 첫 번째 덕목은 믿음으로부터 비롯된 겸손한 마음일 가지는 것입니다.
복음에서 우리는 한 이방인 백인대장을 만납니다. 그는 이교도이면서 로마인의 장교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그는 당시의 사회에서 상당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며, 하느님의 말씀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방인 백인대장은 자신의 굳센 믿음을 예수님께로부터 인정받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도 아닌 이방인인 그의 믿음은 과연 어디에서 유래하는 것인가를 묻게 됩니다.
믿음은 하느님께로부터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선물로 주어지는 믿음을 자신과는 무관하게 단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처럼 생각한다면 이상한 결론을 맺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믿음이 약하고 그래서 신앙 실천을 제대로 못할 때, 그 전적인 책임을 '약한 믿음'을 주신 하느님께로 돌리는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약한 믿음'이나 '강한 믿음'을 주신 것이 아니라 그냥 단순히 '믿음'을 주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믿음의 싹을 틔우고 풍성한 결실을 맺도록 하기 위해서는 믿음을 선물로 받은 신앙인의 구체적인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이방인 백인대장은 바로 삶의 노력을 통해서 자신의 믿음을 키우고,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겸손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복음에 등장하는 백인대장은 예수님을 찾아와서 자기 하인을 고쳐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사실 자기 가족도 아닌데, 그저 종일뿐인데도 불구하고 로마 장교가 예수님을 직접 찾아온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예수님 앞에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나아가고, 예수님께 도움을 청합니다. 세속적으로 볼 때, 그는 분명히 예수님보다 높은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자존심을 내세우고 싶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것도 모두 예수님 앞에 내려놓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백인대장의 겸손함과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보시고 그의 소망을 들어주신 것입니다.
자기를 높이려는 헛된 권위에서 벗어나서 예수님 앞에 가장 작은 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그때 우리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고, 예수님으로부터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을 얻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