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백두산 장백폭포 가는 길>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로 왔다고 생각하느냐?...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루카 12, 49~51)
오늘 복음의 말씀을 이해하기란 그렇게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사랑의 하느님이라는 예수님께서 평화가 아니라 사실은 분열을 일으키러 오셨다니 정말로 이해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있는 우리들에게,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 세상과 타협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너희의 마음에 불을 지르러 왔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지금까지의 안일한 마음을 벗고 주님의 뜻에 맞게 생활하는 당신의 자녀가 되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세상 사람들에게 놀림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세상 사람들의 오해와 비판을 받아 억울함을 느낄 지도 모릅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들은 분열이 됩니다. 한쪽은 사랑과 정의의 나라로, 그리고 또 다른 쪽은 증오와 불의의 나라로 분열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할아버지께서 임종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 할아버지의 가족은 모두 성당에 열심히 다녔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대세를 받으셨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설득하려해도 할아버지를 설득할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 그래서 아주 언변이 좋은 신부님께 부탁을 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그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었고, 오랫동안 이야기한 끝에 할아버지를 어느 정도 설득시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신부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할아버지, 이제 예수님을 받아들이시고, 마귀 사탄을 부정하세요. 그래야만 천국에 가실 수있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침묵만을 지키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다시 신부님은 강한 어조로 말씀하셨습니다. “어서 마귀 사탄을 부정하세요.” 그래도 할아버지는 계속 입을 다물고 계셨습니다. 신부님은 “아니 제가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모르시겠어요? 왜 마귀 사탄을 부정하시지 않으시지요?”
그랬더니 할아버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내가 어느 쪽으로 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누굴 화나게 하긴 싫소.”
우리가 바르게 살지 못하는 것, 혹시 그 이유가 마귀와 사탄을 화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이렇게 바르게 살지 못하는 우리들을 위해서 예수님께서는 불을 지르러 오셨습니다. 그 불은 사랑의 불이고, 정의의 불입니다. 촛불은 자신을 태우면서 빛을 냅니다. 또한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서 장작은 자신을 태워야 합니다. 이처럼 우리들 역시 그런 불이 되라고 말씀하시면서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완전히 태우는, 하나도 남김없이 태우는 불의 삶을 직접 보여주셨습니.
오늘 우리들이 태워야 할 것들는 무엇이 있는지?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보여주시고 나누어주신 그 사랑과 정의의 불로, 세상과 타협하며 살기에 바쁜 우리 마음속의 탐욕과 교만, 미움과 증오, 시기와 질투 등을 태워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에 가는데 방해되는 그 모든 것들을 남김없이 태워 나갈 때, 우리는 진정 예수님의 편이 되어 우리가 추구하는 하느님 나라에서 예수님과 함께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