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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꽃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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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꽃자리
  1. 삶의 꽃자리


사순 제 2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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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예루살렘 비아 돌로로사 제 14처 : 무덤에 묻히심(예수님 무덤, 부활 성당 벽화>

"너는 살아 있는 동안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음을 기억하여라. 그래서 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를 받고너는 고초를 받는 것이다."(루카 16, 25)

우리나라에서 전해지고 있는 전통적인 전설이나 민담, 설화들 가운데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지만 저승세계를 다녀온 사람의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한결 같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이 세상에서 선하게 살아야 나중에 사람들에게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또 죽더라도 좋은 곳에 갈 수 있다는 내용들입니다.

오늘 우리는 그와 비슷한 저승에 관한 이야기를 복음을 통해서 들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어느 한 말씀도 버릴 것이 없는 완벽한 비유의 말씀입니다. 자기 자신만 생각했고, 호의호식하며 살았던 부자가 죽어서는 고통을 받고 있고, 가난하고 버림받았던 라자로는 죽어서 하느님의 품에 편안히 안겨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 세상의 전경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인물들이 죽은 다음에 오는 후세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그 말씀에서 예수님은 두 인물의 처지가 완전히 바뀌어 라자로는 영광 속에, 부자는 지옥의 고통 속에 있는 모습을 보여 주십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부자의 죄가 무엇이었나? 하는 점입니다. 그는 라자로에게 자기 집 대문에서 나가라고 명령하지 않았고, 자기 식탁에서 떨어지는 빵을 라자로가 받아먹는 것을 못하게 하거나, 지나가며 그를 발길로 차거나 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는 고의적으로 라자로에게 몹쓸 짓을 한 일도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부자의 죄는 거지 라자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데에 있었습니다. 단지 라자로의 모습을 그럴 수도 있다.” 하는 식으로밖에 보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자신이 사치 가운데 뒹굴며 세월을 보내고 있는 동안 라자로는 고통과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어도 그러한 것을 당연하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며 살았다는 사실이 그를 지옥으로 가게 한 죄였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부자가 지옥에 떨어진 것은 그가 무엇을 잘못 행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무엇인가를 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즉 그 부자의 죄는 이 세상의, 이웃의 고통과 궁핍을 방관했고 이웃의 굶주림과 고통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데에, 다시 말해서 사랑을 베풀지 않았다는 데에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 현재의 상황을 깨달은 부자는 자신의 삶을 '뼈저리게후회했습니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애써 모은 것 잃을까봐 불안에 떨지 않았을 것이고, 빼앗길까봐 가슴 졸이며 초조해 하지 않았을 것을, 그리고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피를 나눈 형제들에게 내 욕심 챙기지 않고 나누면서 더불어 우애 깊게 지냈을 것을,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정말로 그때도 알고 있었더라면 내 가슴이, 내 양심이 말하는 것에 귀 기울였을 것을 후화하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청합니다. 부자는 그렇다면 할아버지, 제발 소원입니다. 라자로를 제 아버지 집으로 보내 주십시오. 저에게는 다섯 형제가 있는데, 그를 보내어 그들만이라도 이 고통스러운 곳에 오지 않도록 경고해 주십시오.”하고 청합니다. 그러나 이 청원은 거절당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아브라함을 통하여 예수님께서 들려주신 그 이유는 무서운 경고의 말씀이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있으면서도, 또한 주위 어느 곳을 보더라도 위로해 주어야 할 슬픔이 있고, 채워 주어야 할 궁핍이 있고, 해방시켜 주어야 할 고통이 가득한데도, 그것을 보는 이가 아무런 감정도 가지지 아니하고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아니한다면, 그러한 사람을 변화시킬 방법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그 부자의 죄가 어떤 나쁜 일을 했던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웃의 필요를 보고도 외면했다는 데에 있었다면 오늘 우리 자신은 어떠한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또한 오늘 우리는 한때 부자였던 한 사람의 때늦은 후회를 들으면서 우리들이 반성해야 할 것도 너무도 많음을 알게 됩니다. '나 역시 그 부자와 다를 것이 뭐 있는가?'라고 말입니다. 부자처럼 욕심에 가득 차 있는 것도 나의 모습이고, 라자로의 이름이 말해 주듯이 하느님으로부터 항상 도움을 받고 있는 것도 우리의 모습입니다. 때문에 오늘 우리가 들은 부자와 라자로의 이야기는 먼 나라 이야기,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나의 이야기이고, 우리들의 이야기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없는 이미 죽은 사람과는 달리 아직 기회가 있고, 변화될 희망이라도 있는 사람들이기에 최소한 부자와 같은 생각만 가지지 않는다면 부자의 후회를 되풀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될 때 훗날 우리도 라자로처럼 하느님의 품에 안겨 한없는 위로를 받을 것입니다. 적극적으로 선을 행하는 사순시기가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Writer : 송병선 신부   Date. 2017-03-15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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