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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꽃자리

  • 삶의 꽃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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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꽃자리
  1. 삶의 꽃자리


2016년 송년 미사 및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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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남도 대천 해수욕장에서>

"니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그들에게 복을 내리겠다."(민수기 6, 27)

우리는 지금 2016년의 마지막 날에 마지막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도 이제 저물어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나려고 합니다. 무심코 한 장, 두 장 찢어내던 달력도 오늘은 아예 그 마지막 남은 한 장마저도 떼어 내어야 합니다.

큰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벅찬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한 것이 바로 엊그제 같건만, 이제는 여러 가지 추억과 미련을 남긴 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옛날이 되려고 합니다. 덧없이 빠른 세월이라더니 잠깐 사이에 우리들 가슴에 갖가지 흔적을 남겨두고 2016년 한 해가 영원히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기쁨과 슬픔이 엇갈리고 희망과 좌절이 교차하며, 사랑과 미움이 연속되는 가운데 지나버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순간, 우리는 옷깃을 여미고 지난 한 해의 발자취를 돌이켜보면서, 자신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일나무는 한 해 동안 풍성한 열매를 결실시켰고, 꽃나무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 주어진 목적을 달성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느님께로부터 거저 받은 한 해 동안 과연 무엇을 남겼는지요? 신앙생활은 얼마나 충실하였으며, 이웃에겐 무엇을 남겼고, 자신의 성숙과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는 얼마나 기여하였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더욱이 우리 인간은 자유를 누리면서 자기 생활에 책임을 져야 하는 만물의 영장이기 때문에 지난날의 자신을 돌이켜보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잘못하고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하느님의 용서를 청하고, 잘한 일에 대해서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면서 자신의 모습을 정직하게 정리해야 하겠습니다.

물론 우리 중에는 후회 없는 한 해를 보낸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별로 보람 있는 일을 하지 못하고, 허송세월로 한 해를 보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금년에도 변함없이 우리를 사랑해 주셨고 도와주셨습니다. 그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사건들을 통하여 우리를 가르쳐주셨고 권면해 주시고 자극을 주셨건만, 우리는 너무도 무딘 마음 때문에 하느님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그분의 뜻을 따라 열심히 살겠다던 연초의 계획도 사실상 계획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그렇고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복음의 정신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이웃에게 빛과 소금의 역할도 다하지 못했고 예수님께서 그처럼 당부하신 사랑도 별로 실천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금년 한 해를 되돌아보건대, 우리 자신이 빈털터리가 되고 상처받은 신세가 되고 말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우리의 잘못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아버지이신 하느님께 용서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과거의 부족함 때문에 후회는 할망정 결코 실망한다거나 좌절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히려 지난날을 거울삼아 밝은 내일을 바라보면서 용감하게 전진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누스 성인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과거는 하느님의 자비에 맡기고, 미래는 하느님의 섭리에 맡겨라."

그러기에 오늘 우리는 지난 한 해를 깨끗이 청산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일어나 새해를 맞이해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새해에는 정말 새로운 삶의 계기가 되고 발전하는 해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제 3시간 후면 새로운 해가 시작됩니다. 새해 첫날을 맞으면서 우리가 갖는 마음에 따라서 한 해 동안 우리가 할 일, 우리에게 일어날 일들이 달라질 것입니다. 우리의 주변 환경이야 별로 달라지는 것 없겠지만, 같은 환경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가 달라져야만 모든 것을 새로운 마음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톰 헬더 까마라 주교님이 어느 날, 한 수녀원에서 가장 덕이 많은 수녀님이 수도생활 60주년을 맞이하는 기념미사를 봉헌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미사를 시작하며 주교님은 자신들이 봉헌하는 미사가 몇 주년인지를 잘 모르는 듯이 수녀님께 물었다. “수녀님. 이렇게 직접 여쭈어 봐도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수녀님은 정확히 몇 해나 수도생활을 하셨는지요?”그러자 그 분은 하느님 말고 다른 누가 혹 엿듣고 있지나 않은지 얼른 주위를 한번 살펴보고는 매우 겸손하게 답해 주었다. “신부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수도 생활을 오직 하루 했을 따름입니다. 왜냐하면 전 매일 거듭거듭 다시 시작해야 했으니까요.”참으로 훌륭한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의 삶이 새해와 같은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의 모습은 늘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 자리에 모여 송년 미사와 함께 새해 첫 날을 기대하며 하느님께 제단 앞에서 첫 마음을 봉헌하는 미사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새해 첫날에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은 단순한 시작이 정말 이 아니라, 첫 마음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살면 언제나 새로운 마음이 될 것이고 모든 일에 성실함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시작의 마음이면 충분한 것이고, 새로운 것으로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뭔가 부족함으로 주어지는 새로운 한 해도 남아 있게 될 뿐입니다

복음은 구원을 안겨준 천사들의 소식에 한달음으로 달려간 목동들이 성탄의 현장을 바라본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성경에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급한 마음에 달려간 그들의 마음도 축하하는 마음은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목동들의 그 축하의 마음을 오늘 새해 첫 날에 갖고 살았으면 합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새로운 해는 기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쁨을 우리 삶에서 열매 맺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새로운 첫 해, 첫 날을 맞이하는 마음을 오늘 제1독서 민수기는 모세에게 하느님이 하신 말씀은 이렇게 전합니다. "내 이름으로 복을 빌어주면, 내가 복을 내리리라."(6,27). 새해를 시작하면서, 또 새해를 살아가면서 우리도 서로에게 복을 빌어주는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여 하느님과 함께 살아서 하느님으로부터 복을 받는 한 해의 삶이 될 것을 서로 빌어 주었으면 합니다. 하느님으로 말미암은 기쁨이 가득한 한 해가 될 것을 우리 서로 빌어주었으면 합니다. 복을 빌어주는 것은 우리가 하는 일이지만, 복을 이루어주시는 분은 하느님이 하시는 일입니다.

또한 새해 첫 날은, 성모님께 봉헌된 축제일입니다. 이 축제일을 지내면서 성모님이 가지셨던 삶의 자세를 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성모님은 하느님이 이루시려는 일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였다고 합니다. 하느님이 이루시려는 일은 세상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입니다. 비록 지금 이 순간에는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하느님의 뜻은 이 세상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아빠요,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한 해를 시작하는 마음을 얼마나 오래 간직하며 그 자세를 삶으로 옮기려고 노력하는 것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좋으신 하느님께서는 또 한 해를 우리에게, 아니 나에게 베푸실 것입니다. 베풀어주신 좋은 한 해를 기쁘게 시작했으면 합니다.

축복 받은, 은혜로운 한 해가 되기를....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우리 모두의 가족과 친지들에게도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내리셔서 그들의 생활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결실 맺을 것을 진심으로 기도 드립시다.”

그래서 우리 자신과 우리 가정이, 우리 공동체가 하느님의 평화와 은총 속에서 살아가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면서 미사를 정성껏 봉헌했으면 합니다.

 

 

 


Writer : 송병선 신부   Date. 2017-01-0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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