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카파르나움 회당의 유적들>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오 4, 17)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두 가지 가르침을 우리에게 주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씀하신 대로 암흑 속에 있는 백성들과 죽음의 그늘 진 땅에 사는 사람들이 빛을 보게 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예수님의 부르심에 따르는 제자들의 모습입니다.

빛은 어두운 곳에서 더욱 그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죽음이 그늘진 골짜기에서의 빛은 새로운 생명을 의미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여기서 말하는 빛의 출연은 예수님의 등장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통과 번민의 시기, 죄악에 가득 찬 상태를 암흑과 죽음의 골짜기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고통과 번민, 죄악에 쌓여있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빛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빛은 저절로 보이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개를 통하여 삶의 방식을 하느님께로 돌리지 않는 한 그리스도의 빛은 절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회개하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빛은 하느님 나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인도자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전교활동을 시작하시며 말씀하십니다.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세레자 요한의 “회개하라!”는 외침과 똑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차이가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우리가 먼저 회개함으로써 하느님의 구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자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선포는 당신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늘나라를 깨달으라는 외침인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선포하신 뒤, 백성 가운데서 병자와 허약한 사람들을 치유해주시는 것입니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구원의 빛으로 다가오시는 하느님을 깨달으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예수님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저 아픈 몸을 치유해주고, 배고픈 사람에게 빵을 주시는 분으로만 생각했을 뿐, 참된 기쁨과 참된 사랑을 주시는 분, 그래서 오늘 제 1독서에 나오는 암흑의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빛이신 구세주 예수님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면 나에게 있어서 예수님은 어떤 분인지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서, 그 예수님을 깨닫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 지도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2000여년 전의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그저 나에게 무엇인가를 베풀어주는 분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요?

두 번째로 예수님은 이렇게 구원의 빛을 알려줄 제자들을 부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부르시는데 어떠한 설명도, 감언이설도하지 않으시고 단지 “나를 따르라!”는 말씀뿐입니다. 예수님의 불림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과 재산을 버리고, 심지어 가족까지 등진 채 예수님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이들이 예수님을 따른 태도는 예수님이라는 빛을 따라간 모습입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살고 있던 삶의 방식을 포기하고 예수님을 향해 자신들의 삶을 선택하는 회개의 자세이기도 합니다.

세례를 받은 우리 모두는 예수님의 제자들과 같이 하느님의 자녀로서 불림을 받은 것입니다. 예수님의의 제자로서 불림을 받은 것입니다. 제자들처럼 예수님이라는 빛을 전하라고 불림을 받은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도 “나를 따르라!”는 명령을 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이 명령에 따라 세례를 받고 예수님을 따른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과연 어떠한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고통과 번민 속에 머물러 어두움의 상태로 남아있지는 않은지요? 죄악의 상태인 죽음의 골짜기에서 예수님의 빛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는 아닌지요? “나를 따르라! 는 명령에 고개만 끄덕이고 여전히 내 삶의 방식만 고집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우리의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빛을 올바로 찾을 수 있는 우리의 마음, 이 빛을 따라 우리의 삶을 하느님께로 향하는 우리의 태도가 바로 회개의 삶인 것입니다. 우리의 이런 노력에 예수님은 당신의 빛을 비추어 하느님 나라로 우리를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또한 어둠과 죽음의 그늘진 땅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 큰 빛이 되신 예수님을 따라 살아가려는 우리 신앙인들은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실오라기의 불빛이라도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삶은 바로 회개를 통해 가능해지며, 이는 곧 하늘나라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나약한 인간이기에 끊임없이 하느님의 도우심과 은총을 청하면서 진정한 회개를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