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갈릴래아 지방 겐네사렛 - 이곳에서 순례객들은 범선을 타고 갈릴래아 호수를 유람한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루카 10, 2)
우리는 세상을 바쁘게 살아갑니다. 오늘은 이곳 천진암 성지를 순례하면서 하느님을 잠시나마 떠올리고 그분이 원하시는 뜻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지만, 오늘이 지나면 우리는 그런 생각을 잊어버리고 다음 순간에는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걱정하고 그 일을 위해서 동분서주 뛰어다닐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누구나 하는 일이니, 크게 잘못될 것도 없는 정상적인 일의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우리는 자주 사용합니다. 사람이 바쁘게 지내다보면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일들을 소홀히 지나치기 쉽기 때문이고, 무심코 중요한 일들을 빠뜨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바쁘니까 일을 서두르는 것은 좋지만, 시간이 흐른 다음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입니다.
오늘은 바오로 사도의 협력자들로써 사도와 함께 복음전파의 길에 동료로 활동했던 티모테오와 티토 주교의 기념일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쓴 편지에서, 티모테오가 어떤 힘으로 신앙을 갖게 되었는지 그 과정이 나오긴 합니다만, 우리 사회와 비교해보면 아쉽기까지 합니다. 사람에게 있어서 “생활과 신앙”을 분리해서 말하는 것은 정치꾼들이 말하는 일방주의 논리이고, 자신이 옳은 일을 하지 못하기에 “종교와 신앙”더러 단순히 “입 다물고 있을 것”을 강요하는 것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일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이 세상에 전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은 한번 뿌려진 신앙의 씨앗을 무시하며 사는 일일일 것입니다. 만물은 각자 사명이 있다고 하느님은 선언하셨습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 내리는 눈이 하늘로 되돌아가지 아니하고 땅을 흠뻑 적시어 싹이 돋아 자라게 한다."고 선언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신앙인의 삶은 바쁜 것입니다. 내가 굳이 원하지 않아도 그것은 사실입니다. 누구와 인사하느라고 바쁜 걸음을 세울 시간도 사실은 없는 것이 신앙의 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살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하느님과 적절하게 타협하려고 합니다. 그 태도를 나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지라도 과연 하느님께서 우리와 타협하겠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신앙인의 길은 험난한 것이겠지만, 우리가 올바로 노력하기만 한다면 하느님은 당신의 뜻을 이루실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숫자의 부족도 의미하는 것이 있겠지만 복음의 메시지를 한낱 이론으로 우리 실제 삶과는 동떨어지게 살고, 시대 역행적인 것이라고 무시하는 이 시대의 제자직을 수행하는 이들이 적다는 의미도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사람이 혹시 나는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이웃과 자신을 사랑하라는 복음의 메시지를 우리 삶의 지표로서, 보물로서 대우하고 믿는 것! 그리고 그 메시지를 실현해보려 애쓰는 것! 이것이 오늘 날 제자직을 실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오늘 성 티모테오와 티토도 성인의 축일을 지내며 성인에게 우리가 삶의 자리에서 예수님을 증언하도록, 예수님의 메시지를 잘 실천하고, 잘 전할 수 있도록 우리를 위해서 기도해주시도록 함께 마음을 모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