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갈릴래아 지방 벳사이다. - 일명 어부들의 도시로 현재는 폐허가 되어 있다.>
"행복하여라! 주님의 말씀을 밤낮으로 되새기는 사람, 그는 제때에 열매를 맺으리라.(입당송. 시편 1, 2)
복음을 보면는 갈릴래아 호수 주변의 여러 도시 이름이 나옵니다. 그 중에 코라진과 벳사이다 그리고 카파르나움은 갈릴래아 호수 북동쪽에 삼각형으로 위치해 있는 도시들로 예수님이 활동하신 주요 무대였ㅓ습니다. 특히 카파르나움은 예수님의 모든 활동의 중심지였으며, 벳사이다는 어부였던 베드로, 안드레아, 야고보와 요한의 고향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예수님께서는 수많이 가르치시고, 하느님의 능력을 드러내기 위해 많은 기적을 보여주셨습니다. 또한 하느님의 뜻을 깨닫고, 하느님의 뜻을 생활의 중심으로 삼아 회개하게 만들기 위해 예수님은 이곳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입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과 복음에 대한 이곳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그래서 복음을 보면, 유다인 임을 으스대고 하느님 나라를 외면하는 그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무서운 저주를 내리십니다. 하지만 유다인들이 많이 살았던 이런 도시와는 달리 띠로와 시돈은 이방인의 도시였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전해준 복음을 아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큰 벌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복음 말씀을 묵상하며 한 가지 뚜렷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느님의 징벌을 받게 될 사람이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구원의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회개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나 벌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회개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구원을 얻을 것입니다. 따라서 세례 받은 우리 자신들도 조심해야 합니다. 세례 받은 신자요, 하느님의 자녀라고 자랑만 하고 있다가는 유다인들처럼 큰 낭패를 맛보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만일 예수님께서 공생활 하시던 그 시기에 유대인으로 태어나서 예수님께서 행하시던 기적을 직접 목격하고 또 그 가르침을 직접 받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다면 마리아 막달레나처럼 자캐오나 마태오처럼 또는 베드로 사도처럼 깊이 회심하게 되어 온통 복음의 사람으로 변화될 수 있을 텐데‥‥."
과연 그럴까요? 그 당시 사람들이 지금 우리보다 구원에 더 유리한 때와 장소에 있었을까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예수님을 구세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신앙이 필요할 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시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로 몰려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 예수님을 고발한 유대인들 중에는 예수님의 말씀을 직접들은 사람들도 많았고 기적을 목격한 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죽음에서 다시 살리신 라자로를 만난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복음서에는 그들이 그런 기적들을 목격하고는 예수님을 없애버릴 마음을 더욱 굳혔다고 적혀있습니다.
기적을 목격하거나 은총의 말씀을 접한다고 해서 회심이 곧 일어나고 신앙이 생긴다고 볼 수 없습니다. 마음이 겸손하고 열려있으며 진리를 추구하는 자에게는 예수님의 말씀은 씨앗이 되어 그 비옥한 토양에 뿌려져서 자리 잡게 되고 싹이 트게 되겠지만, 마음이 완고한 자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오늘날 이 시대가 가장 구원의 은총이 풍부한 시대입니다. 동네마다 성당이 있고, 사제가 상주하고 있으며 매일 미사가 거행됩니다. 수많은 성인 성녀들과 선배 신앙인들의 모범이 있고 많은 신학자들의 노력으로 구원의 신비가 상세히 밝혀져 있으며 여러 가지 피정과 교육의 기회가 주어져있고 다양한 신앙서적이 발간되어 있습니. 무엇하나 부족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복음을 별로 듣지 못했던 이방인의 도시 티로와 시돈이 복음을 많이 들은 코라진, 벳사이다, 카파르나움보다 심판 날에 가벼운 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 하셨습니다. 우리들은 코라진, 벳사이다, 카파르나움 사람들보다도 훨씬 더 많은 복음을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회개하지 않는다면, 심판 때 우리가 받을 벌은 그들보다 훨씬 더 중하지 않겠는가? 생각해 봅니다.
성 예로니모 성인 축일입니다. 성 암브로시오, 성 그레고리오, 성아우구스티노와 함께 서방의 4대 교부 중의 한분이신 예로니모 성인은 만년에 베틀레헴 성당 지하 동굴에 35년간 머무시면서 히브리어와 희랍어로 쓰인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하신 분입니다. 이 성경을 불가타(Vulgata)라고 하며 지금도 전례와 성경 연구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성인께서는 박학하셨지만 성경을 연구하시면서 기도와 고행, 그리고 은수생활을 통해서 하느님의 진리를 찾고자 노력하신 분입니다. 이러한 성인의 유명한 말씀을 기억해 봅니다.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이 말씀은 성경의 작은 말씀하나도 놓지지 말고 실천하라는 권고의 말씀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축일을 맞은신 모든 분들에게 축하를 드립니다.