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갈릴래아 지방 카파르나움 정원>
"주님!....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그저 한 말씀만 하시어 제 종이 낫게 해 주십시오."(루카 7, 6~7)
오늘 복음의 주인공은 백부장입니다. 백부장은 부하 백 명을 거느린 사람입니다. 로마 군대에서 백인대장이란 일반 서민의 신분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로마 군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역사가 플라비우스가 기록한 것을 보면, "백인대장은 명령을 내리는 자로서 지나치게 위험을 자처해서는 안 되며, 행동에 있어서 침착하고 믿음직한 인물이어야 하며, 성급하게 전투에 뛰어들어서도 안 되고 절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자신의 위치를 사수할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이라고 하였던 것으로 보아 매우 중요한 군인의 보직이었습니다.
이 백인대장은 자기 종에 대해서 매우 큰 자비심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로마법에 의하면 종이란 살아있는 도구에 불과했으며 주인은 그를 학대할 수 있었고, 원한다면 그를 죽일 수도 있었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 일을 할 수 없으면 내어 버려 죽게 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백인대장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기 종을 위해 어떤 어려움도 치르려는 태도입니다. 그래서 이방인인 예수님께 간청하러 나온 것입니다. '이방인인 예수님께 간청한다.'는 것이 지금 우리가 듣기에는 별 이상할 것도 없겠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로마인들은 유대인들을 불결한 종족, 야만인이라고 했는가 하면, 유대인 역시 이방인들을 신앙 안에서 죄인시하는 생각을 가졌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속에서도 그 백인대장은 인간적인 관례를 넘어서 유대인들의 회당을 지어 줄만큼 야훼 하느님께 대한 호의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입니다. 이 사화는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면 국적을 불문하고 구원하시는 구원의 보편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 백인대장의 믿음은 눈에 보이는 자기가 하는 일에 근거를 두고 시작해서 하느님께 이르는 논리를 가지고 있는 믿음이었습니다. 즉 삶의 경험에서 출발하여 하느님께 이르는 논리를 가진 믿음이었습니다. 따라서 백인대장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권위를 사용할 때 따라오는 결과에 비해, 예수님이 당신 자신의 권위를 사용한다면 그 결과가 어떠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주님!....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그저 한 말씀만 하시어 제 종이 낫게 해 주십시오."(7절) 하는 겸손한 믿음을 보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백인대장의 믿음을 보신 예수님은, "이런 믿음을 이스라엘 사람에게서도 본 일이 없다."고 칭찬하시며 그의 청을 들어주셨습니다.
이 백인대장의 고백은 우리가 지금 미사 중에 영성체 전에 바치는 기도가 되어있습니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 한 이방인의 예수님께 간청한 말이 기도가 되었다면, 우리가 믿음을 가지고 하는 신앙고백은 어떠한가요? 예수님을 감동시키는 신앙고백인가요? 우리의 작은 신앙고백이 언제나 예수님을 감탄(감동)시키며 칭찬을 받는 행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