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영통 성령 성당 성전 문>
"동정 마리아님, 하와가 잠갔던 낙원의 문을 어머니가 열어 주셨나이다."(복음 환호송)
수녀원에 가면 문지기라는 소임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수녀원의 수위와 같은 역할로 수녀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안내를 맡고 있습니다. 아무도 이 문지기를 통하지 않고는 수녀원에 한발도 들여놓을 수가 없습니.
문은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아주 중요합니다. 보이는 문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안과 밖을 드나들며 서로 통교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문은 사람과 사람을, 사람과 하느님을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문은 열려 있을 때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만, 꽉 닫혀 있다면 사람들에게 답답함과 괴로움을 주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문은 다른 사람들이 열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열어야 하는 문입니다. 늘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고 그들의 어려움이나 고통을 함께 듣고 나누기도 한다. 그래서 신앙인은 모두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새해 첫 성모 신심 미사를 통하여 “하늘의 문이신 성모님”을 기념합니다. 성모님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역할을 하셨기에 하늘의 문이 될 수 있을까요?
① 성모님은 성자 예수를 낳음으로써 닫혀있던 하늘의 문을 여셨습니다.
맨 처음 사람들이(아담과 하와) 하느님께 불순종하여 에덴 동산이 닫혀졌습니다. 성경의 말씀을 빌면 “하느님은 불 칼을 든 거룹들로 하여금 밤낮으로 에덴 동산의 문을 지키게 하셨다.”고 전합니다. 에덴 동산의 문이 닫혀졌다는 것은 그 동안 사람들에게 열려져 있던 구원이 닫혀진 것입니다. 하지만 성모님은 당신의 태를 통하여 구세주를 이 세상에 낳으심으로써 닫혀진 구원의 문을 활짝 열으신 것이고 우리는 바로 이것을 이 미사를 통하여 기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기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가 이 시대의 또 다른 성모님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면 아직도 구원과는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을 알고 있스빈다. 이 사람들도 하느님의 편에서 보면 구원의 대상입니다. 우리가 이들에게 구원의 문을 성모님처럼 열어 주어야합니다. 성모님이 하느님의 말씀에 온전히 순명함으로써 이 세상에 말씀을 전해 주었다면, 우리 역시 말씀을 잉태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낳아줌으로써 그들에게 하늘나라 구원의 신비의 문을 열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성모신심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요한 복음을 보면 예수님도 당신이 양들이 드나드는 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을 통한 구원이 단적으로 드러난 말씀입니다. 우리도 이제 아직 구원에 멀리 있는 사람들이 나의 모습을 보고 하느님께 다가 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합니다. 내가 그들의 구원의 문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② 하지만 구원의 문이 열려 있다고 모두가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복음에서 우리는 “열 처녀의 비유”를 들었습니다. 인생은 선택이고 늘 갈림길에 있습니다. 어떤 것을 선택하고 어떤 길을 선택하는 것이 나에게 구원의 길이 열리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올바른 선택을 위해 늘 준비된 나의 모습을 갖추어야 합니다. 복음을 보면 늘 평상시에 잘 준비한 슬기로운 처녀 다섯은 구원의 문에 들어가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 참여할 수 있었으나, 준비가 덜 된 미련한 처녀 다섯은 오히려 어두운 곳에서 가슴을 치며 구원의 문에 들어가지 못한 것을 애통하고 있습니다. 준비된 사람만이 구원의 문안으로 들어가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 참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언제나 나 자신이 이렇게 하느님의 구원의 문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평소에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나를 비롯한 모두가 편안하게 하늘의 문을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인도하는 마음으로 이 미사를 봉헌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올 한해는 성모님의 마음을 닮고 본받아 성모님처럼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나 자신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바로 성모님의 삶을 따라 사는 길이요, 우리가 성모신심미사를 봉헌하는 목적이 될 것입니다. 내 자신이 성모님처럼 열린 마음으로 하느님의 뜻에 순종할 때 우리도 성모님처럼 다른 이웃에게 구원을 열어주는 신앙인이 될 것입니다.
또한 이 일을 더욱 잘 하기 위해서는 오늘 복음에 나오는 “열 처녀의 비유”에서처럼 언제나 준비하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구원의 문, 하늘의 문을 열 수 있는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닙니다. 기회가 주어질 때 그 기회를 잃어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늘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주신 빛에서 어둠으로 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라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언제나 성모님처럼 열린 마음으로 생활해야 할 것을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